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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움직임의 공간적 회화 구현_김남식<검은 사각형(The Black Square) - 의미 없음의 의미>

이 안무자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이채로운 무대 <검은 사각형(The Black Square) - 의미 없음의 의미>(2019.9.4.~6, The Page Gallery)가 남긴 강렬한 잔상 때문이다. 미학적 연속성과 확장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김남식 안무의 이 작품은 갤러리 공간의 회화성을 무용의 입체성으로 치환한 명작이다.

전시공간을 이동하며 움직임을 담아 낸 <검은 사각형>은 안무자가 추구하는 철학으로 갤러리 공간을 팽팽하게 만든다. 프롤로그부터 공간(SPACE) Ⅰ, Ⅱ, Ⅲ을 지나 종착역인 에필로그까지 도달해서야 관객은 긴 숨을 내뱉는다. 이 작품은 2017년 2월, 20분 분량의 소품으로 시작되었다. 작품 모티브는 ‘절대주의(Supermatism)’ 창안자인 러시아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의 「검은 사각형 1915」이다. 이 작품에 바탕을 두되 안무자만의 독창적인 콘셉트와 구상은 ‘무용 움직임의 공간적 회화 구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분명히 달성했다. ‘간결과 응축’이라는 시각적 절대성을 몸이라는 신체를 통해 움직임의 절대성으로 공간에 녹여낸 것은 이 작품의 큰 수확이다. 안무자가 의도한 회화적 평면성은 무용의 입체성을 담아 공간을 숨쉬게 만들었다.

절대주의를 넘어선 절대주의. 특히 공간에서 이를 수용하고자 한 김남식 안무자의 예술 행보는 시선을 멈추게 한다. 극장 공연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갤러리에서의 공연은 한눈에 들어온다. 이번 작품, ‘생각의 드로잉Ⅳ’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퍼포먼스 영역으로, 특히 무용을 통해 드로잉(drawing)하는 그의 일련의 활동은 예술 영역 확장과 대중의 시선잡기에 주효했다. 몸으로 그리는 드로잉을 실천한 주요 공간들로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신사동 주 갤러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유진갤러리, 대원미술관 등 다양하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청된 한호 작가 작품 「영원의 빛-동상이몽」 오프닝 퍼포먼스 안무 및 예술감독을 하는 등 많은 국내외 활동을 통해 무용의 지경을 넓혔다.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 예술감독으로 무용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검은 사각형>을 준비하며 안무자는 “이전의 모든 여정은 검은색(79.5×79.5cm)의 정사각형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라고 말한다. 사각형의 우주를 나의 사각형으로 구조화하고, 우리의 사각형으로 발현시킨 것이다. 선(SPACEⅠ), 면(SPACE Ⅱ), 점(SPACE Ⅲ)을 통과하며 공간 입체성을 더욱 풍요롭게 한 이 작품은 ‘의미 없음의 의미’를 의미있게 전달했다. 안무자가 고민하여 풀어낸 하나의 메시지. 하지만 그속에 숨겨진 다의적, 다층적 메시지를 수용자인 관객 해석의 몫으로 돌림으로써 부제 ‘의미 없음의 의미’는 자신의 소임을 충분히 다한다. 김남식과 더불어 전혁진, 최재혁, 앙상블 최명현, 이바다, 조재현, 신유진의 조화로운 움직임은 전시 공간 이동에 따른 검은 사각형의 노래를 유감없이 부른다. 손관중 예술감독의 예술적 디렉션 또한 안무자가 편안하게 공간을 연출하고,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두건을 쓴채 원통을 발로 아슬아슬하게 굴리며 등장하는 프롤로그는 흩어진 감정의 조각을 무의식의 흐름이라는 여정으로 하나 둘씩 이끌어낸다. SPACEⅠ에선 사각형에 응축된 검은 우주를 담고, SPACE Ⅱ는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증폭된다. 이어지는 SPACE Ⅲ은 발버둥쳐도 결국은 ‘검은 사각형’안에 멈출 수밖에 없음을 작가는 말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의미 없음의 의미를 소금 바닥 공간에서 하얗게 길어 올린다. 검은 사각형이 눈부시다.

 

* 안무자 김남식

한양대학교 무용학 박사

Dance Troupe-Da 대표

예술행동 프로젝트 ‘꽃피는 몸’ 예술감독

제19회 서울국제무용제 대상 및 연기상 수상(1997), 대한민국무용대상(솔로&듀엣 부문) 최우 수작품상 수상(2013), 제5회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안무상 수상(2014)

최근 주요 작품 : <서시>, <살로메>, <아빠의 방>, <너는 어디로 가든 봄이다>, <봄 여름 가 을 겨울 그리고...봄>, <시계태엽 오렌지>, <태양의 돌>, <영원한 빛-동상이몽>, <거위와 나, 그리고 낡은 꿈>, <someday> 외 다수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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