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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봄(보다)’의 대화리뷰 _‘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신작 <넛크러셔(NUTCRUSHER)>

 

 

몸의 대화를 마주하다. 가장 아름다운 영혼, 몸에 대한 이야기다.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신작 <넛크러셔(NUTCRUSHER)>(1.18-20 아르코예술극장)는 몸에 철학을 부여한 지성적 안무가 돋보인 작품이다. 여자의 몸을 대상으로 하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사회와 문화, 그 이상을 넘어선 무경계 몸 프로젝트다. 무용예술이기에 그 농밀함이 가능했다.

무용수_마사 파사코폴로(Martha Pasakopoulou)

공연 시작 전, 하얀 바닥에 세 명의 여자가 서 있다. 까만색 의상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다. 사선으로 천천히 오간다. 두건을 푼다. 눈에 띄는 세 가지 색깔의 반짝이 팬츠를 입고 등 돌린 채 서 있다. 열중쉬어 자세다. 엉덩이를 흔든다. 일제히 시선이 집중된다. ‘봄’과 ‘보여줌’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보임’은 그 출발선이 된다. 카운트(count) 소리 따라 반복된 움직임이 계속된다. 뒤돌아 선 채로 계속 이어진다. 살짝 얼굴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동일한 움직임은 변함없다. 음악소리 커지면서 헤드뱅잉(head banging)도 거세다. 긴 생머리 세 여성은 상의를 탈의한 채 동일한 움직임을 이어간다. 고정된 열중쉬어 자세에서 팔 동작이 커진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마지막엔 세 명의 여자가 서로의 몸을 의지한 채 무대 중앙에 엉킨다. 몸의 대화가 멈춘다.

 

<넛 크러셔>는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란 주제처럼 ‘바라보다’와 ‘보여주다’가 반복된다. 무용수는 몸으로, 객석은 봄으로 대화한다. 몸과 봄의 대화다. ‘보다, 보이다, 보여주다’라는 부제에서 말해주듯 몸을 통한 성찰은 50분 내내 긴장감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공연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안무자 허성임은 “젠드리스(genderless)한 몸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이 작품에 대해 말한다. 특히 “사회가 바라보는 여성의 몸에서 잠시 벗어나 여성의 몸이 아닌 그냥 순수한 몸으로 받아들여질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의지는 공감대를 높였다. 이 작품은 여성의 몸에 대해 천착했지만, 페미니즘(feminism)에 함몰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했다. 안무자 또한 남녀 이분법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허성임 안무 겸 무용수

신체(body)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 차이가 크다. 서양은 ‘물(物)과 심(心)’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다. 반면 동양에선 신체는 정신과 물질의 중간이다. 동서양 인식 차이와 더불어 ‘젠더(gender)’에 대한 화두는 현대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다. 사회학적 의미의 성인 ‘젠더’는 남녀 정체성, 즉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담고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 길들여진 성이다. 안무자는 옌칭린(Yen-Ching Lin), 마사 파사코폴로(Martha Pasakopoulou), 허성임 등 세 여성 무용수의 반복 통일된 움직임을 통해 주제 의식을 일관되게 표현한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여성성에 대한 반복되고 관례화된 시선을 통렬하게 반박한다. ‘호두까기(nutcracker)’와 ‘부순다(crush)’의 합성어인 작품명 <넛크러셔(NUTCRUSHER)>가 이를 적확하게 웅변한다. 이 작품은 남녀 대결구나 여성에 대한 일방적 입장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며, 여성의 몸은 어떻게 보이는지, 여성은 자신의 몸을 타자에게 어떻게 보여주고자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제시했다. 큰 수확이다.

yenching Lin (옌칭 린) 무용수

지난 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창작산실 신작 공연이 대학로에서 이어지고 있다. 공연예술 전 장르에 걸쳐 프리프로덕션(쇼케이스), 공연, 재공연까지 단계별 지원을 한다.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기 위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공연 지원 사업이다. <넛크러셔(NUTCRUSHER)> 또한 무용 분야 선정작이다. 올 연말 벨기에 ‘디셈버 댄스 페스티벌(December Dance Festival)’ 초청이 벌써 예정되어 있다. 한국의 우수한 창작 작품이 해외무대에서도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창작산실의 보람이기도 하다. 

지난 20여 년 간 유럽을 기반으로 한국과 오가며 많은 작업을 해온 안무자. 그녀가 작업하면서 남성연출가들이 동양 여성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있다는 점에 착안, 아시아 여성의 몸을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안무의 중요 동기다.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탐색한 <넛크러셔(NUTCRUSHER)>. 동서양 무대를 통해 몸의 순수가 영혼까지 전달되기를 바란다.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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