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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을 가다 ③‘한여름에 맞이하는 봄의 제전과 리듬의 혁명’ _Stravinsky in Vladivostok
Stravinsky in Vladivostok by G. Shishkin

 

The Mariinsky Orchestra

Conductor: Valery Gergiev

 

올해로 탄생 135주년을 맞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는 서양음악사에서 아주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이날 공연인 ‘봄의 제전’ 은 충격적인 음악과 야만적인 안무로 초연 당시 파리 샹젤리제 극장을 큰 소란 속으로 빠트렸다. 하지만 시대는 '봄의 제전'을 선택했고, 200년 이상을 군림해온 선율 중심의 독일음악에 종언을 고했다. 그리고 마침내 리듬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Igor Stravinsky

본 공연에서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게르기예프의 시너지가 넘쳐흘렀다. 게르기예프가 다른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때 나오는 특유의 시너지가 오늘도 공연장의 공기의 밀도를 촘촘하게 바꾸어 놓았다. 연주는 바순의 높은음의 선율로 시작되었는데, <봄의 제전>의 상징적인 선율이자, 언제 들어도 그로테스크한 진행이다.

3박자, 5박자, 7박자, 11박자를 오가는 내내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아주 숙련된 박자 전환을 보여주며, 아주 잘 훈련되어 숙달된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박자들 속에서 게르기예프는 양극단의 다이내믹을 보여주며, 극한의 야만성과 에너지를 발산하였다. 이러한 에너지는 1부의 끝 ‘대지의 춤 (Danse de la Terre)’에서 극대화 되었다. 곡은 크레셴도로 치닫고, 대지를 진동시키는 타악기들이 맹렬히 진격하였다. ‘끝까지 간다’ 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타악기의 마지막 진동에서는 타악기가 낼 수 있는 음량의 끝까지 나아갔다. 아주 자극적이지만 규칙적인 박자 안에서 과감하게 두들겨대니 이 또한 흥겨운 요소였다.

2부에서는 템포의 변화가 아주 다채롭고 파트별로 태세전환이 완벽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발레의 요소가 빠지고 오케스트라만 남는 봄의 제전에서 게르기예프는 더욱더 곡에 자유도를 부여하였다.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움직이듯 그 움직임의 범위가 다양하고, 발레에서는 보지 못했던 지점까지 전부 보여주었다. ‘신성한 춤 (Danse Sacrale)’에서의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템포가 그것이다. 안무를 도저히 맞추지 못할 정도로 빠른 템포를 유지하다가도, 긴 숨을 내뱉듯 아주 늘어지는 부분을 이어 붙이기도 하여 그 변화의 폭이 정말 넓었다. 2부의 끝, 마지막 일격이 나오기 직전, 긴 정적이 흐를 때의 그 순간은 긴장감이 아주 대단해서 정적의 순간마저 아주 중요한 음악적 순간으로 여겨졌다.

Stravinsky in Vladivostok by G. Shishkin

관측되지는 않고, 오직 중력을 통해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암흑물질이 사실은 온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날 공연에서도 들리지는 않지만,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긴장감 넘치는 ‘그 무언가’ 로 인해 관객들이 느끼고 있던 공기의 밀도는 아주 높았다. 한여름 밤,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선사했던 이처럼 특별한 <봄의 제전> 공연이 모두 끝난 후 객석은 뜨거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913년,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의 초연은 경찰이 출동할 만큼 혼란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 후, 관객들은 박수갈채로 이 도발적인 스트라빈스키의 걸작을 대하고 있다. 한 세기를 지나 이제는 또다시 불멸의 고전으로 남아버린 <봄의 제전>을 마주하면서 다시 한번 시간과 역사의 무게를 가늠해보는 밤이었다.

 

허명현 객원기자 (음악칼럼니스트) in Vladivostok

/ 사진제공 마린스키 극동페스티벌(Ⅱмеждународный дальневосточный фестиваль «мариинский» владивосток)

 

마린스키 극장 로비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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