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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다시 만나는 서울시향,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은 그대로서울시립교향악단 <2020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와 시벨리우스 ① & ②
  • 허명현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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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 19일 서울시향이 넉 달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났다. 2월 21일 정기 공연 이후 처음 대면 공연이 열렸다. 기존의 진행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은 무대 위 거리두기로 변경되었다. 예정이었던 브람스 ‘비극적 서곡’,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생상스 교향곡 2번이 시벨리우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말러 교향곡 4번(실내악 버전)으로 변경되었다.

 

아무래도 편성엔 제약이 따르지만,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감독은 절대 음악의 질과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증명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무대 위 연주자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배치되었다. 관객들 역시 좌석간 거리를 두고 앉았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서로 거리를 둔 상태로 첫 곡은 시작되었다. 지금껏 전혀 없었던 형식의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부는 시벨리우스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이었다. 치정극을 담은 내용이지만 극에 달라 붙는 음악은 아름다웠다. 벤스케가 묘사한 풍경은 특히 매혹적이었다. 현악기가 주는 진동은 온라인 공연이 실제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 미묘하게 흩어지는 음들과 다시 모이는 음들은 랜선 음악회에서는 감지할 수 없던 지점이었다. 실제 공연장이기에 가능한 영역이었다. 게다가 이미성 오보에 수석의 활약으로 곡은 더 탄력을 받았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북유럽 버전으로 만들어낸 멜리장드의 죽음은 오랫동안 기억될 감수성으로 남았다.

 

작년 오스모 벤스케는 서울시향과 훌륭한 시벨리우스를 선보인 적이 있었다. 악보 안에 박제되어 있던 시벨리우스 사운드를 무대로 꺼냈다. 이번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북구 출신의 오스모 벤스케는 시벨리우스에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소리가 어떻게 섞여야 시벨리우스가 악보에 기록해둔 소리가 온전히 재현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음표에 색깔을 입히고, 일으켜 세웠다. 또 순식간에 배경을 바꾸며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했다. 곡 전반을 지배하는 풍경과 캐릭터의 심리 묘사까지 벤스케는 치밀하게 안과 밖을 오가며 곡을 이끌었다.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감동을 더했다. 같이 몰입하고 박수 쳐줄 관객들이 우리 옆에 있었다.

 

거리는 멀어졌지만, 대화는 더 가까이

2부 말러 교향곡 4번 실내악 버전(어윈 스테인 편곡)은 무대 위 거리두기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편성이 큰 말러 교향곡 4번은 무대 위에 고스란히 오르기엔 무리가 있다. 각 파트 수석들을 중심으로 15명이 무대에 올랐다. 기존 말러 4번 자체가 가지고 있던 실내악적인 성질이 더욱 강화된 편곡이었다. 물론 말러 특유의 규모로 압도하는 감동은 없지만, 단원들은 더욱 긴밀하게 대화를 진행했다. 말그대로 실내악의 본질에 충실했다. 연주자들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오히려 음악은 더욱 긴밀하게 결합했다.

 

하지만 분명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악기간 밸런스가 맞지 않아, 스트링 섹션에서 주제가 들리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했다. 게다가 1악장엔 여러 실수 등으로 앙상블이 어긋나는 순간들도 많아 곡이 흐름이 어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심준호 첼로 수석과 제2바이올린 임가진 수석의 역할이 그 빈틈을 메웠다. 특히 심준호 수석이 3악장에서 보여준 유려함은 가장 각인될 만한 순간이었다. 

 

4악장이 시작되고 벤스케와 서울시향은 천국의 문을 열었다. 앞선 악장에서 보여주었던 고난들은 지나가고 이제 천상의 음악이 눈앞에 펼쳐졌다. 관객들은 단 한 순간 일지라도 음악 속에 머무를 수 있었다. 지금 현실이 처한 어려움은 모두 잊고, 평화로운 무드 안에서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있는 자리였다. 임선혜 소프라노의 순도 높은 청아한 목소리는 곡의 감흥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안정적인 앙상블로 천국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가사는 이렇다. “비록 우리가 천상에 있지 않지만 그 어떤 세상의 혼란도 듣지 못한다. 부드러운 고요 속에서 모두가 살아가길!”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허명현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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