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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편 - 알리레자의 노래

 

신경아의 길 위의 음악③ 

 

이란의 고전음악은 관심 있는 이들에겐 그다지 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음반도 많고 유럽의 다양한 음악축제에 단골로 초대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눈 밝고 귀 밝은 이들은 들을 기회가 적지 않고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간 팀들도 있다. 나는 십 수 년 전부터 음반으로 즐겨 듣고 있었고, 이란에 온 후론 티브이나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고전음악이 나오는데다 테헤란에 있는 동안 전문연주자들과의 인터뷰도 여러 번 가질 수 있었던 터라 현황파악이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그러나 대중음악은 방송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고 유통 또한 음성적으로만 되고 있는지라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어떤 상황에 듣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버스나 택시에서 어떤 음악을 트는지 등으로 판단해 보려 했으나 기사들은 대부분 늙수그레한 연배들이라 코란경 읽어주는 방송이나 고전음악을 듣는 이들이 많았다.

이란에 도착한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드디어 이란팝을 듣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샤디는 카샨의 바자르에서 우연히 만난 멋쟁이 숙녀인데, 소속 여행사 없이 연줄로 손님을 소개받거나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 유적지 길목에서 손님 사냥을 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독립 관광가이드이다. 우리는 바자르에 갔다가 그녀의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터키어를 전공했지만 개인교습소에서 영어를 배워 가이드 자격증을 땄다 한다.

 

 

그녀와 유적지 투어를 떠나기로 약속한 날 아침에 숙소로 데리러 와서 나가보니 약혼자가 운전하는 차를 대기시켜 놓았다. 그녀의 약혼자 알리레자는 대학에서 전산관련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선 행정학을 전공했으나 통신회사에서 전산관련 일을 하고 있어 야간근무를 자주 하는데 그 전날 밤에 야간근무를 하고나와 쉬는 날이라 약혼녀를 도와주러 온 것이었다.

이들이 차에서 듣던 음악이 이란팝이었다. MP3에 담아 온 어마어마한 양의 노래들은 범아랍권 뽕짝이랄 수 있는 아라베스크풍에서부터 서정적인 발라드 계열이나 레게리듬으로 쓴 것도 있고, 민요에 기반한 전통가요 등 실로 다양한 이란팝을 오며가며 내내 들을 수 있었는데, 대중음악도 작‧편곡의 수준이 매우 높았고 가수들의 가창력도 고전성악 가수들 못지않게 뛰어났다. 이들과 이란의 대중음악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야간 근무를 하고 온 알리레자는 차에서 자고, 우리는 샤디의 안내로 2,500년 전에 지은 토성과 물저장고가 남아있고, 노인네뿐이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아직도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아비아네 산책길에 나섰다. 걸어가며 구경하며 우리의 여행목적은 음악을 듣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란 음악 얘기를 하며 이란 고전음악 명인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으니 샤디의 눈이 반짝 빛나는 듯했다.

 

 

아비아네 산책을 마치고 다음 유적지로 가려고 차에 타자마자 샤디는 약혼자 알리레자와 이란말로 소곤소곤 얘기를 하더니 알리레자가 노래를 잘 부른다며 우리를 위해 몇 곡 불러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시끄러운 도로 위에서 운전하며 노래할거냐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알리레자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놀랍게도 고전성악을 죽죽 뽑아낸다. 그의 목청은 이란 남자 고전성악의 특징인 카랑카랑한 테너의 그것이었다.

이란 고전성악의 발성은 우리의 정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특별한 훈련 없이는 따라 부르기조차 어렵다. 첫번째 곡은 전 국민이 인정하는 이란 대표 성악가 모하메드-레자 샤자리안의 곡이었고, 우리가 다른 명인들의 이름을 거론할 때마다 그들의 대표곡을 거침없이 불러주었다. 그의 노래를 달리는 차안에서 듣고 말기엔 아까운 듯해서 제대로 기록할 수 있게 저녁에 또 만날 수 있겠느냐 했더니 기꺼이 그러마고 한다.

알리레자는 열 살 무렵부터 노래가 좋아 스승의 가르침도 없이 독학으로 테이프를 들으며 따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노래 잘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이런저런 모임에서 노래를 불렀고, 지난달엔가는 이란 제 2의 도시 마샤드의 어느 대학에서 개최된 노래자랑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이다. 샤디는 그의 노래가 취미로만 하기엔 못내 안타까운 실력이라 그를 격려하고자 동영상을 찍어서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한단다.

이런 그녀가 차에서는 팝음악을 듣는 이유를 묻자, 팝음악은 해피뮤직 아니냐며 신나게 놀 때는 팝음악을 듣고 감상을 할 땐 고전음악을 듣는 거 아니냐고 한다. 우문현답(?)이었다.

 

 

우리는 오후에 음악원장과 면담 약속이 있었고, 알리레자는 밀린 잠을 자야 해서 유적지 투어를 서둘러 끝내고 두 시에 헤어졌다가 늦은 저녁을 먹는 이곳 풍습대로 해가 진 후 다시 만나 어느 전통식당으로 갔다. 샤디의 직업이 관광가이드인지라 식당 주인과도 친분이 있어 식당에서 가장 한적한 구석으로 가서 알리레자의 노래를 몇 곡 녹화한 후 이란 전통요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조용한 곳에서 녹화를 하며 다시 들어보니 그의 노래는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티가 확연히 났지만 타고난 그의 목청은 훌륭했기에 명인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는 게 어떠냐 권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란고전음악 음반을 내는 레이블 대표의 이름과 이메일주소 등도 알려주었다. 이란의 음악인들은 극소수의 스타급 명인들 외에는 실력이 프로급임에도 생계를 위한 직업을 따로 갖고 있으면서 반프로-아마추어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경아 (음악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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