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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수성을 펼쳐냈던 아티스트- 장에플람 바부제(Jean-Efflam Bavouzet)

[허명현의 감성회로찾기]

3월 서울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했다.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라파우 블레하츠, 유자 왕,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미로슬라브 꿀띠쉐프가 서울을 찾았고, 통영국제음악제를 맞아 압두라이모프가 통영을 방문했다. 연주자 사정으로 취소는 되었지만, 머라이 퍼레이어와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역시 3월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피아니스트 라인업만 보면, 서울 관객들은 유럽 부럽지 않은 한 달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에플람 바부제가 보여준 포지션도 주목할 만 했다. 바부제는 서울시향과 3월 8일~9일 연달아 공연을 했다. 8일에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9일에는 서울시향 단원들과 라벨 피아노 트리오 등 실내악 작품들을 함께 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라는 다소 관념적인 아우라를 차치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바부제의 연주는 강점도 많았고, 충분히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이 시작하고, 바부제가 연주한 글리산도는 이미 다른 차원의 경지였다. 상행, 하행을 반복하는 글리산도를 각각 다른 강도로 섬세하게 컨트롤했고, 마지막 글리산도에서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 듯 대단한 입체감을 보였다.

 

공연 내내, 특유의 날아갈 듯 가벼운 터치는 탄성이 대단했다. 건반에 어느 정도로 힘을 들이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건반은 빠르게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3악장에서 박자를 통해 빚어내는 미묘한 뉘앙스는 정말 귀한 순간이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답게 잘 훈련된 박자감에서 비롯된 장면들이었다. 다만 서울시향 단원들이 바부제가 설정한 박자에 조금씩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인 건 아쉬웠다.

 

그리고 바부제는 전반적으로 음색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거나, 눈에 띄는 큰 흐름의 변화를 주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라벨을 생각하는 기준이 달랐던 관객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나뉠 수 있을만한 연주였다.

 

앙코르로는 2곡을 연주했는데, 라벨의 ‘물의 유희’ 도 연주되었다. 역시나 프랑스 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터치였다. 이때의 글리산도는 건반을 만지는 게 아니라 물결을 만지고 있었다.

장애플람 바부제-412 col (hi-res for print) J-E Bavouzet 4July2016 (c) B Ealovega

9일 실내악 연주에서는 라벨의 피아노 트리오가 하이라이트였다. 바부제는 확신에 찬 연주를 보여주었다. 즉흥적인 요소보다는 철저하게 계획된 음색을 바탕으로 한 연주였다. 냉철한 해석을 견지하며, 작은 문양들을 세공해 전체를 조립했다. 마지막 악장에 이르러서는 조금씩 변해가는 화성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라벨이 고안해낸 천재적인 장면들을 챔버홀에 연출했다. 또 서울시향 제2바이올린 김덕우와 첼로 수석 심준호와의 호흡도 자연스러웠는데, 특히 심준호 수석의 음색은 바부제의 연주에 아주 잘 녹아들어 하나의 흐름을 보였다.

 

3월 7일은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탄생일이었다. 서울시향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타이틀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이미 장에플람 바부제가 연주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과 라벨 트리오가 그 역할을 했다. 라벨을 위한 공연이 되기 충분했다. 그리고 서울시향은 늦가을, 프랑스의 또 다른 걸출한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와 프랑스 낭만을 함께 한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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