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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길위의음악 - 아프리카편⑩사막의 음유시인 모리타니아인들
모리타니아_사막마을 결혼식 피로연 가수들

오래 전부터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면 그들이 어떤 음악을 항유하는지 유심히 살피고 다닌다. 그래서 공연장을 가기도 하지만 라디오나 티브이에서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 버스나 택시 기사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등도 주의 깊게 살핀다. 요즘은 어딜 가나 젊은 세대들은 현지화된 것이든 수입된 것이든 팝을 하하고 팝을 듣는다. 그런데 모리타니아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까지 전통음악을 즐기는 놀라운 나라이다. 2주일 머무는 동안 팝음악은 대도시 누아디부의 프랑스인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들은 것이 전부다. 

사막 트레킹을 떠나기 전날 우리는 가이드 다히와 함께 사하라사막 입구의 테르짓이라는 마을로 가서 낙타몰이꾼 마흐미디의 집에 하루 묵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마흐미디의 부인이 우리를 위한 저녁으로 꾸스꾸스 만드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둥둥둥 북소리가 나서 내다보았더니 마흐미디의 큰 딸인 다섯살 짜리 뜨슬렘이 동네 친구들과 노는 중에 놀이판이 벌어진 것이었다. 한 녀석이 노란색 플라스틱 물통북을 두들기니 다른 꼬마는 부엌으로 달려가 쟁쟁거리는 깡통 바께스를 가져다 엎어놓고 두드린다. 한둘이 앞에 나와 춤을 추고 나머지는 바닥에 앉아 손뼉으로 장단을 치면서 혀를 말아 굴려 말울음같은 소리를 내는 으즈가리뜨를 한다. 춤추는 녀석들은 스텝 뿐 아니라 손가락 끝이며 시선 처리까지 엄마들과 똑같이 따라하고 두 돌이 채 안된 마흐미디의 작은 딸도 가끔 북을 잡는데 박자를 딱딱 맞춘다.  최선생은 꼬맹이들까지 전통을 즐기고 있으니 모리타니아는 지금 당장 서양 문화가 밀고들어온대도 앞으로 50년간은 전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겠다며 흐뭇해한다.

방송에서도 수시로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고 택시나 버스 기사들은 물론 언제나 전통음악을 듣는다. 결혼식에 가면 소리꾼 주변에는 녹음하려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들어 전화기를 들이댄다. 젊은이들은 웬만하면 USB에 자기가 녹음했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 가지고 다니고,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스맛폰이나 핸드폰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서 듣는다. 모두들 음악을 좋아하니 노래 잘 하는 사람도 많고 장단 잘 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결혼식 같은 잔치에는 인근에서 소문난 소리꾼을 초빙하기도 하는데 이들 중에는 반 프로들도 있지만 아마추어들도 있다. 아마추어들도 남자들은 카랑카랑한 테너의 목청이며, 여자들은 허스키한 음색이지만 저음에서 고음까지 파워풀하게 내뿜는 목청들이다. 

 

 

앞서 올린 말리편에서 그리오라는 세습 예능집단을 소개했었는데, 모리타니아에도 그리오들이 있다. 지난 9편에 소개한 디미민트아바 같은 유명한 그리오 가족들은 대부분 수도인 누악쇼트로 이주를 했다. 세도가들이 모두 도시에 살고 있으니 수입이 좋은 행사가 모두 그 곳에서 벌어지고 방송 출연이나 해외공연을 떠나기에도 그 곳에 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 보니 서아프리카의 그리오문화권 나라들 가운데 모리타니아의 그리오들이 가장 높은 부와 지위를 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아랍문화권이 대부분 그렇지만 모리타니아 사람들은 유난히 시 쓰기와 낭송을 즐긴다. 젊은이들도 즉석에서 시를 지어 서로 주고받으며 즐길 줄 알고, 티브이를 틀면 수시로 시인들이 나와 시를 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도 시를 주고받는데, 예를 들면 우리 가이드 다히의 이모가 삼촌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갚기로 한 날짜에 갚지 않자 독촉하는 내용을 시로 써서 보냈는데 삼촌 또한 돈을 갚지 못하는 사연을 시로 써서 보냈고, 이렇게 서너번씩 시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다히가 전화로 중개를 해주었다며 그 시를 줄줄 외고 있었다. 

예전 우리의 시조가 그랬듯이 자고로 시란 운율을 맞추어 쓰는 것이어서 시낭송을 하면 운율이 딱딱 맞아 한편의 음악을 듣는 것같다. 나는 아랍어를 전혀 모르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아랍어는 시를 쓰고 읽기에 좋은 운율이 내재된 언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녹음해서 듣는 것처럼 시를 녹음해 갖고다니며 듣는 사람들도 많다. 

또, 유명한 시인들이 시를 읊을 때는 전통 현악기 티디닛으로 반주를 하는데, 거의 즉흥으로 연주하는 시반주는 섬세하면서도 화려하여 시낭송이 더욱 노래처럼 들린다. 시낭송을 이처럼 즐기다 보니 재작년부터 열리는 두 번의 범아랍권 국가대항 아랍어 시낭송 대회에서 모리타니아 사람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다.

신앙심도 깊은데다 시를 숭상하는 풍토가 있고 음악도 경박하지 않고 깊이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아라비아 반도에서 사하라사막을 건너 이 곳에 정착한 모리타니아인들의 조상은 아마도 신앙생활을 하기 좋은 땅을 찾아 오랜 유랑을 시도한 수도승들이거나 음유시인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신경아(음악여행칼럼니스트)

 

*모리타니아의 가수들은 주로 결혼식이나 생일 등의 잔치에서 공연을 하고 개인 공연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어느 여가수의 공연 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이 영상에선 덤으로 모리타니아인들의 미모를 확인할 수 있다.

 

* 누악쇼트의 프랑스문화원에서 개최된 Coumbane Mint Ely Warakane 의 공연:

https://www.youtube.com/watch?v=1bxYtfjjN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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