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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남수의 무빙액트] 극장이야기 <동양극장2020>이 연극의 주인공은 여전히 극장이요, 극단인듯하다. 슬픔에 빠져들기보다는 다시 보게 된다. 낯설게 하기는 새롭게 보기를 유도하고, 어떻게 볼 것인가는 어디를 볼 것인가와 연결된다.
  • 진남수 호원대 교수 / 극작가, 배우
  • 승인 2021.01.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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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극장, 온라인

극장은 만남의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이 옛것과 새것이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곳이다. 그곳에는 갈등과 충돌이 있고, 조화와 균형이 있다. 옛사람들이나 오늘이나 사람들은 돈을 내고 극장에서 환상을 산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말처럼 “환상의 가면을 쓴 진실”이기에 우리는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 울고 웃으며 어두운 현실로 스미는 몇 가닥의 빛을 발견한다. 극장은 오늘도 문을 열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관객을 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만남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극장은 카메라를 들고 연극을 안방으로 퍼 날랐다. 국립극단과 극단 하땅세가 여름부터 함께 만든 <동양극장2020>은 겨울이 되어서야 온라인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송출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연극의 현장성과 동시성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카메라에 이끌려 들어간 극장 무대에는 각양각색의 의자 60개가 놓여 있다. 무대가 객석이다. 의자마다 출신과 역사가 있다. 의자도 이야기다. 의자들이 만들어낸 안방 혹은 거실의 분위기는 안방으로 보내는 혹은 거실의 관객을 극장으로 당겨오는 공연방식과도 매우 잘 어울린다. 객석은 무대가 되었다. 제목만 극장이 아니라 주인공 또한 극장인 셈이다. <동양극장2020>은 극장이야기다.

동양극장은 1935년에 홍순언이 개관하고, 홍해성, 박진, 최상덕 등이 운영한 극장이다. 극장의 전속극단인 청춘좌, 동극좌(사극), 희극좌가 차례로 창립되어 번갈아 공연하고, 서울 공연을 하지 않는 극단은 지방 순회공연을 떠나는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후에 동극좌와 희극좌가 호화선으로 결집한 후에는 2개의 전속극단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눈부신 성공을 이루어 1930년대 우리나라 대중극의 총본산이 되었던 극장이다. 극장이야기는 또한 극단의 이야기로 공연에서는 이 역할을 시즌제 국립극단과 극단 하땅세가 맡은 셈이고, 정극(비극)과 희극, 인정(人情)극 등을 묶어 1일 3작품(2작품 이상)의 다작품을 상연하던 당시의 방식처럼 1부는 김기림作 <천국에 갔다 온 사나이>가 2부는 이서구作 <어머니의 힘>이 상연되었다.

 

<천국에 갔다 온 사나이>는 희극이다.

극장은 어둡다. 빈 극장에 가난한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빚쟁이들에게 몰린 가난한 부부가 목을 매단 것으로 꾸미고 잠이 든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이라 했던가. 하지만 천국도 지옥도 만원, 가난한 자들은 선하였지만 이승이나 저승이나 일자리는 없고, 그 어디에도 머리 둘 곳이 없다. 가난한 오브제를 손에 든 가난한 배우들이 용을 쓴다. 힘을 잃은 하나님도 트럭에 실려가고, 바보광대의 떠들썩한 광기 속에 웃음을 터트리는 고단한 식민지 조선의 백성들이 눈에 떠온다.

1부가 끝나니 의자를 뒤로 돌리라 한다.

돌아보니 옛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고, 사랑을 나눈다. <어머니의 힘>은 어머니와 아들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완고한 전통예법과 충돌하여 이겨내는 가족의 사랑, 인정의 힘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뻔하지만 그만큼 대중을 울리기엔 위력적이다. 하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은 여전히 극장이요, 극단인듯하다. 슬픔에 빠져들기보다는 다시 보게 된다. 낯설게 하기는 새롭게 보기를 유도하고, 어떻게 볼 것인가는 어디를 볼 것인가와 연결된다. 새로이 보니 가난함이 있고, 간절함이 있고, 극장에는 착함이 있다. 천국마저 마음이 가난한 자들의 입장을 거절할지라도, 극장에는 이 세상에 이루라 하신 천국의 꿈이 있다.

연극은 야단법석으로 끝났다. 다시 어둠이다. 그러나 뭐 어떠랴. 어둠을 살라 먹는 새해가 뜨지 않는가. 연극의 마지막 장면처럼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면과 면을 맞대고 손과 손을 마주 잡고 다시 극장에서 극장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진남수 (배우 · 극작가 · 호원대 교수)

진남수 호원대 교수 / 극작가, 배우  namsuls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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