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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말하는 내일의 춤<2019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
김현태_&#169;옥상훈

 

이주영의 댄스포에지④

예술은 역사다. 축적과 기억을 반복하되 미래를 꿈꾸는 역사다. 살아 있는 역사를 창조적으로 일구어 나가기에 예술의 가치는 숭고하다. ‘오늘의 춤’, ‘오늘날의 현대춤’ 정신을 30여 년 동안 흔들림 없이 고수해오고 있는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이하 작가전). ‘춤작가’라는 의미 부여를 통해 안무, 안무자에 대한 지경을 확장한 것은 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작가 정신’이란 예술혼을 세상 밖으로 숨 쉬게 했기 때문이다. 부대행사로 열린 ‘2019년 한국현대춤협회 심포지엄’ 시작 전, “작가전이 끝나야 진정한 봄이 온다”는 협회장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이는 단순히 개최 시점에 연동된 계절적 의미를 넘어선다. 작가전이 가진 다양한 함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봄의 생동감과 연관된 식지 않는 작가 정신인 ‘창조성’, 봄 무대를 기다리며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자신의 춤 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춤작가의 ‘설렘’, 춤작가이자 출연자로서 두 배역을 완벽하게 해야 되는 예술가로서의 ‘고독과 인내’ 등 다양한 의미가 땀방울처럼 배어있다. 2019년 올해도 동일한 역사의 현장을 목도했다. 그동안 작가전에 참가한 169인의 춤 정신이 무대에서 피어나는 순간이다.

 

이지희_&#169;옥상훈

시작과 끝, 삶과 고민 사이의 과정을 담아내고자 한 최수진의 ‘if/repeat’은 파워풀함과 여성스러움이 공존한 솔로 작품이다. 결과를 위한 과정, 그 과정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에 답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최수진은 자신의 영문 이름 ‘최수진(Choi soojin)’을 통해 무대에서 보여준다. ‘페르소나(persona)’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김태연은 타인의 시선과 여자라는 대상을 주체와 객체의 결합과 해체를 통해 페르소나를 위한 또 하나의 여정을 의미 있게 보여 주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태는 자신의 춤 철학을 ‘농(弄)’을 통해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작품은 화문석 위에 춤추는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연상시킨다. 공간적 농밀함은 예술적 원심력을 가동시킨다. 묵직함, 흥겨움, 처연함이 혼합된 김현태의 농은 작가전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첫 번째 그룹 마지막 무대는 이지희다. 작가는 마침표 없는 마침을 ‘Dots’이란 작품을 통해 지성적으로 담아냈다. 함께 출연한 강수빈과의 호흡도 조화롭다.

두 번째 그룹 첫 무대는 이태상이 연다. 지경민과의 듀엣 무대인 ‘본.전.생.각’은 종이 마이크를 만들어 작가의 독백을 던진 마지막 장면에서 큰 울림으로 객석에 전달된다. 유장일의 발레 듀엣 작 ‘in Dreams...(La sylphide)’는 섬세한 감정선을 정교한 안무로 풀어냈다. 호기심, 욕망, 소유의 다양한 지층을 부드럽게 때론 비장하게 담아낸다. 최지연의 ‘일상에 핀 환각의 꽃, 「백야」 - 두 번째 이야기’는 연극과 영화를 본 듯하다. 입체성이 강하다. 유희를 슬픔으로 승화시키고, 그리움의 잔상으로 기억되게 한 것은 또 하나의 꽃이 된다. 마지막 무대 김남식의 ‘서시(序詩): 별 하나와 기다림 그리고...’는 심연하다. 한 남자의 이야기를 딸과 함께 춤춘다. 회화적 색채가 시적으로 수용된 것은 ‘시성(詩性)’이 강한 김남식의 특기이자 강점이다. 인생을 담기엔 시가 제격이요, 시를 담기엔 춤 또한 적격이다.

세 번째 그룹 공연은 전체적으로 묵직하다. 경륜이 무대를 덮는다. 첫 무대는 김장우의 ‘通~하니!’. 제목처럼 소통의 시대, ‘소통’을 말하고 있다. 무대 뒤, 영상의 흐름은 소통의 흐름을 각인시키기도 하고, 무질서함의 질서를 소통으로 전환하려는 메시지로 비춰지기도 한다. 빨간 수화기를 든 마지막 장면은 클라이맥스로 소통을 소리 없이 강조한다. 김윤정의 ‘Du@(두엣)’은 독백을 대화로 풀어낸다. 너와 나의 대화를 두 개의 독백으로 상정하고, 세련된 감각의 안무로 전개시킨 것이 인상 깊다. 녹색 잔디와 빨간 구두가 마치 대화하는 듯하다. 자기보다 큰 노란색 등의 움직임이 이채로운 유경희의 ‘물끄러미’. 등을 이고, 지고, 마지막엔 떠나보낸다. 물끄러미 떠나보낸다. 깨달음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 순간이다. 마지막 무대는 조윤라의 ‘내 마음의 수채화’다. 발레 형식을 촘촘히 담아낸 수채화 바탕에 삶의 희로애락을 수묵화처럼 담아낸 이 작품은 삶을 반추하는 회상과 발레의 환상성을 남녀 듀엣으로 탄탄하게 담아냈다. 연륜 있는 춤작가의 수채화에는 삶이란 캔버스가 부족해 보인다.

올 3월 30일부터 4월 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펼쳐진 12명의 춤작가들은 ‘현대춤’ 명제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벌써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現)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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