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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주목할 신세대 안무가 8인 무대<2019 현대춤 NEW GENERATION FESTIVAL>
우지영 안무 _뭍, 시작하는 용기_, ⓒ옥상훈

춤의 미래를 밝히다. 한국현대춤협회(회장 손관중)가 마련한 신세대 안무가전 무대다. 올해로 32회를 맞이한 유서 깊은 춤 축제다. 축제는 함께함으로 그 의미를 나누고, 가치도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8명의 안무가들이 이틀에 나뉘어 공연한 이번 무대는 공연은 물론이거니와 매회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있어 그 의미가 더해졌다. 출연자들에게 관객은 천군만마다.

‘2019 현대춤 NEW GENERATION FESTIVAL’(이하 NGF) 첫 문을 연 작품은 우지영의 <뭍, 시작하는 용기>. 이별의 슬픔과 이를 이겨내는 용기를 4명의 무용수가 유려하게 풀어냈다.

때론 이국적인 음악으로, 녹음된 목소리와 어우러진 움직임은 슬픔과의 이별을 기억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슬픔의 누름과 분출’을 절묘하게 교차시켰다. 용기 있는 시작이다.

이어진 무대는 ‘거리의 미학’을 다룬 발레 작품, 서민영의 <사이의 존재>다. 너와 나의 거리, 우리의 거리, 우리네 삶의 거리는 일정한 사이가 필요하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보여주고자 한 안무자는 무대 중앙에 위치한 직사각형 판넬을 배치하고, 밀도 있는 움직임을 통해 안과 밖의 경계를 재배치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2인무가 줄 수 있는 중력의 균형 또한 시간의 경계, 공간의 경계, 관계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하는데 주효했다.

‘비아(非我)’는 이제 안무자 박수윤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가 되었다. 작년 12월 공연에 대해 필자는 ‘비아(非我)의 이항대립’으로 평한 바 있다. 이번 무대는 기존의 예술적 성과 위에 무게감을 더해 비아의 결을 더욱 날카롭게 보여주었다. 작품 <0;非我>는 막 올라가기 전, 상수 앞쪽에서 여자 솔로춤으로 시작된다. 비아의 전조(前兆)다.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공중에 매달린 볼들은 조명속에서 빛나고 움직임에 생동감을 더한다. 아(我)와 비아(非我)의 마찰을 견고하게 했다. 양자는 독립적이면서도 상보적 관계임을 강렬한 라이브 음악속에서 이루어지는 역동적 움직임이 보여주었다. 아를 위한 비아, 비아를 위한 아. 이는 결국 대칭과 대립의 미학이다. 다음번 비아의 탄생을 기다려본다.

첫 회차 마지막 무대는 서정성 강한 작품, 최윤지 안무 <마주치다> 작품이 장식했다. 발레 남녀 듀엣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마주침의 단상을 묵상으로 이끌어냈다. 마주친 순간은 인연을 만들고, 모아진 순간은 멀어짐으로 마주침을 기약하기도 한다. ‘사랑’을 마주할 수 있는 길의 여정으로 치환해 시성(詩性)의 내재미를 보여주었다.

2회차 네 작품은 전반적으로 메타포(methpor)가 강했다. 이는 그만큼 안무자의 창작에 대한 고민이 컸음을 방증한다. 식전 퍼포먼스로 공연 시작을 알린 민수경의 <내가 머무는 순간들, 그리고 안녕>은 공연 시작하며 무대 중앙에 느낌있게 서있는 세트에 눈길이 먼저 간다.

멈춤과 영원을 노래한 안무자는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부정과 고립-분노-협상-우울-수용) 중 ‘분노-협상-수용’을 표현하고자 했다. 필자는 이를 죽음에 대한 ‘멈춤과 영원의 무가(舞歌)’라 칭하고 싶다. 태양과 밤의 죽음이 있듯 삶과 죽음의 간극을 무대세트 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준다. 순간과 작별하되 영원과 순간이 되는 멈춤의 시간이다.

사선으로 오가며 삶을 관조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보여준 박관정의 <둑 part 2>. 안무자의 솔로춤으로 진행된 이 작품은 ‘나’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내 마음의 둑을 끌어들인다. 둑이 무너지면 상처가 되기도 한다. 위로가 필요하다. 또 다른 둑이 필요한 상황이 유발된다. 삶 자체가 둑으로 이루어졌으니 늘 그 속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고민을 밀어내고자 ‘해방된 나의 이야기’를 독백식으로 보여준 내밀한 작품이다.

오정윤 안무 _네_, ⓒ김두호

‘당당한 NO’는 어렵다. 현대 사회에선 더 어렵다. 마음껏 ‘NO’와 ‘WHY’를 외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오정윤 안무자는 <네> 작품으로 표출했다. 사각 철제 프레임을 오브제로 활용하며, 기계적, 반복적, 통일된 움직임으로 안무 의도를 구현했다. 특히 무대 뒤에서 ‘YES’라고 소리 할 때, 무대 앞쪽의 1명은 귀를 막는다. 진솔한 ‘YES’다. 당당함은 솔직함이다. 그 솔직함을 ‘YES’로 처리해야 될 상황이 많다. 당당함에 대한 담대함을 7명의 무용수들은 자문자답하며 ‘YES’와 ‘NO’를 무대에서 반복한다.

이병진 안무 _MOTIVATION Ⅱ_, ⓒ옥상훈

마지막 작품은 이병진 안무 <MOTIVATION Ⅱ>. 작업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처럼 동일한 복장을 한 무용수들은 빈 박스를 쌓고 부수는 일련의 행동들을 한다. 휘슬소리에 맞춰 훈련하는 듯한 모습을 때론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 제목처럼 ‘동기(動機)’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안무자는 특별한 동기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역설(力說)한다. 하지만 또 다른 ‘역설(逆說)’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정체성과 방향성 찾기에 상존하는 것이 바로 동기이기 때문이다. 안무자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생동감있는 에너지를 주려고 한 작품이라고 한 것처럼 미약한 동기지만 희망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기에 그 열매는 크고 달 수밖에 없다. 동기라는 이름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삶의 찬가다.

개성있는 8명의 젊은 안무자가 보여준 2019 NGF 무대. 안무자 발굴과 육성이라는 기획의도와 콘텐츠를 분명히 보여준 한국현대춤협회의 노력과 안무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신세대는 미래다.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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