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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수많은 비아 속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 <비아(非我)><비아(非我)>의 이항대립

빠르다. ‘아(我)’와 ‘비아(非我)’의 공존과 분리를 위한 치열한 움직임 때문이다. 국립무용단 박수윤의 <비아(非我)>(12월 11일 필자 관람). <내일을 여는 춤>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비아’를 탄생시키다.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의 묘미를 보여주다.

삶은 나와 상대로 이루어진다. 주체와 객체 관계다. 안무자는 탐색한다. 그 탐색은 수많은 비아(非我)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이라 볼 수 있다. “나는 너로 인해 내가 된다”라고 역설(力說)한 안무자는 오브제 ‘구(球)’를 통해 영감을 십분 발산시킨다.

열림과 닫힘의 미덕을 고루 갖춘 ‘구(球)’. 구는 무대 위 상징 연출 장치이자 자신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단단한 내밀함까지 담고 있다. 구별과 비구별, 자아와 타자 등 구를 통해 분리와 공존의 줄다리기는 극으로 치닫게 된다. 이항대립의 색채미가 발현되는 시점이다. 주목할 점은 ‘남과 다른 나’가 아닌 ‘너로 인해 존재하는 나와 나로 인해 존재하는 너’에 대한 안무자의 천착이다. 인간의 사회성에 주목하여 비아를 통해 통렬히 밝히고자 한 지점이 그녀의 비기(祕器)다.

<비아(非我) 1>은 각각의 아가 자신 내면에 더 집중하고, 자아 탐색과 욕망 표출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이번 <비아(非我) 2> 작품은 다른 아를 관찰하고, 비아에게 자극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안무자를 포함한 빼어난 기량을 가진 6명의 무용수들은 안무 의도를 더욱 숙성시켰다. 창작의 환희를 맛보기 위해선 이처럼 창작의 제반 여건과 환경,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박수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사)창무예술원 주최 기획행사인 <내일을 여는 춤>은 전통춤과 전통에 기반 한 창작춤을 동시에 선보인다. 이를 통해 수많은 무용가들이 자신의 춤 세계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무용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안무’의 숲을 윤택하기 위해 이런 플랫폼은 긴요하다. 필자가 근무했던 국립무용단과 서울시무용단도 이런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국립무용단 특별 기획공연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는 안무자가 하나의 주제를 잡고 해설, 전통춤 시연, 전통춤에 바탕 한 창작 춤 공연까지 진행한다. 국립무용단 단원 뿐 아니라 외부 안무자를 공모, 선발하여 창작 의욕을 고취하였다. 창조와 열림의 기치를 불어넣은 <떠오르는 안무가 동동> 또한 한 짝을 이루며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 열기를 더했다. 현재 국립무용단은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통해 단원들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신선한 시각, 반짝이는 상상력을 가진 안무자를 매 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무용단은 <더 토핑(The Topping)> 공연을 기획한다. 필자가 근무할 땐 <단원 춤 작가전>이라는 명칭으로 단원들 발표 무대를 가졌었다. ‘낯설음, 그 익숙함의 세계’라는 부제를 명명한 기억도 또렷하다. 지금은 <더 토핑>이란 제목 하에 공연이 진행된다. 한국무용과 여러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시도한다. 영화, 대중가요. 모션 캡쳐, 연극, 문학, 국악 등 장르 무한 경계다. 창작의 자유로움을 더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국공립무용단 뿐 아니라 대학 무용학과도 마찬가지다. 일례를 들자면, 한양대 쿰댄스컴퍼니 ‘묵간’이다. 올해로 20주년이다. 신인 안무가 발굴과 육성이 그 취지다. 올해는 ‘흰 옷’을 주제로 공연하였다. 필자는 12월 15일 플랫폼 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공연장에서 관람하였다. 춤의 다음 세대를 위한 연속성을 담보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작품 <비아(非我)>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안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안무 철학이 오롯이 수용된 작품 탄생이다. 현 국립무용단 단원으로 <향연>, <묵향>, <리진>, <춘상>, <맨 메이드> 등에 출연하였다. 안무작으로는 <색(色)>, <모이라이(Moirai)>, <비아(非我) 1> 등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비아(非我)> 작품을 통해 기존 <비아(非我) 1>과 차이점을 부각시키며 성숙된 창작력을 발휘하였다. 둘째, 창작 실험 무대다. 국공립기관, 민간단체, 대학교, 협회 등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안무 구현의 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창조와 재창조, 역사적으로 이어진 무용예술의 이항대립이다.

 

이주영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現)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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