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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화의 연극세상 30]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_연극<결혼 전야>

2010년 8월에 창단한 극단 ‘광대 모둠’은 ‘광대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극단의 대표이자 2010년 창작희곡 인큐베이팅 최종 당선작인 <멧밥 묵고 가소>의 작가 최해주가 쓰고, 연출한 작품, <결혼 전야>가 지난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극장, ‘동국’에서 공연되었다.

<멧밥 묵고 가소>는 조상에 대한 제사의 의미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파헤쳐, 극장 안을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되게 만들었다면,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을 연극의 중심적인 출발점으로 삼아, 결혼전야의 풍경과 더불어,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입원으로 결혼식 이행여부에 대한 의견이 어긋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연극 <결혼 전야>는, 웃음보다는 뭉클한 ‘가족 간의 연대’와 결혼이라는 예식의 진정한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

이미 지난 봄, ‘2017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산송>의 작가이기도 한 최해주는 한국인의 정서와 속 내음을 아주 잘 드러내는 작가로, 젊은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연륜과 깊이를 제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대구에서 있었던 ‘2017년 대한민국 연극제’ 전국대회의 최종결선에서 아쉽게도 은상을 받은 <산송>과 <멧밥 묵고 가소>에 이어, 작가가 한국인의 대표적인 ‘관혼상제’의 예를 소재로 해서 만든 작품 가운데, 가장 경쾌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현재 한국의 가족관계와 사회적 풍속도를 그려낸 작품이 바로 <결혼 전야>다.

 

결혼식 바로 전날 ‘총각파티’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사위 문혁기(서지원 역)가 막을 여는 <결혼 전야>는 빠른 리듬과 호흡으로 전개되는 가족의 이야기며, 동시에 어긋난 경제 발전의 단계에서, 소외되고, 실패자로 추락한 집안의 대들보 최형준(박준혁 역)과 시민운동을 하는 차남 최정준(고한민 역), 그리고 정준의 처이자 이 집안의 둘째 며느리인 푼수 구미주(배은지 역), 그리고 내일이면 신부가 될 막내딸 최선(김나연 역)과 이 연극에 등장하지 않는 첫째 며느리, 아버지와 함께 이 연극의 가장 중심적인 구조의 축을 형성하고 있는 어머니 김형숙(김효숙 역)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시집와서 5년이나 지난 다음에, 아들딸 다 낳아 놓고 나서야, ‘뒤늦은’ 결혼식을 치룬 구시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삼십대 노처녀 최선은 집을 얻기 위해 이미 혼인신고부터 해 놓은 신세대 여성이다. 이렇게 어머니 세대와 딸의 세대가 결혼이라는 ‘인륜지 대사’를 앞에 두고 각기 다른 태도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여동생의 ‘결혼 전야’에 자신의 ‘이혼’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큰 아들의 경제적 압박감은 우리 사회가 IMF를 거치면서 망가뜨린 수많은 한국의 ‘대들보’들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시민운동’을 하는 둘째는 상식적인 가족의 구성원으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감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그 둘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흥미로운 건, 타인에 대한 ‘비판과 질책’은 능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기 검열’은 생략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가족의 삶에서 사회적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새로운 지표가 읽혀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의 막내 딸 결혼식에 대한 기대는 등산을 갔던 아버지가 실족하여,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연극 도입부에, ‘총각파티’를 하겠다고, 예비신부에게는 지금 야구장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예비 신랑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의 상태로 <결혼 전야>의 위기상황과 정면으로 부닥치게 된다. 

시골에서 출발하는 하례객들의 버스를 출발시켜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 아버지가 손을 잡아 주기 전에는 결혼식장에 들어 갈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예비 신부. 결혼식을 치루지 않게 되었을 때 부담해야만 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 때문에 결혼식을 추진하자는 큰 아들. 결국 병원에 다녀왔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결혼식을 치르자고 한다.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것 같았던, 이 마지막 장면에서 마지막 ‘반전의 암시’가 생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삶이 ‘결혼’으로 시작했다면, 그 마지막은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 된 것이다. 삶의 의미가 결혼이라면, 죽음은 그 기억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국인의 삶과 죽음에,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담긴 의미와 기억을 아주 잘 살려낸 공연이다.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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