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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울린 춤의 숨 향기쿰댄스컴퍼니 <묵간 21> : ‘울림’
1장 문희철 안무 _결의_, ⓒ옥상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쿰댄스컴퍼니가 마련한 <묵간 21>, ‘울림’ 공연(2019.7.6.~7,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독립운동가들의 결연한 의지와 정신을 오늘에 반추해보는 의미있는 무대였다. 100년 전 숭고한 울림이 현재에 어떤 울림을 주고, 미래로 이어질까를 사유해본 공감대 높은 시간이었다. 안무가 발굴과 중견 안무가들 작품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쿰댄스컴퍼니(예술감독 김운미, 대표 서연수)의 의지와 취지는 오늘 무대에서도 발현되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문희철, 서연수, 최진욱 세 안무가의 노련함과 역사에 대한 미학적 성찰이 자연스럽게 구현되었다. 3.1운동의 비폭력, 평화, 저항 정신을 각각 ‘시각화’, ‘후각화’, ‘청각화’한 것은 역사의 깊이와 울림의 파장을 더했다. 역사를 울린 춤의 숨 향기 가득한 시간이다.

 

3장 최진욱 안무 _파장_, ⓒ옥상훈

네모 사각무대 바닥에 흰 천이 깔려있다. 우측 상단 남자 앉아 있고, 3명의 무용수 등장하다.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4인무, 2인무, 여자 솔로로 이어진다. 침잠된 역사가 부유하다. 1장 문희철 안무, 박진영 조안무 ‘결의’는 말없는 외침을 미니멀하게 보여주었다. 희생된 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무’는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여 시각성을 높였다. 흰 바닥과 온 몸을 흰 천으로 휘감으며 퇴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침묵의 외침이 무엇인지를 숭고하게 설파했다. 역사의 잠을 깨운 결의가 침묵의 바다에 외침으로 넘실된 무대다.

둥소리 나다. 항거의 몸짓이 시작되다. 9명의 여자 무용수들은 작은 항아리를 각자 들고 나온다. 향기 퍼지다. 역사의 숨소리도 함께 퍼지다. 2장 ‘항거’의 안무가 서연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열망과 염원한 삶의 의미를 ‘생명=숨=향’에 대입하고자 했다. 숨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 숨소리를 후각화하여 향기로 치환한 안무가의 영감과 무대 구현에 경의를 표한다. 들숨과 날숨. 역사의 숨이다. 이는 민족의 숨, 백성의 숨, 역사의 숨으로 표상되고, 표의될 수 있다.

2장 서연수 안무 _항거_, ⓒ옥상훈

9명의 여성 군무와 서연수 솔로 춤은 대조와 대비를 이루면서도 ‘숨쉬는 나’라는 존재를 지성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군무진의 머리를 묶는 장면은 결연함을 더했고, 즉흥성과 계산성이 치밀하게 녹용된 독무는 대담한 움직임의 아우라가 표효하는 그날의 기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징’소리가 주는 묵직함을 ‘파장’의 여운으로 남긴 3장. 무대에 등장한 최진욱 안무가는 징을 들고 나간다. 조용한 파장이 시작되다. 100년 전 시간의 간극이 순시각에 사라지다. 과거는 현재를 부르고, 미래를 약속하기 시작한다. 3장에선 빠른 비트 속에 역사를 질주하는 듯한 역사의 날개짓이 쉼없이 이어졌다. 역사의 소리를 춤이 가진 시원성으로 이끌어내고, 이를 메시지화한 안무력이 돋보인다. 강한 전달력은 파장의 속도와 깊이를 높였다.

‘역사’. 무거운 주제다. 역사에 대해 세 안무가가 풀어낸 울림의 무대는 공감감적이다. 시각, 후각, 청각이라는 개별 감각을 넘어선다. 각각의 장은 독립된 장으로 의미있고, 전체 장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역사의 숨소리를 가깝게 들려주고, 보여준다. 향기는 더욱 깊다. 무엇보다 한국무용으로 역사를 주제와 소재로 한다면 한과 슬픔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이런 부분을 완벽하게 뛰어넘는 미덕을 갖췄다. 안무의 힘을 보여준 무대다. 묵간의 다음 울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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