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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된 신파, 뜨거운 드라마 _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_독일 고전 거장과의 대화

지난 23,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지휘자 정명훈이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로 올해 라인업이 발표된 순간부터 기대를 모았다. 2018 KBS교향악단 정기공연 중 가장 야심찬 공연이었으며, 이를 증명하듯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양일 공연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클래식 애호가들의 높은 기대치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명훈은 1998년 이후, KBS교향악단과 20년 만에 재회를 한 것이다. 정명훈 지휘자는 서울시향 상임을 내려놓았지만, 국내 음악계를 위해 얼마든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명훈 지휘자는 8월 국내 곳곳을 누비며, 국내 일정을 소화했다. KBS교향악단을 비롯해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 대전시향 등과 함께했다. 게다가 24일 KBS정기공연의 수익금은 전부 사회에 환원했다.

이날 공연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연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떤 지휘자들도 피해갈 수 없는 정통 독일 레퍼토리들이다. 팀파니와 함께 1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시작되었다. 줄리안 라흘린은 다이나믹한 연주보다는, 아주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그 중 2악장이 백미였는데, KBS교향악단의 반주와 조화를 이루며 눈부신 순간들을 만들어 냈다. 오페라 반주에 능한 정명훈은 2악장 심상에 가장 적절한 조도 값을 만들어 내며, 협연자를 서포트했다. 그리고 2악장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조도를 조금씩 바꿔 다채로운 심상들을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정명훈 지휘자가 만든 시나리오와는 별개로, 다소 거칠었던 목관과 금관은 아쉬웠다. 잘 정돈되지 않은 소리가 등장하며, 앙상블을 이루지 못한 구간들이 보였다. 불안한 음정들이 때로는 감동을 위협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모두 끝내고, 줄리안 라흘린은 앙코르로 이자이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연주했다. 오케스트라 반주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앙칼지고 날을 세운 이자이를 만들어갔다. 절제된 연주를 선보이면서도, 오차 없는 아티큘레이션과 함께 비르투오소로서의 면모를 맘껏 뽐냈다.

그리고 공연이 2부에 들어오면서, 목관과 금관 섹션은 컨디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의 도입부는 1부의 불안함을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도입부의 멋진 밸런스로 순식간에 관객들을 압도했다. 두껍게 등장하는 현악기 소리 속에서, 하강하는 목관과 금관의 울림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브람스의 선율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각 악장마다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감정을 치밀하게 구축해가는 과정은 눈여겨볼만했다.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면서, 이전 프레이즈가 순차적으로 다음 프레이즈와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축되었다. 더 높은 온도로 끊임없이 가열 과정을 이어갔다. 어디서 기인한 효과인지 그 구축 방법을 채 깨닫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굵직한 감정선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갔다. 머리보다 심장이 몇 초 먼저 반응한 셈이다. 그리고 가장 높은 온도에 이르러, 브람스의 정열을 뜨겁게 태웠다. 이는 정명훈 지휘자의 가장 큰 장기이기도 하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정명훈의 진가는 오페라에서 나타난다. 아주 뛰어난 반주능력과 심장을 부여잡게 만드는 극적인 연출이 그 이유다. 클라이맥스마다 등장한 KBS교향악단의 조직력과 반응속도도 인상적이었다. 정명훈의 지휘봉에 빠른 속도로 반응하며, 뜨거운 드라마를 만들어 나갔다. 사실 근래 들어 KBS교향악단은 괄목할만한 합주력을 선보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밝혔듯, 파비오 루이지가 10월 KBS교향악단을 지휘할 예정이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팬들은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다.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듣기 힘든 모차르트와 브루크너가 될 예정이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지휘 정명훈

협연 줄리안 라흘린 Julian Rachlin(바이올린)

 

베토벤 /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61번

L. v. Beethoven / Violin concerto, Op. 61

 

브람스 / 교향곡 제1번 c단조, 작품 68번

J. Brahms / Symphony No. 1 C minor o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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