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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마침내,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마에스트로 자네티
  • 허명현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07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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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경기아트센터), 19일(서울 예술의전당)에는 경기필의 네번째 앤솔러지 시리즈가 있었다. 2020년 처음으로 경기필은 앤솔러지 시리즈를 론칭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대면공연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번 공연은 시리즈의 네번째이지만 대면공연으로는 처음 진행된 앤솔러지 시리즈가 되었다. 시리즈는 반년이나 지나서 관객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더욱 특별한 건 마시모 자네티와 경기필의 올해 첫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경기필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히 심각했던 이탈리아에 갇혀 있었다.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마친 지휘자는 마침내 경기필과 만났다. 지난 8일 자가격리 중 진행된 랜선인터뷰에서 마시모 자네티는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우리 삶에서 예술의 가치가 완전히 잊히는 것 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며,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2주의 자가격리는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다.’ 고 전했었다.

 

경기필과 마시모 자네티가 이번 공연에서 선택한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이진상 협연), 베토벤 현악사중주 16번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최후반기 작품들이다. 말년의 작품들에서 각각의 작곡가들은 희망과 여지를 두었는데, 아마 마시모 자네티는 관객들에게 이 피어오르는 희망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협연자인 이진상의 톤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투명하고 여린 음을 만드는데 아주 능숙했고, 톤에 미묘한 변화를 주면서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들은 마시모 자네티와 이진상이 각각 곡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들이었다. 이 피아노 협주곡 27번을 하나의 오페라처럼 접근하는 마시모의 방식과 비교적 낭만적인 연주 형태를 시도하는 이진상의 연주가 적당한 지점에서 절충되었다. 잘 설계된 마시모 자네티의 반주는 곡이 가진 매력을 풀어내기에 충분했다. 목관과 피아노의 대화 등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들을 전부 챙겼다.

 

이어서 연주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은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단원들에게도 버거워 보였다. 지휘자가 중심이 되어주었으나,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앙상블은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 했다. 하지만 음반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들이 섞이고 쌓아올려지니 실황에서의 공연은 정말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관객들에겐 이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을 것이다. 불과 몇 개의 악기들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기술적으로는 부족했지만, 선곡과 기획의 의도는 훌륭했다. 적은 수의 악기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베토벤 현악사중주 16번은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되었다. 베토벤이 삶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 작곡되었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된 3악장은 특히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작품의 규모와 공간이 한참이나 확장되니, 오히려 마스카니나 푸치니같기도 하고 혹은 말러의 아다지오 악장 같이 들리는 지점들이 있었다. 앙상블을 맞추는 방법이나 전하는 감정 모두 베토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베토벤 현악사중주 16번 3악장과 말러 3번의 아다지오 악장은 그 모습이 닮아 있는데, 마시모 자네티는 이 점을 염두해두고 선곡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또 본래의 4명의 연주자가 아닌, 한명의 지휘자에게 소리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오니 곡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작품은 실내악이라는 장르가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나아갔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16번 4악장 도입부에는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메모의 힌트를 작품 밖에서 찾기도 했고, 안에서 찾기도 했다. 마시모 자네티 역시 기자 간담회 당시에도 이 문구를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공연장에서는 우리에게 음악으로 이렇게 답했다. ‘반드시 음악이어야만 한다!’. 'Es muß sein!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허명현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huhmyeong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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