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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젊음으로 가득찬 무대, 그리고 의욕과 과욕 사이'- 대학오케스트라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KV.488, R.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Eine Alpensinfonie) op.64
대학오케스트라축제 2부, 알프스 교향곡 연주

11월 1일부터 8일까지 한 주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온통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 찼다. 예술의 전당이 주최하는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4회째를 맞이했고, 7개의 대학교(연세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각 학교를 대표하는 지휘자와 협연자가 참여해 축제의 취지를 살리고,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스트라빈스키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그 프로그램들만 살펴보면 올해 여름 열렸던 영국의 축제 BBC Proms 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대학오케스트라축제 1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협연

1부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으로 시작되었다. 피아노가 들어오기 전 현악군과 목관 그리고 금관이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서로 다른 박자 안에 갇혀 연주를 지속하였다. 하지만 이내 피아노가 들어오고 피아노의 박자에 맞춰 호흡을 같이 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프로오케스트라만큼 다듬어지고 세공된 연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악군은 민첩한 연주를 보여주며, 현악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 3악장에 이르러 목관이 다소 흔들리고 음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협연자인 김대진 교수는 고개와 눈으로 목관군과 호흡을 맞춰가며 피아노와의 앙상블을 조율하였다. 동시에 정치용 지휘자는 끊임없이 디렉션을 주며, 현악군을 탄탄하게 짜임새 있게 운영하였다. 이날 김대진 협연자는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는 ‘콘서트 피아니스트’ 라기 보다 제자들을 지도하는 ‘교수’ 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학오케스트라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2부에 연주된 알프스 교향곡은 그 규모와 난이도 때문에 프로오케스트라도 꺼리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오케스트라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곡은 시작되었다. 곡의 서주인 ‘밤’ 은 알프스 교향곡에서 가장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반에서는 그 특성상, 현악기의 안개 같은 울림을 정확히 듣기 힘들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트럼본이 과한 음량으로 밤의 주제를 연주해, 현악기들의 목소리가 움츠러들었다. 이 구간을 비롯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자신의 파트만 무사히 완수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였다. ‘폭풍우’의 대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폭풍우에 동원되는 타악기들의 음량에서 젊음과 패기는 가득했으나, 정치용 지휘자가 의도했던 감각적인 폭풍우를 연출하지 못했다. 그 과함이 다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악기의 움직임까지 듣고 소리를 내기에는 곡의 난이도가 아마추어들에게 너무 벅찼다.

 

하지만 많은 양의 연습을 보여주는 대목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결국, 이 어려운 곡에서 학생들은 감동의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정상에 오른 직후의 순간이 특히 그러했다. 정상에서 원경을 바라보는 듯한 오보에의 연주가 끝나고, 이어받는 현악군의 밀도감은 프로오케스트라에 버금갔다. 또한 다소 단호했던 오보에의 프레이즈와 이에 대비되는 현악기들의 풍성한 울림이 곡의 전개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마치 객관적으로 실재(實在)하는 외부 배경과 작곡가가 느낀 절절한 내면의 울림이 대비되는 듯 했다. 시선의 이동을 소리로 적절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현악군은 한사람이 연주하듯 체계적이고 보기 좋은 일사불란함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지속적으로 기세 좋게 등장하는 트럼펫과 트럼본의 주제와도 아주 밸런스 좋게 섞였다. 그렇게 등산의 정상부에서 느낀 벅찬 감동을 그대로 무대에 뿜어냈다.

 

이 뿐만 아니라, 현악군은 알프스교향곡에서 중추를 담당하며 종횡무진 활약하였다. 1부 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날 정치용 지휘자는 발걸음 주제에서 다소 빠른 템포를 주문하며, 속도감 있는 등산을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현악군은 다른 악기들이 빠른 등산길 도중 울타리 밖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전 악기들을 리드했다. 그리고 곡이 끝날 때까지 현악군과 정치용 지휘자가 끊임없이 기민한 아이컨택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거대한 알프스의 울림 속에서, 거대하게 뭉친 소리를 뚫고 나오려는 트럼펫 솔로의 분투가 대단했다. 다소 투박하고 실수도 종종 있었으나, 그 감동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다른 악기들보다 훨씬 어려웠을 대목에서 제 역할을 훌륭히 완수해냈다.

 

이번 축제무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대에 오른 아마추어 대학생들 개개인의 기량은 분명 출중하다. 하지만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적으로 대규모의 프로그램들을 올리다 보니, 오히려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작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대학교들이 경쟁적으로 말러의 교향곡 4개(교향곡 1번, 2번, 5번, 9번)를 무대에 올렸었다. 하지만 그중 몇몇 학교는 만족할만한 합주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역시, 과유불급의 형세가 되었다. 프로오케스트라도 소화하기 힘든 프로그램들을 무리하게 시도하려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섰다. 무리한 프로그램 기획으로 인해, 대학 오케스트라축제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앙상블’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시 조금 더 쉬운 프로그램을 선택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단합력과 앙상블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어야 했다.

 

‘축제’ 란 말 그대로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를 뜻한다. 학교 간 서로를 과시하며, 경쟁의 양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축제’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대학오케스트라 축제 주간이 학교내부의 화합과 앙상블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젊음, 열정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항상 응원한다.

 

허명현 객원기자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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