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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두 손으로 만드는 오케스트라_베조드 압두라이모프 (piano)[리뷰] 통영국제음악제 -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리사이틀

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2019통영국제음악제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큰 호응을 받으며 개막을 했고, 축제가 중반부 쯤 지났을 때,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리사이틀 무대에 올랐다. 

월요일을 맞이한 축제는 주말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객석도 1층만 오픈하며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와 관객들의 거리는 가까웠다. 1부가 시작하고, 통영국제음악당의 좋은 홀 컨디션을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적절한 잔향과 선명도는 리사이틀이나 편성이 작은 앙상블 단체에게 특히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어 보였다. 덕분에 리스트 소나타에서 (특히 후반부)여러 성부들이 명민하게 치고 빠지는 파트들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옥타브를 진행시키는 저음도 그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압두라이모프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섬세한 단계별 강약조절과 치밀한 갈등을 통해 핵심 동기들을 조명해갔다. 그럼에도 리스트 소나타가 지나치게 복잡해, 작품을 완벽히 조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압두라이모프는 할 수 있는 장치들을 다양하게 선보였으나, 내러티브적인 측면은 덜 부각되었다.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가장 높았던 곡은 2부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편곡 버전들이었다. 즉흥적인 요소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치밀한 설계와 음향의 효과로 오케스트라 효과를 피아노만으로 끌어냈다. 

소프트 페달을 활용한 음색변화 역시 감각적이었고, 소리의 범위가 정말 넓어 여러가지 뉘앙스를 만드는데 능했다. 음과 음 사이에 빈 공간을 활용한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멋졌고, 심지어 Farewell에서 주제를 노래할 때는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역시 슬라브 기질이 다분한 연주자로 보였다. 

공연을 통틀어 가장 놀라웠던 건 균형감 있는 왼손이었다. 전체적인 박자를 잡아둠과 동시에 다른 파트의 노래들을 자연스럽게 교차시켰다. 확실히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능 좋은 왼손을 가졌다. 프로코피에프에서는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기민하게 움직였고, 리스트 소나타에서는 옥타브들이 파도치듯 꿈틀댔다. 게다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균일한 힘이 계속 나오는데, 믿을 수 없는 스태미너와 집중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통영에서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를 만나보지 못해 아쉬워했던 애호가들에게는 6월 서울에서의 연주가 남아있다. 6월 20일,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지휘 마르쿠스 슈텐츠). 

압두라이모프는 2017년 서울시향과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이제 막 30대에 진입한 젊은 피아니스트가 가진 많은 재능을 다시한번 확인해 볼 자리가 될 것이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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