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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편⑦] 무슬림의 블랙가스펠 지크르(zikr) ....

 

세네갈 생루이_아카펠라 지크르

역시 아프리카다. 이슬람교는 음악을 그다지 장려하지 않는 종교여서 종교음악으로는 그저 코란이나 읊고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이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네갈에서는 가스펠이나 CCM에 비견될만한 무슬림들의 음악 지크르(zikr)가 대중음악처럼 광범위하게 향유되고 있었다.

 

세네갈 우쑤이_지크르 모임

어느 날 늦은 저녁 우쑤이의 마마아프리카네 집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아잔을 부를 시간이 아닌데 이장님 스피커같은 분위기의 스피커에서 노래같기도 하고 경 읽는 것같기도 한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리냐 물었더니 무슬림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소리나는 곳으로 구경을 갔더니 어느 가정집 마당에 수 십 명이 둘러앉아 있고 가운데 있는 두어 명의 소리꾼들이 소리를 하고 다른 이들은 따라부르거나 조용히 듣고 있었다. 우리는 방해될까 두려워 멀리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되돌아왔다. 

이틀 후 감비아 국경을 넘을 때 국경 근처 상가나 거리음식을 파는 이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음악을 틀어놓았고 다카르에서 쌩루이로 가는 7인승 택시 기사는 다섯시간 내내 그런 음악을 틀어놓았다. 최선생은 그제서야 무슬림 국가들에 지크르(zikr)라는 종교의식 음악이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혹시 그 음악이 지크르냐고 물어보았더니 맞다고 했다. 어쩌면 이전에도 몇 번 듣기는 했을터이지만 그저 코란경 읽는 소리라고만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루이에서 묵은 게스트하우스의 집사가 새벽부터 음질도 안 좋은 스마트폰으로 지크르를 듣고 있는 것을 또 목격한 최선생은 이 동네에선 지크르가 단순히 종교의례 음악만은 아닐 것 같다며 집사에게 물어 지크르 음악 파는 곳을 찾아갔다. 그 곳은 예상했던대로 음반가게가 아니라 문구점 한켠에 컴퓨터 한 대 놓고 음원을 파는 곳이었다. 음원판매상 이스마일라는 지크르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출반된 지크르 음원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고 유명한 지크르 소리꾼이 연주하는 곳에는 직접 가서 녹음을 하기도 한다는데 2.5기가 정도 되는 분량의 음원 리스트를 보여주며 그들의 이름과 음악 장르, 그가 누구의 제자인지 어느 파인지 등등의 정보를 설명해 주었다.

 

세네갈_수피성자 셰이크아마두밤바 형상1

 최선생이 집에 있는 음반 몇 장으로 이해하고 있던 지크르는 종교의례 때 주문을 외는 것같은 고전적인 형태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이스마일라의 아카이브를 통해 본 지크르는 아주 고전적인 양식부터 대중음악화 된 것, 관현악으로 편곡한 것, 서양악기 반주가 들어간 것 등 쟝르가 무척 다양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창작은 무슬림 성직자들이 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곡을 써서 성인이나 높은 성직자에게 헌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이스마일라가 보유한 아카이브 가운데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서양 악기로 반주를 하거나 전통악기 관현악 편성으로 반주 하는 것들은 빼고 아카펠라로 부른 것들과 타악기나 기타 반주가 들어간 것들은 모두 구매를 하였다.

세네갈 생루이_담벼락에 그려놓은 성자

이스마일라는 우리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지크르 곡을 쓰고 노래도 하는 유명한 가수를 안다며 그의 집으로 안내해서 만나게 해주었고 마침 다음날 저녁이 무슬림력의 주말인 목요일이라 지크르 모임이 사방에 있다며 두어 군데 안내하겠다고 자청을 하길래 우리는 생루이에서의 일정을 하루 더 연기했다.

다음날 밤 이스마일라의 안내로 지크르 모임 현장을 두 군데 방문했다. 첫번째 모임은 어느 가정집 마당에서 반주 악기 없이 아카펠라로만 노래를 부르는 고전적인 지크르 모임이었다. 모두 남자들인 가수들은 동그란 좌탁 위에 악보집들을 펼쳐 놓고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세 명이 시작하더니 우리가 떠날 무렵엔 그 숫자가 여덟 명으로 늘어났다. 고전적인 음악인지라 음악은 장중하고 분위기는 엄숙해서 모두들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한 시간쯤 참관 후 그 곳을 떠나 다리 건너 이웃 마을의 두번째 지크르 모임 장소를 찾아갔다. 

 

그 곳은 몇 백 미터 전부터 음악소리가 들려 소리나는 곳으로 다가갔더니 좁은 골목길에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모여 모임을 하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타악기 밴드의 반주에 맞추어 마이크를 든 남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신자들은 손뼉 장단을 치고 온몸을 흔들며 따라부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딱 미국의 흑인들이 블랙가스펠을 부르며 음악예배를 드리는 모습이었다. 놀라운 것은 까자망스의 우쑤이 마을에서도 그랬지만 주택가 한복판에서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키면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항의하는 주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쑤이의 마마아프리카네 망고나무 아래 있던 젊은이들 가운데 몇몇은 시끄럽다며 불평을 하기는 했으나 사회 통념상 신성한 종교활동에 대해 항의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듯해 보였다.

세네갈은 공식적으로 세속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9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슬람은 세속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음주도 금하고 음악도 그다지 장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을 터, 다양하게 변형된 지크르 양식 위에 신을 찬양하는 가사를 얹어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열정을 마음껏 배출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신경아(음악여행 칼럼니스트)

 

골목길 지크르 의식: https://www.youtube.com/watch?v=lcXdF7UUKFU

 

대중음악 느낌의 지크르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AWbtHplAr-4

 

대규모 야외 지크르 의식 모습: https://www.youtube.com/watch?v=hsM3y4nvJ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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