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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과 <댓글부대>
댓글부대, 바바서커스, 사진제공 서울연극협회

 

 

영화에서 프레임이란 필름 한 장 또는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의 둘레를 말하며, 필름의 바깥 세상과 필름 안의 이미지를 구획 짓는 기능을 한다. 배우들은 주어진 프레임에 따라 움직임의 크기나 속도를 조절하며, 연속적인 프레임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통제하여 연출의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한다. 회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우리가 어떤 화가의 그림을 바라 볼 때, 우리는 그림의 오른 쪽이나 왼쪽에 혹은 위나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그림을 구획한 프레임 안에 모두 다 표현되어 있을 것이라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레임이 언어의 영역에 이르면 그 위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프레임이란 본래 새로운 대상이나 개념을 인식할 때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이미 구축된 ‘마음의 창’을 활용하는 생각의 처리 방식으로, 그 체계의 효율성은 인간 생존의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왔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미국의 언어 인지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버클리에서 ‘인지과학입문’이라는 수업에서 프레임에 관한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내준 과제다. 말 그대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 물론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오히려 그 프레임은 활성화 되고 점점 강화된다. 그의 책에 따르면 “인지 과학이 발견한 근본적 사실 중 하나는 사람들이 프레임과 은유를 통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프레임은 우리 뇌의 시냅스에 자리잡고 있으며, 신경회로의 형태로 물리적으로 존재한다. 만약 프레임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으면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무시된다.”

 

정치의 영역에서 프레임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끊임없이 우리의 인지적 무의식을 파고들고 있다. 누가 어떤 프레임을 선점하느냐는 마치 과거 재래식 전쟁에서 고지의 선점을 연상하게 한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한쪽이 전략적으로 짜인 프레임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의 틀을 장악하면 상대는 그 프레임을 반박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적폐, 종북, 좌파독재, 세금폭탄, 사망보상금, 경제파탄, 대변인, 국민 눈높이, 날치기... 쉴새없이 프레임이 짜지고 씌워지며 난타전이 벌어진다. 때로는 막말과 혐오의 인터넷 용어까지 보도에 오르내리고 있다. 왜 저런 일이 벌어질까 의문을 갖다가도 프레임의 위력을 떠올리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번 제 40회 서울 연극제의 화제작 중에는 댓글부대(극단 바바서커스 이은진 연출)라는 장강명의 소설을 각색하여 무대화한 작품이 있었다. 2012년 국정원 댓글개입사건과 그 이후 한국사회의 인터넷 여론조작을 모티브로 하여, 정치, 경제, 언론의 실상과 각계각층의 욕망이 뒤엉킨 여론조작의 인터넷 생태계를 가면과 움직임, 감각적 영상과 함께 매우 경쾌하게 펼쳐낸 작품이었다. 언어는 도발적이고 태도는 도전적이며 표현은 자극적이면서도 세련되었다. 그러나 뒷맛은 떫다. 숙제를 안고 극장을 나서는 까닭이다. 수많은 블로그의 상품평과 맛집 소개, 광고성 보도와 정치적 의도를 품은 프레임들 속에 내가 과연 바로 보고 바로 설 수 있을지 의심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타인의 프레임을 강요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이 글 역시 하나의 프레임이다. 하지만 프레임은 변한다. 시대에 따라, 거리에 따라, 방향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깨트리고 프레임을 바꾸어 봐야한다. 길게 보고, 깊게 보고, 프레임 바깥까지 시선을 확장하는 것. 그것이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는 하나의 시도가 되지 않을까. 고대로부터 연극의 목표는 진실의 추구에 있었다. 오래된 연극의 격언 중에 “거시적으로 보고 미시적으로 작업하라”는 말이 있다. 달리 보고 다시 볼 것. 프레임의 변화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예술처럼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우리 삶이 주체적으로 깨어 있기를 바래본다.

 

진남수 (배우, 극작가, 호원대 교수)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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