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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Fez) 세계종교음악축제 참관기신경아의 길위의음악 - 아프리카편12
페즈 축제 수피의 밤

아프리카편의 대망의 마무리는 모로코의 고도 페즈(Fez)에서 개최된 세계종교음악축제 참관기로 갈음하려고 한다. 우리는 십여 년 전부터 이 축제에 참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마침내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종착지를 페즈로 정해 두고 말리와 세네갈 모리타니아를 먼저 여행한 후 모로코에 들어와서 전통과 민속이 남아있는 산간지역들을 주욱 둘러보고 축제 기간에 맞추어 페즈에 도착하도록 여정을 짰다. 축제기간은 열흘간인데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공연이 시작되니 오전에는 고적들을 둘러보거나 시장 구경을 해도 좋고 느즈막히 일어나 맛있는 점심 먹을 궁리나 하며 시간을 보내도 좋았다.

페즈는 마라케시와 더불어 모로코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로서 이곳의 구도심성곽 안의 메디나는 중세 아랍이나 이슬람 문화의 건축양식이 많이 남아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메디나 안의 골목길은 길기로 소문난데다 미로같이 얽혀 있어서 매일같이 다니는데도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어딘가를 가려면 지도를 보면서도 찾기 쉽지 않거니와 골목은 좁은데 담벼락이 높은 저택들이 줄지어 있으니 GSP가 제 기능을 전혀 못한다. 그러다보니 지도나 모바일 GSP를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에게 접근하여 길을 알려주겠다 자청하고는 수고비를 뜯는 현지인들이 중요한 길목마다 자리잡고 있는데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면 우리가 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을 알려주기 일쑤다.

올해 23회째인 페즈세계종교음악축제는 와서보니 명성에 비해 축제 운영 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없진 않은데도 유료공연 관객의 90% 이상이 유럽 사람들이다. 그것은 페즈라는 고도가 지닌 아우라에다 아랍식 궁정 정원과 닮은 공원이나 왕궁을 활용한 공연장들이 그 어떤 첨단 장치로도 흉내낼 수 없는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국적인 풍물을 체험하는 여행도 하면서 공연도 즐기는 일거양득의 휴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가 열리는 계절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천혜의 기후조건인지라 모든 공연장엔 지붕이 없어서 별빛과 달빛 콘서트가 되기도 하고 작은 규모의 공연들은 리야드라 불리는 고급 전통가옥을 호텔로 개조한 건물의 중정에서 주로 열리는데 그 리야드들이 또한 하나같이 예술작품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다만 상당수의 해외초청 기획공연들이 축제의 제목에 걸맞은 종교음악도 아니고 하위 주제인 '물과 성스러움'과도 연결고리가 없어서 여타의 일반 월드뮤직 축제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었던 것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점이었다. 그러나, 모로코 각지에서 올라온 지역별 수피그룹들의 종교의식 공연이 <수피의 밤>이라는 타이틀 아래 매일 밤 11시에 편성되어 있어서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는 있었다. 수피즘은 춤과 음악을 통하여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이슬람교의 한 종파이다. 이들이 연행하는 춤과 음악은 지역마다 다른데 우리나라 무속에 진도씻김굿이 있고 동해안별신굿이 있고 황해도굿이나 제주도굿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종교음악축제라면서 다른 나라 종교음악팀을 하나도 초청하지 않은 것이나 지역대표로 나온 수피 그룹들간의 실력 편차가 컸던 것도 문제였는데 실력이 처지는 지역 팀 대신 외국의 종교음악팀을 무대에 올렸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타 종교 음악을 올리는 것이 거북하다면 음악 잘 하는 무슬림 국가들이 근처에 수두룩한데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수피의 밤> 공연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부에 도장을 찍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다른 기획공연들이 다 유료인데 반해 이 <수피의 밤> 공연은 무료공연이었던지라 관객 대부분이 내국인들이어서 모로코인들의 공연관람 문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나름 소득이었다. 꽤나 큰 도시이건만 전문공연장도 별로 없고 평소 볼거리가 많지 않은 국민들에게 이 축제는 대단한 볼거리였기 때문인지 300-400명 정도라면 쾌적하게 볼 수 있을 공간에 1000명 이상이 모여들어 몹시 혼잡했으나 굿보러 온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우리들에게 큰 구경거리였다. 

모로코 사람들은 다른 지방의 굿음악도 대충은 아는지 간간이 추임새를 넣거나 장단을 딱딱 맞추어 신기했는데 페즈 지역의 수피팀이 무대에 오른 날에는 대부분의 관객이 모든 노래를 다 아는 듯했고 때때로 떼창을 해서 엄청난 볼거리를 연출했다. 

이번 여행을 하며 서북아프리카인들에게 가무(노래와 춤)는 무엇일까를 늘 생각하며 다녔다. 그들에게 가무란 숨을 쉬는 것이나 밥을 먹는 것처럼 본능에 가까운 어떤 것이 아닐까 싶다. 방문한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시골에선 아직도 민속음악이 생생하게 살아 연행되고 있고 대도시에선 서구 팝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나 현지화 되어 나라별 특성이 뚜렷한 대중음악이 인기를 누리고 있고 종교음악 역시 지크르나 메데흐 또는 수피음악이라 불리는 의식 음악이 대중음악과 거의 유사한 양상으로 널리 향유되고 있었다.

 

신경아 (음악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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