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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얍 판 츠베덴 매직, 철저한 실무형 지휘자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얍 판 츠베덴 _지휘

18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RCO)의 최연소 악장. 홍콩 필을 아시아 최정상으로 끌어올린 장본인. 뉴욕 필의 26번째 예술감독.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만들어온 역사들이다.

 

얍 판 츠베덴은 기본적으로 디렉션이 명확한 지휘자다.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위해, 어떤 식으로 단원들에게 방향을 설정해 주어야하는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지휘자의 역할을 스포츠에 빗대어 보면 이해가 빠르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잘 조합해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는 감독이 있는 반면, 기량이 조금은 부족한 선수들을 전략적으로 운용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이끄는 감독이 있다. 얍 판 츠베덴은 철저하게 후자의 역할을 한다. 시카고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베를린 필 등 최정상 오케스트라와의 결과물보다 홍콩 필과 이룩한 성과들이 더욱 눈부시다. 최근 홍콩 필과의 ‘니벨룽의 반지’4부작 싸이클 완성은 그들의 최고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는 철저한 실무형 지휘자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악장 출신답게 악보의 모든 것을 외우고 있으며, 꿰뚫고 있다. 아주 짧은 패시지조차 새로운 색깔을 부여하고, 다른 차원으로 연주하기 위해 끝없는 반복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압도적인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한 츠베덴의 권위로 단원들은 자연스레 엄격한 리허설을 따라간다. 실무형 리더가 가지는 힘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KBS교향악단은 완성도 높은 브루크너 8번을 만들어 냈다. 전통적인 브루크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츠베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브루크너를 보여주었다.

본 공연인 브루크너 8번에 들어가자마자, 관객들은 철저히 준비된 츠베덴의 연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츠베덴은 RCO 최연소 악장 출신답게 현악군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반응하도록 두었다. 보다 입체적이고 굴곡진 프레이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브루크너 교향곡 8번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이는 브루크너에 앞서서 연주된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현악군은 생동감을 자아냈고, 일체감 높은 보잉은 음에 질감을 높였다. 게다가 파트별 디테일한 대비 등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도 훌륭했다.

 

다만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이 너무나 장대하고 연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종 단원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앙상블이 어긋나는 대목들도 보였다. 그때마다 츠베덴은 더욱 일사분란하게 지시를 주며, 악단을 휘어잡았지만, 곡의 진행이 더뎌지는 지점들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호른이 만들어내는 공간감도 조금은 부족했다.

 

하지만 이 공연에 가장 큰 의의는 브루크너에 대한 쉬운 접근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8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도 츠베덴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디테일들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공연이었다. 관객들이 먹기 편하게, 달콤하고 간질간질한 요소들에 더욱 집중했다. 그렇기에 본래의 브루크너처럼 겹겹이 소리를 쌓아 올리고, 폭발시키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공연이었을 수도 있다. 츠베덴은 브루크너의 복잡한 구조를 비교적 간단하게 재단했기 때문이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이들이 얼마나 브루크너를 세부적으로 조탁했고, 연습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악기가 격렬하게 연주되면서도, 파트별로 확실히 자기 목소리를 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환호했고, KBS교향악단은 이미 악단의 기량을 충분히 상회했다. 지휘자의 포지션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작년 파비오 루이지와의 성공적인 브루크너 9번에 이어, 브루크너 8번도 완전히 츠베덴화 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츠베덴 매직이 이뤄진 것이다.

 

2019년 KBS라인업을 살펴보면, 올해 역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화려한 협연자 라인업이다. 작년에 이어 KBS교향악단과 함께할 협연자들을 눈여겨 볼만 하다. 레이 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니콜라스 알트슈태트 등 트렌디한 젊은 아티스트들부터 개릭 올슨, 제임스 에네스 등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협연자 층까지 다양하다. 최근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라베크 자매도 마르티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

 

그 다음으로는 도전적인 레퍼토리들을 주목할 만하다. 브루크너 교향곡 8번,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말러 교향곡 6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등 난이도가 높은 작품들을 다수 선택했다. 편성도 편성이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를 찾아내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다. 매 공연이 도전이 될 것이며, 새로운 소리를 찾아나서는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KBS교향악단이 그려나갈 음악들을 기다려본다.

 

허명현(음악 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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