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진남수의 무빙액트
스크린으로 엿보는 희망 _NT Live
NTL 2019 - One Man, Two Guvnors-2011-PRO-1-James Corden as Francis Henshall-Johan Persson - 3

2020년 2월. 국립극장은 세편의 NT Live를 선보였다.
NT Live는 National Theatre Live의 줄임말로 영국 국립극장이 2009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영미권의 우수한 화제작을 촬영해서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는 2014년 3월 국립극장이 NT Live를 도입해 지금까지 총 18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도 국립극장은 2월 6일부터 19일까지, 영국 국립극장 NT Live 10주년 기념 재상영작으로 선정된 '한 남자와 두 주인(One Man, Two Guvnors)'과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소재로 한 '리먼 트릴로지(The Lehman Trilogy)' 그리고 관객설문에서 다시보고 싶은 작품 1위로 뽑힌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을 재상영했다.

Live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공연을 스크린으로 본다는 것이 처음엔 쇼윈도 바깥에서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행인 같아서 조금 심드렁했었지만, 지난 가을 이언 맥켈런이 주연한 <리어왕>을 보고 나서는 사서 입고, 신지는 못해도 아이쇼핑이라도 꼭 해야겠다 싶어져서 이번에는 일찌감치 자리를 맡아두고 구경을 갔다.

첫 번째 상영작은 니컬러스 하이트너 연출의 '한 남자와 두 주인'이다. 이 작품은 카를로 골도니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리처드 빈이 극본을 쓰고 미국 <더 레이트 레이트 쇼>의 진행자 제임스 코든이 주연을 맡아 2011년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을 거둔 뒤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흥행을 거둔 코미디 작품이다.

 

달오름극장 유리문을 들어서서 카메라 앞에 섰다. 무려 공항에서나 보던 열감지 카메라다. 영상물과 카메라. 시작부터 참으로 신묘한 조합이다. 그 옆으로 손소독제와 마스크가 준비되어 있었고 로비의 모든 진행요원들은 흰 마스크를 쓰고 관객을 맞았다. 객석에 들어가 앉으니 스크린에는 'National Theatre Live 10years on screen'이라는 로고가 큼지막하게 떠 있다.

 

2020년 2월은 몹시 영화적이다. 1월말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확진자들은 격리되었고 그들의 동선은 추적되었다. 학교들은 대부분 졸업식을 축소하거나 취소했고, 많은 대학이 개강을 연기했다. 유튜브에는 우한의 상황이라는 영상이 돌았고, 국내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뉴스는 속보를 띄웠다.

바다에 떠돌다 정박한 일본의 유람선은 재난영화의 소재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했고, 갑작스레 몇몇 단어들이 생활 주변에 넘쳐났다. 차단, 감시, 격리, 봉쇄, 차별, 혐오 등등.. (그 와중에 모 대학의 트랜스젠더 입학불허 문제까지) 사람들은 선을 그었고 벽을 쌓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피켓과 고성을 스케치북이 이겨내기 시작했고, 불만의 원성보다는 응원과 격려의 소리가 더 커졌다. 그러던 사이 바이러스를 누르는 기생충의 소식이 들려왔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 그 미국의 분리와 차별의 장벽을 <기생충>이 뛰어 넘어버린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는 감격의 박수를 보냈다. 수많은 분석 기사들이 이어졌고, 우리는 선과 장벽이라는 단어로 오늘날의 세상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대부분의 극장은 여전히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꼼꼼한 방역에도 극장은 공포에 취약한 공간이었고, 많은 공연이 취소되었고, 객석은 비어 갔다.

 

시간이 되자 예상외로 달오름극장의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찼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스크린에 눈을 모았다.

NTL 2019 - One Man, Two Guvnors-2011-PRO-9-James Corden as Francis Henshall,Suzie Toase as Dolly-Johan Persson - 2

NT Live '한 남자와 두 주인'은 희극이 보여줄 수 있는 배우술의 극치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연극만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너무나 웃긴 최고의 희극임에도 폭소보다는 감탄이 났던 것은 어쩌면 스크린이라는 장벽 때문일 수도 있겠고, 또 어쩌면 바이러스의 공포에 모든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동시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작품 중의 하나를 보고 있는 이 풍경이 어찌 보면 더 희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며, 역사적인지도 모르겠다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쿵저러쿵 해도 이 작품은 충분히 재미있다. 고전의 현대적 변용에 관한 좋은 예이며, 첨단영상의 시대에 존재하는 연극의 가치와 가능성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대인기피의 시절에 지구 저편의 연극으로 무엇인가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 연대하는 듯한 느낌까지 안겨줬으니.

 

진남수 (호원대 교수, 극작가, 배우)

 

이수민 기자  Press@ithemove.com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