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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Wien)에서의 주말, 전지적 음악 시점⓶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

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_비엔나 여행기2

 

호프부르크(Hofburg) 왕궁

비엔나 두입

맑은 일요일 오전, 아침부터 으로 향했다. 왕궁 예배당 미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호프부르크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으로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으며,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예배당 입구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이미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현지인들도 있었지만 관광객들도 많았다. 빈소년합창단이 미사에 함께 한다는 사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빈소년합창단은 빈 궁정성당에 소속된 성가대로, 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슈베르트나 하이든이 어린 시절 단원으로 활동했을 만큼, 그 명성이나 역사의 무게가 대단하다. 왕궁 예배당 미사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바로 빈 슈타츠오퍼 합창단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빈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이다. 이날은 슈베르트의 미사 제2번 G장조, D.167가 연주되었다. 3층에서 오르간과 함께 쏟아지는 음악들은 경건했지만, 눈부시기도 했다. 과연 미사가 이렇게나 감정적으로 사치스러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화려했다. 미사를 모두 마친 후, 천상의 소리를 뽐냈던 빈소년합창단이 3층에서 내려와 참석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빈 오페라극장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공연예술을 소비하는 젊은 층이 많은 국내 공연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클래식에 대한 관념자체가 다른 세대이기 때문에 드레스코드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내심 닮고 싶은 문화가 있다면, 공연장 로비에서 샴페인이나 맥주 등 간단한 음주에 관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공연장 로비에서의 가벼운 음주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공연장이라는 곳은 성인들의 놀이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술과 함께라면 빈의 밤은 길다. 무지크페라인과 멀지 않은 곳에는 빈 국립오페라극장이 한창 공연 중이다. 극장은 케른트너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수많은 작품들을 초연한 곳이며, 여름을 제외하면 멋진 공연들이 계속해서 올라오는 극장이다. 야경이 무척이나 뛰어나, 많은 관광객들이 오페라극장의 외부를 감상하려고도 찾아온다. 

그리고 극장 주변에는 재밌는 메뉴를 가진 곳이 있다. 최고가의 돈 카를로 샐러드는 원작의 내용과는 달리 무척이나 상큼해 보인다. 가을을 맞은 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예술가들의 흔적들이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건물 벽돌 하나하나에 그들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고, 그들이 영감을 받았던 강은 그대로 그곳에 남아있다. 그렇기에 며칠이면 비엔나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졌다. 빈이라는 장소 자체가 큰 범주의 예술품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와 빈을 돌이켜보면, 긴 꿈을 꾸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빈은 어땠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이 답이 떠오른다. 편의점처럼 간편하게 문화예술을 꺼내먹을 수 있는 공간!역시 빠질 수 없는 빈의 명소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역시나 빈에서 100년쯤의 역사는 그닥 긴 축에 속하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자, 때맞춰 무지크페라인의 외관 전등이 일제히 켜진다. 그리고 무지크페라인의 밤은 이때부터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처럼 과거를 향해서 말이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고풍적인 드레스와 턱시도를 한 관객들이 하나 둘 씩 무지크페라인 안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황금홀은 금세 100년 전으로 돌아가 그곳을 재현했다. 공간은 오랫동안 과거의 시간까지 품고 있었던 것이다.

 

허명현(음악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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