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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시대의 야만

바람 비 서리 눈 지나간 뒤, 한 나무에 꽃이 피면 온 세상이 봄이로다

- 우음

 

모름지기 새해 정월에는 덕담과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가 오고 가야 하는 시절이다. 그럼에도 춥고 어두운 밤 길 같은 암울한 현실이 가로 놓여있다. 희망을 말하기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남아있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이맘 때 쯤이면 늘 생각나는 문학의 한 구절, 그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췄다.”라고 하는 고전이 되어 버린 아름다운 문장이 그리움으로 따스한 정서를 불러일으키지만, 올해 새해 벽두는 왠지 “이 시대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말한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는 언제쯤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는 걸까. 꽃처럼 스러져간 상처 입은 영혼들에 진혼곡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정상이 아닌, 혼돈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혼잡한 사회, 불신과 의혹이 팽배하고 욕망이 난무하며 도덕과 상식이 실종된 사회에서 위안과 희망으로 어루만져야 할 문화예술계가 직격탄을 맞고 혼란의 정국 한가운데서 어지럽게 춤을 춘다.

지금 우리들 삶의 환경은 정상이 아니다. 편협한 인식의 부재와 시대착오적인 이념, 맹신은 비단 만 여 명의 예술가들 블랙리스트만이 아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하는 불순한 욕망은 이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이 되어 불편한 진실이 아픔의 감각을 무뎌지게 할까 염려스럽다.

신념들의 집합을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잘못된 신념으로 무장한 인간의 위선과 오만이다. 더욱이 그런 맹신의 인간이 사회 지도층 일 때, 사회는 진보하지 못하고 혼돈의 나락으로 빠진다.

인간은 신념으로 사는가? 신념만으로 살 수 있을까. 인간은 신념만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인간은 욕망만으로 사는 존재는 아니다. 누군가는 말한다. 신념 혹은 의지가 소망하는 방향과 본능적 욕망이 이끄는 방향 사이에서 인간은 비틀거리며 산다고. 사람의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불변의 명언이다. 여전히 홍위병처럼 남아 있는 낡은 이념이 문화와 예술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다.

그럼에도 이 비관 충만의 시대에 낙관을 구가하며 부박한 세상을 뛰어넘는 정신의 고고함을 찾아야 한다. 문화와 예술의 이름으로 삶에 대한 예의를 외치며 여전히 순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해야만 한다. 온 힘을 다해 의지적으로!

 

편집장 임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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