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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과 개인의 대립 : 대한민국과 ‘파란 나라’

 

집단의 힘이 커지면, 비대해진 집단이 어떤 광기로 개인을 위협하게 되는지를 표현한 <파란 나라>는, 대안이 없는 한국의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 대한 신선한 반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11월 16일부터 27일까지 남산 예술센터에서, ‘2016 시즌프로그램’으로 김수정 작/연출의 <파란나라>가 공연되었다. 19명의 출연진과 39명의 마지막장면 출연자를 포함한, 58명의 젊은이와 영상을 통해 ‘파란 혁명’에 동참한, 전 연령대의 사람들을 포함하면,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이번 공연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파란 나라>를 연출한 김수정은,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큐버리 고등학교의 역사수업시간에서 시행한 실험, ‘제 3의 물결’을, 한국의 EBS 지식채널에서 ‘환상적인 실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개인의 변화와 교실혁명을 통해, 새로운 <파란 혁명>을 꿈꾸는 과정으로 재구성해서 이번 공연을 만들었다.

평등한 관계라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교실이라는 생존의 터를 새롭게 일구어보겠다는 이들의 열망은 결국 10%에 불과했던 독일의 ‘나치’ 지지자들이 나머지 90%의 독일인과 함께 대규모의 유태인 학살을 자행했던 ‘홀로코스트’의 가해자가 되었던 과거의 역사를 반복한다. <파란 나라>에 등장하는 세계사 기간제 교사 이종민은 학생들의 집단적 광기가 점차로 확대되어가는 과정을 독일의 ‘나치’ 지지자들의 광기와 비유하면서 경고했으나, 이미 일정한 힘을 형성한 학생들은 그들의 지도자였던 이종민 대장을 집단에서 제거한다.

처음 교실에서 각자의 생존방식에 몰두했던, 대한민국의 철없는, 개념 없는, 문제아 학생들이 혁명의 주인공이 되고,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충실했던, 모범생들은 점차 이들 새로운 권력집단의 하수인 내지는 희생자가 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감상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던 학생들이 새로운 수업의 진행방식으로 도입한 이종민 선생의 ‘게임’에 휘말려, 집단의 힘이 어떻게 개인을 소외시키고, 집단의 폭력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독재자와 집단의 전체주의적 힘을 키워가게 되는지, 체험을 통해 배우게 되는 이 연극은, 집단의 힘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인을 무자비하게 파멸시켜 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평등한 관계’에 대한 교육적 대안은 이미 브라질의 교육 철학자이자 실천가인 프레이리에 의해, 1970년대 초에 소개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좌파의 교육론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저서 ‘페다고지(교육학)’를 ‘민중교육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으나, 군부독재자들은 그 책을 금서로 규정해 읽지 못하게 했다.

<파란 나라>에서 다루고 있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회피하고,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무관계의 관계에서, 조직의 보스와 하급자의 관계로 발전한다. 중간과 과정은 없이, 학생들은 우연한 사건으로, 교사에게 급속히 다가가고, 교사는 학생들을 손아귀에 넣는다.

집단의 힘이 커지면, 비대해진 집단이 어떤 광기로 개인을 위협하게 되는지를 표현한 <파란 나라>는, 대안이 없는 한국의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에 대한 신선한 반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 보여주는 해법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하고, 무분별하며, 비교육적인 집단논리, 혹은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패거리’의식에 불과하다는 비난과 비평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래서 연극이 아닐까? 연극의 힘은 때로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큰 힘과 용기를 우리에게 북돋아 준다. <파란 나라>는 의기소침하고, 미래에 절망한, 현실에 불만이 가득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의식, 새로운 집단최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파란 나라>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었던 곳이 바로 1933년 독일이었고, 그곳에서 히틀러의 추종세력인 ‘나치’가 태어난 것이다. 대한민국이 21세기의 새로운 ‘파시즘’의 본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와 함께,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인들의 생각과 행동이 급격하게 변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연극이 바로 “파란 나라”다.

이 연극에 숨겨진, 이 연극이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은 바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고, 이 연극에서 보여주는 ‘집단의 논리’는 최소한 현실문제에 대한 한 가지 해법으로 적용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연극이 보여주는 결말과 같은 과정으로, 대한민국이 발전하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집단과 개인의 관계가 ‘대립’과 ‘충돌’이 아니라 ‘화합’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김창화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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