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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느림의 미학_ 가곡, 가사, 시조

 

참으로 각박한 세상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이제는 어엿한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지만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우리는 앞만 바라보면서 고도성장만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경제발전은 비록 느리더라도 더불어 잘 살아보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거리를 거닐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모두들 분주하기만 하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결과이겠지만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삭막하고 각박하기만 하다. 성격도 급해졌고 속전속결만을 추구한다. 사랑도 그러해졌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고 지우고 고치는데 한 달을 보내 놓고, 마음조리며 답장을 기다리는데 또 한 달을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몇 분 만에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몇 줄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다. 때론 이웃사이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자신이 몰고 가는 차 앞에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기도 한다. 편 하려고 하는 운전인데 운전대만 잡으면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가 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순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요즘 들어서 치유의 음악, 느림의 음악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전통음악이 있다. 바로 가곡, 가사, 시조이다. 우리의 전통음악은 아직도 생활 속의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판소리, 남도민요, 경기민요 정도는 구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곡, 가사, 시조, 시창이 서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구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곡, 가사, 시조, 시창을 통틀어 ‘정가’라고들 한다. 정가는 "아정하고, 정대한 노래"라는 뜻으로, 정악 중 성악곡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정가는 도자기에 비유하고, 판소리는 질박한 뚝배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시창(詩唱)은 칠언율시(七言律詩)등 한시(漢詩)에 음률을 붙여서 구성지게 읊는 소리를 시창이라고 한다. 송서(誦書)와는 구분이 되고요, 서도(西道)의 율창(律唱)과 비슷하다. 반주는 흔히 대금반주로 한다. 시창으로 불리는 한시로 ‘경포대’(鏡浦臺), ‘만경대’(萬景臺), ‘촉석루’(矗石樓), ‘만유무민’(挽柳武愍), ‘영풍’(詠風), ‘관산융마’(關山戎馬) 등이 있다.

시조(時調)는 흔히들 시조창이라고도 하는데 가곡의 대중화된 형태로 가곡을 단순화해 시조시를 노랫말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며 즐길 수 있는 성악곡을 말한다. 형식은 초장, 중장, 종장 이렇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3음계로 되어 있다. 시조에는 평시조, 지름시조, 사설시조 등이 있으며 네 댓 개의 가락이 전래되고 있다. 가사와 가곡이 예술성이 돋보이는 전문가들의 노래라면, 시조는 일반인들의 생활 음악이자 실용 음악으로서 악기반주는 없이 장구장단 혹은 무릎장단으로 박자를 맞춘다.

가곡(歌曲)은 시조와 같이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하는 것은 같은데, 시조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하여, 가곡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조는 일반인도 즐기던 소리임에 반하여, 가곡은 선비들이 풍류방에 모여 즐기던 음악이다. '우조'와 '계면조'로 된 곡들을 '여창' 또는 '남창'으로 번갈아가며 이어 부르다가, 마지막엔 남녀가 함께 부르는 <태평가>로 노래를 마무리한다. 시조가 장구 반주임에 비하여 가곡은 소규모 관현악악 반주, 즉 가야금, 거문고, 대금, 장구, 해금, 세피리의 관현악 반주로 노래한다. 가곡은 그윽하고 깊은 비췻빛 고려청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현재 전승되는 가곡은 모두 41곡이다.

가사(歌詞)는 시조와 가곡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사는 가곡과 같은 발성법을 사용하면서 서도 민요의 화려하고 섬세한 시김새 표현이 많이 들어 있다. 가사의 노랫말에 사용되는 시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노랫말에 붙여지는 장단과 가락도 훨씬 자유롭고 다양하다. 가사는 담백하고 순백한 조선백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가사는 무반주로 독창하는 것이 원칙이나, 때에 따라 소규모 관현악단이 반주를 하기도 한다. 가사는 흔히 조선백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가사는 모두 12가사인데 <백구사>, <죽지사>, <춘면곡>, <어부사>, <길군악>, <상사별곡>, <권주가>, <수양산가>, <처사가>, <양양가>, <매화타령>, <황계사>이다.

비록 4차산업시대로 접어든 첨단과학 시대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대이다. 시인 고은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시가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울림처럼,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데 가곡, 가사, 시조는 최적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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