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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이 시대의 광야에서.... 다시 ‘너’ 를!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쟎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북(北)쪽「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ㅡ이육사 '꽃’

 

 

분연하다!

뜨거운 여름의 그 날이 다시 오고 있다. 매년 8월 15일. 올해는 광복 이후 75주년이 되는 해다. 이육사 시인은 1945년, 광복의 해에 시 <꽃>을 발표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데, 시인이 시대의 불의에 맞서 항거하며 치열한 정신으로 분단의 비극을 넘어 이를 극복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것임을 새삼 벅차게 다가온다. 오늘의 절대절명의 정신임을 우리 모두 각인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의 광복과 독립과 염원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강탈된 주권은 되찾았고, 열사의 꿈은 독립으로 이어졌으나 분단된 이 땅은 여전히 그대로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악의 축들은 무리를 지어 횡행하고 있다. 어느 한 때, 신념이 생의 가치가 되어 온 몸을 불사르던 시절이 있었다. 개인의 부귀와 안락이 아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이념과 공동의 선(善)을 향한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세상은 바뀌어 이념의 시대가 아니다. 자유와 정의에 대한 이념은 담론이 되었고, 돈과 권력과 생존과 경제가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 앞에 어떤 영예로운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더욱이 ‘Covid-19’ 라는 세계적 재앙 앞에 생존의 문제는 더욱 급박해졌다. 피지컬한 생사보다 연명의 생존이 눈앞에 닥쳤고, 다른 여타의 가치적인 이념을 돌아볼 여지가 빈약해진 셈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의 시국에서 어렵사리 <제1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열린다. 답답한 일상에 힐링과 웃음을 주고자 ‘3편의 해피엔딩 오페라’를 준비한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파오페라로 불리는 ‘세비야의 이발사’는 자본을 축적한 시민계급의 풍자에 대한 이야기다. 신념보다 자본이, 돈이 세상의 가치 척도가 되어버린 오늘에, 광복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그것의 위력이 아닌, 보다 높은 가치로운 이념이 이 땅에 꽃 피우길 염원한다. 목매어 다시 너를 불러본다.

 

- Editor –in – Chief  임효정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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