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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새로운 내용으로 다시 공연된 연극<지상 최후의 농담> (오세혁 작, 문삼화 연출)

 

지상 최후의 농담

지난 해 서울연극제에 출품한, 오세혁 작 문삼화 연출의 “지상 최후의 농담”은, 2015년에 초연된 이후 매년 공연을 해 왔으나, 2018년 1월, 네 번째 공연을 준비하면서 정말 완전히 새로운 공연이 되었다.

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아 올해의 ‘레퍼토리’로 지정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계속해서 공연해 보겠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소년병(심태영 역)의 배역을 제외하고는 초연의 배우들이 계속해서 출연하고 있는 이 연극은, 한국연극의 흥행코드인 ‘가벼운 농담’을 바탕으로 삼고 있으나, 인간의 삶과 죽음, 공포와 웃음, 비극과 희극의 양면성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통해, 매우 긍정적인 한국연극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인 오세혁의 거침없는 입담과 연출자 문삼화의 정제된 표현법이 잘 어우러진 이번 공연은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4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한국연극의 흥행코드인 ‘가벼운 농담’을 바탕으로 삼고 있으나, 인간의 삶과 죽음, 공포와 웃음, 비극과 희극의 양면성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를 통해, 매우 긍정적인 한국연극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

 

수용소에 갇혀서, 처형을 앞둔 포로들이, 극단적인 죽음의 공포에서 웃음을 찾고, 당당하게 죽고 싶다는 마지막 소망을 표출하기 위한 이 공연은,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진한 우리 삶의 두께가 가득배여 있다.

나이 들었으니까, 제일 마지막에 죽어야한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갑돌 영감(김재건 역)은 우리사회의 노인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예견하게 하는 설정으로, 나이 먹은 것이 자랑은 아니라는 시대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국립극단의 배우로 연기력을 발휘한 김재건 배우의 특이한 모습과 표정, 행동으로 인해, 이 작품의 중요한 기준점이 된, 희극적 표현과 그로테스크가 매우 적절하게 뒤엉켜, 감정의 전달보다는 ‘감성의 이입’이라는 공연의 특성을 매우 잘 살려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가 무대 위에서 스스로 나방이 껍질을 벗어버리듯, 죽어야할 포로에서, 이미 죽은 포로로 전환하는 장면을 통해 이 공연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 엄격한 구분과 기준을 마음껏 넘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2017년 세 번째 공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10분간의 간격을 두고 처형당하는 포로들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반복되고,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 자체가 이미 ‘연출된 느낌’을 주기에 식상하다는 평을, 이번 공연에서는 완전히 극복해서, 농담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과 더불어,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사람들의 태도와 이미 살아있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지니고 있기에, 그렇게 죽기 살기로 덤비지 않고, ‘살기’만을 위해, 쉽게 ‘살기 살기(죽기 살기에 대한 반대적 의미로 작가 오세혁이 사용한 신조어)’로 살아가는 갑의 입장과 금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 기득권의 특혜를 향유하면서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가진 자’들에 대한 ‘반어법적인’ 농담으로 들리는 이 장면은, 세 번째 공연에서 네 번째 공연으로 진화하면서, 이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새로움’을 깔끔하게 표현한 대단히 흥미로운 장면이다.

KBS 영상 실록에서, 제주 4.3사건 당시, 진압명령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킨 여수 14연대가 진압되고, 처형을 기다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웃고, 농담을 주고받았던 사진을 방영한 것을 목격한 작가 오세혁이, 그들이 웃고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희곡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 집필한, <지상 최후의 농담>은, 처형자인 보초 기평(오민석 역)의 남다른 희극적 설정과 이번 공연에서 구체적으로 다시 등장한 그의 쌍둥이 ‘썬 그라스 낀 기평(오민석 역)’의 출연으로, 분단과 대립의 상황에서만 가능한 여러 가지 ‘코믹’을 잘 살려냈다. 특히 같은 마을에서, 서로 알고 자란 병칠(문병주 역)과 정색(윤광희 역)의 적나라한 인신공격과 ‘서로를 헐뜯는 처절한 싸움’은, 이 작품이 ‘희극’의 경계와 ‘비극적 인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희비극의 ‘아이러니’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제일 먼저 처형당한, 얼굴도 모르는 딸을 둔 을식 (구도균 역)이다. 소년병 경종(심태영 역)과의 대화에서, 미래에 대한 얘기로 경종을 웃기면서, 씩씩하게 웃으면서, 활기차게 죽음을 향해 달려 나간, 그의 ‘마지막 농담’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고, 아쉽게도 너무 일찍 시작해서, 너무 빨리 끝났다. 다른 등장인물들과 화법이 구분되는, 그래서 북한에서 넘어온 인상을 주는 무력 (한철훈 역)은 이 공연의 배경을 연상시키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작가와 연출이 아직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인물인 듯해서 안타까웠다.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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