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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의 국악정담39]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거북놀이'

 

평택 와야골 거북놀이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옛날에는 마을마다 마을주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 형태의 마을 대동 놀이가 있었다. 대부분 산신제로 시작을 하여 당산나무 앞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당산제를 치루고, 풍물패를 앞세워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을 우물에 가서 제(祭)를 올리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축원 덕담을 하고, 널찍한 마을 공터 정자 앞에서 풍물패의 멋들어진 판굿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마디로 노소동락의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의 잔치였던 것이다.

이때 어린 아이들은 제를 행한 후에 제사상에 올랐던 음식물을 얻어먹는 재미도 좋았지만 풍물패를 따라 덩실덩실 춤추며 다니는 재미 또한 좋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고 구경꾼에 머물렀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놀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거북놀이’였다.

거북놀이는 어린 아이들이 추석 한가위에 수수 잎으로 거북 형상의 전신 탈을 만들어 뒤집어쓰고 이집 저집으로 이동하며 음식물을 얻어먹는 놀이였다. 거북놀이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어린이들이 잔병에 걸리지 말고 거북이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거북탈을 쓰고 여러 집의 음식을 거두어 아이들이 같이 먹는 행위는 마치 정월 보름날의 백가반(百家飯)과 같았다. 백가반은 자기 나이의 수대로 다른 성씨의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는 우리의 전래 풍속이다. 그렇게 하면 재액이나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마찬가지로 거북놀이를 통해서 여러 집의 음식을 아이들이 먹는 풍속은 아이들의 질병치레를 막기 위한 주술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거북놀이는 점차 청년층까지 참여가 확대되고 풍물패가 따라 붙으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으로 발전되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거북놀이의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개의 학설이 있다. 첫째는 신라 문무왕 때 15세의 공주가 병이 들었는데, 영추대사가 15세 소년들로 하여금 수수 잎으로 거북의 탈을 만들어 쓰게 하고 유희(遊戲)하며 집 안팎을 깨끗이 쓸게 하였더니, 공주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다. 이 전설에서 주목할 점은 거북의 기능인 수명장수와 밀접한 관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학설은 고려 현종 때 고려 8대 현종 때에 왕은 가뭄이 심해서 도둑이 들끓자, 고을을 돌아보다가 천안부 직산현에 와서 머물렀는데, 이때 꿈속에서 신라 문무왕이 나타나 한가윗날 거북이를 보내겠으니, 거북이를 닮은 마을에서 옥수수 잎사귀로 옷을 해 입고 거북과 함께 놀라는 계시를 보냈다. 현종은 이튿날 입장면 신덕리 마을이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고, 추석날 조정 대신들을 보내 옥수수 잎사귀를 엮어 옷을 입히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거북놀이를 했다. 이듬해에 벼 알이 옥수수 알처럼 풍성하게 여물어 대풍을 이루었고 이것이 다른 마을로 퍼져 거북놀이가 행하여졌다고 한다. 이 전설에서 주목할 점은 이 놀이가 풍년을 기원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거북놀이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는 것은 무라야마지준(村山智順)의 보고서 『조선의 향토오락(朝鮮の鄕土娛樂)』이다. 이 보고서는 조선총독부에서 1936년 발간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전국의 민속놀이를 조사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를 보여준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짚으로 거북을 만들어 각 집마다 방문을 하는데, 집에 들어가 여러 가지의 놀이를 하다 거북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주인이 까닭을 묻는데, 거북이가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고 하면 떡과 음식을 대접받는다고 한다. 경기도 여주의 경우 거북을 앞세워 주로 남자로 구성된 농악대가 풍물을 치며 각 가정을 찾고, 용인은 거북놀이가 무병장수를 축원하며, 마을의 잡귀를 쫓고 경사(慶事)로운 일을 맞이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천지역은 수숫대로 큰 거북 모양을 만들어 여러 어린이가 들어가 거북의 흉내를 내며, 마치 거북이 기어 다니는 모습으로 각 집을 방문하여 덕담을 하고 떡과 과일 등의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거북놀이의 분포권은 주로 경기도와 충청남북도를 아우르는 중부지방에서 성행하였다고 한다.

거북놀이가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천, 평택, 오산, 여주, 용인, 하남, 천안, 음성 등지에서 매년 추석 때 재현 행사가 있으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천거북놀이는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어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바 있으며, 평택 거북놀이도 경기도무형 문화재로 지정 예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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