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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과 희망 사이에 놓인 중력의 아름다움연극 <블루하츠> (최원종 작. 연출)

 

젊은 극작가 부부가 만든 연극 <블루하츠>가 지난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남편인 최원종 작가가 쓰고, 연출하고, 아내인 이시원 작가가 협력연출로 참여한 공연 <블루하츠>는 저마다 아픈 상처와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상실감을 심하게 겪은 사람들이 모여 협연하는 ‘사중주’처럼 나름의 정갈한 감정의 ‘결’이 잘 읽혀지는 공연이다. 

극단 ‘명작 옥수수 밭’의 2017년 신작이기도 한 <블루하츠>는 정형외과 의사인 어머니(이정미 역)와 이혼한 딸(김나미 역)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재일조선인 강하나(강유미 역)와 재혼을 계획하고 있는 딸의 전 남편 (이갑선, 김결 역)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산뜻한 무대장치와 정갈한 소품들로 구성된 극단 ‘명작 옥수수 밭’의 공연은, 항상 무대 위에 많은 이야기 거리와 손길이 묻어있다. 그냥 날림으로 막을 올리는 대부분의 대학로 연극과는 달리, 무대 구석구석에 세심한 배려와 정성이 가득 담긴 이 극단의 공연은, 작가 부부가 이끌어가고 있기에, 다소 문학적이고, 관념적인 공연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항상 신선한 말재간과 기가 막힌 소재를 전달해, 연극 보는 재미와 함께, 매우 포근한 감동을 전달하는 극단으로도 이미 유명해졌다.

 

 

<블루하츠>에는 저마다 삶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경험과 절망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의, 엄청난 ‘상실감’이 매우 아프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상실감’이 지지리 궁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감추고, 환하게 미소 짓는, 레몬처럼 상큼한 ‘희망’과 함께 표현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블루’라는 말은 우울함과 절망, 어두움이 배여 있는 표현이지만, 최원종 작가는 ‘파란’, ‘단단한’, ‘희망’을 지닌 마음들로 표현했다. 그래서 남편의 자살과 함께 혼자서 딸을 키우는 정형외과 의사인 어머니는 병원 문을 닫고, 와인 바를 열고, 밴드를 구성해, 음악에 몰두할 계획을 세웠다.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리고 남편(이갑선 역)과 헤어진 딸(김나미 역)은 항공 우주사가 될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남편의 재혼 소식을 듣고, 딸은 다시금 어쩔 수 없는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그래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결국 미완에 그친 딸의 자살시도로 엄마는 ‘푸르른 중력의 마음’으로 딸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첫 장면이 엄마와 딸의 요가연습장면으로 시작하며, 자칫 우울해지기 싶고, 또 싶게 절망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출구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감 위에, ‘희망’이라는 당의정 아닌 포장을 씌운 공연으로, 관점에 따라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의 삶’을, ‘중력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지구 중심에서부터 우리의 삶을 끌어내리는 막연한 ‘압박감’, 그리고 현실적인 제한을 벗어나기 위해,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는 딸은, 이 지구중력에서 벗어나, 무중력의 공간에서 ‘유영’하는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엄마의 조언과 충고로, 다시 ‘중력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딸은, ‘상실감’과 ‘희망’ 사이에 놓인, ‘중력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삶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입에서 불을 뿜는 공룡, ‘용가리’로 알려진, 공룡의 의상으로 한국에서의 정착을 꿈꾸는 재일조선인 강하나 (강유미 역) 역시, ‘공룡의 꿈’과 현실에서의 ‘좌절감’ 사이를 ‘유영’하는 인물이다. 모든 ‘오디션’에서 다 떨어지고, 심각한 ‘분리 불안’에 쌓인 강하나 에게 정형외과 의사인 어머니(이정미 역)는 병원을 ‘와인 바’로 개조할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긴다. 

그래서 결국 모든 등장인물들이 남편(이갑선 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희망’이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성탄절과 연말을 앞둔 대학로에, 내일에 대한 희망의 ‘선물 꾸러미’를 안겨준 젊은 극작가 최원종, 이시원 부부의 미래도, 이 연극의 결말처럼, 매우 희망적이기를 바라며, ‘절망’에 관해 노래하는 새 보다는, ‘희망’을 향해 느리게 기어가는, 결코 멈추지 않는 거북이의 걸음처럼,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다가가는 삶의 주인공이 되기 바란다. 

희망이 정말 아름다워 보이는 요즈음이다. 아마도 세월은 우리를 외면할 수 있어도, 그 세월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우리를 보다 더 아름답게, 성숙하게 만들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무거운 현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더 푸르러질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김창화 (상명대 공연영상문화예술학부 연극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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