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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콘텐츠의 길정동극장 상설공연 무용극 <궁:장녹수전>
1막, 녹수 기녀가 되다_장고춤

 

극장은 다양한 기능이 있다. 공연을 실연하는 본연의 기능 외에 사회적, 교육적, 미학적 역할까지 다양하다. 한마디로 문화콘텐츠 요람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동극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최초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 복원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동시대에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개관 이후, 2000년부터는 전통상설공연을 제작하여 선보인다. 국내외 관객을 동시에 겨냥하는 마케팅 전략과 브랜딩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상설공연 무대를 통한 전통공연예술 작품을 개발, 확장하는 일련의 노력은 공공극장의 중요한 책무이기에 그동안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MISO:미소>, <춘향연가>, <배비장전> 등 그동안 고전을 무대화한 여러 작품들이 하나 둘씩 뇌리를 스친다.

5월 첫 날에 관람한 <궁:장녹수전>. 2018년 초연에 힘입어 올해 3월 15일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오후 4시에 만난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는 전통 무용극 양식적 측면과 고전의 현대적 수용이라는 미학 요소까지 두루 만족시킨 무대다. 관람 당일도 아시아 여러 관람객들이 객석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외 마케팅 흔적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2막, 녹수와 연산_녹수 독무

이 공연은 ‘조선 희대의 요부(妖婦)’로 불린 장녹수를 ‘예인(藝人) 장녹수’로 끌어 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장녹수와 연산, 제안대군의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장녹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 전개다. 객석의 호응을 편안하게 유도한다. 무엇보다 극적 전개 속에서 펼쳐지는 우리춤의 다양한 맛과 멋은 풍성한 콘텐츠를 이루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기방에 들어가 기생 수련에 몰두하는 장면에서의 ‘장고춤’, 교방의 기운을 한껏 담아낸 ‘교방무’, 한량들의 ‘한량춤’, 궁녀들의 화려한 꽃춤인 ‘가인전목단’, 연산과 장녹수가 배 위에서 연희하며 보여주는 ‘선유락(船遊樂)’, 장녹수와 신하들이 서로 견제하며 대적하는 장면에서의 격렬한 ‘북춤’ 등 민속무용과 궁중무용의 다양한 춤들은 극을 윤택하게 한다. 예인 장녹수를 담아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3막, 녹수의 궁궐_가인전목단

아쉬운 점 하나는 판굿으로 끝나는 장면이다. 자신의 운명이 마지막을 예감한 녹수가 마지막 기예를 보여주며 작품이 끝나도 무방하다고 본다. 예인의 운명을 여운으로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새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희망의 판굿을 펼친다는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전체 작품의 미적 상승을 다소 반감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마무리 장면을 관객과 함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장면 구성에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필자가 최초로 박사학위논문에서 밝힌 것처럼 ‘극장레퍼토리’로서 효용성이 크다. 대표성, 예술성, 지속성을 충족시키는 문화콘텐츠다.

전통공연예술의 현대적 창조와 수용이라는 미션을 중점에 두는 국내 대표 극장은 국립극장과 정동극장이다. 전속 예술단체를 보유한 국립극장은 출중한 예술단원과 양질의 제작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충분히 경험하였다. 정동극장은 극장 규모, 인적, 물적 자원 등이 국립극장과는 차이가 있다. 정동극장은 초기에는 민속공연 위주의 갈라 공연을 보였다. 이후 상설공연 무대를 통해 전통공연 제작극장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이는 전통예술이 동시대와 호흡하기 위한 첩경임을 정동극장이 실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래는 현재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주영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現)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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