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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스러운 예술가의 윤리

 

쿠르베, 잠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성을 주제 삼은 예술 작품은 이런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곤 한다. 성 표현으로 스타가 돼 버린 이는 미국 팝아트 작가 제프 쿤스(1955- )다. 문제의 작품은 1989년 발표한 <메이드 인 헤븐>시리즈. 프로노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노골적인 성 표현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미술계를 논란에 휩싸이게 했고, 급기야는 서구 전위미술 집합장이라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사단까지 불러일으키고 만다. 민망한 내용을 보고 분노한 관람객이 작품을 훼손한 것이다. 메이드 인 헤븐>은 제프 쿤스가 이탈리아 포르노 배우 출신인 아내 치치올리나(본명은 일로나 스톨러)와 실제 성행위하는 장면을 촬영해 사진, 영상, 회화, 조각으로 제작한 시리즈 작품이다. 다양한 성행위 자세가 등장하고 성기가 노출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적나라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어 공개된 장소에서는 관람하는 것조차 낯 뜨겁게 만든다. 이 작품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부도덕한 내용은 물론 ‘하늘에서 만들어진’이라는 성스러운 제목을 붙인 것에 분노를 토해냈다. 마치 성서의 내용을 상징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쿤스의 예술관에는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실제 생활도 그랬으니까. 쿤스의 노골적 성 표현에 결코 뒤지지 않는 도발적인 작품은 이미 120여 년 전에도 있었다.

본격적인 춘화를 제외하고 미술사 전면에 당당하게 얼굴을 내민 작품 중에서는 가장 에로틱한 것으로 보인다. 장본인은 사실주의 대표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 <세상의 기원>이라는 작품인데, 시트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가랑이를 쩍 벌리고 음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다. 그의 뛰어난 묘사력 때문에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쿠르베는 여성의 출산 능력에 보내는 찬사라고 했지만, 세상은 그를 호색가라 부르며 악평을 쏟아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예술계에서는 성스러움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쿠르베를 옹호했다. 이런 논란은 20세기로 이어지면서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를 샀다. 쿠르베는 당시 정치 현실에도 관심이 많았던 인물답게 동성애를 다룬 작품까지 그렸다. <잠자는 여인들>을 보면, 두 젊은 여성이 알몸으로 엉겨 붙어 곤한 잠에 빠져 있는 장면이다. 헝클어진 침대 시트와 여기 저기 나뒹구는 장신구가 잠들기 전 두 여인의 행위를 짐작케 하는 설정으로 그렸다. 여인들의 탱탱하고 하얀 속살은 관음증의 엉큼한 속내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이 그림은 성적소수자 문제를 제기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제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자신의 예술 세계가 성과 연결된 작가의 경우, 현실적 삶에서 성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얽힐 수밖에 없다. 최근 드러난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 참여 시인 고은의 성추행 사건은 예술가의 윤리를 생각케 한다.

           ”

 

에로티시즘을 자신의 예술 세계의 중심축에 둔 대표적인 작가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실레(1890-1918)다. 성적 쾌감과 황홀 속에서 뽑아낸 환상적 세계를 탐미적으로 승화시킨 클림트는 ‘비엔나의 카사노바’로 불릴 정도로 실제 생활과 예술 세계가 같은 맥락으로 연결돼 있었다. 그런 탓인지 그의 그림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성애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황금빛 비단 침대에서 벌어지는 우아하고 노련한 성의 유희다. 이에 비해 실레의 성애는 음습한 창고의 나무 침대 위에서 어설프게 치르는 사춘기 성장통 같은 분위기다. 그는 소녀의 몸을 탐색하듯 그리기를 즐겼는데, 이 때문에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르기까지 했다.

이처럼 자신의 예술 세계가 성과 연결된 작가의 경우 현실적 삶에서 성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얽힐 수밖에 없다. 그게 예술가의 솔직한 모습일 게다. 그러나 이와는 무관한 경우도 있다. 최근 드러난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 참여 시인 고은의 성추행 사건은 예술가의 윤리를 생각케 한다. 그의 시는 에로티시즘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민중사관으로 재단하는 정치 선언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자신의 문학 세계를 현실 사회에서 실천하기 위해 정치적 집회에도 참여한다. 그래서 행동하는 양심 문학인으로 알려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 투사의 이미지도 강하다. 시나 현실 행동에서 늘 정의와 약자 편에 서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문화계의 살아있는 권력층에 올랐고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의 성추행사건이 커지자 문학계에서 ‘고은일병구하기’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느낌이다. 현재 최고 위치에 있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인터뷰(중앙일보 2월9일자/메이저 언론은 문화면 전체를 할애하는 지원사격으로 힘을 보탰다)에서 ‘잘못은 꾸짖되 예술은 단죄 말아야’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그에 의하면 ‘고은은 예부터 상습 성추행을 해왔고, 그것은 실수이며 광기와 열망, 좌절감이나 감정의 분류에 의해 발생한’것으로 비판은 하겠지만 ‘그의 문학까지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은의 문학은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고상한 세계인데, 현실 세계에서는 자신의 예술 권력으로 약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위선의 모습이 보여 왔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전준엽

화가 · 미술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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