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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길위의음악 - 아프리카편⑨사막 트레킹, 캠핑, 그리고 사람들
모리타니아사막

 

세네갈에서 사하라사막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신비한 나라 모리타니아로 넘어왔다. 지금까지 수 십 개의 나라를 여행했지만 모리타니아처럼 사전정보가 빈약한 나라가 없었고, 생각했던 것과 이토록 다른 나라도 처음이다. 아주 가난한 나라일 거라 믿었는데 새까만 아스팔트가 사방으로 죽죽 뻗어있고 번쩍거리는 벤츠나 아우디가 굴러다닌다. 그런가 하면 보통 사람들의 생활 형편은 말리와 세네갈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데도 스스로는 블랙아프리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수준 높다고 믿는 것이라든가 그러면서도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별 관심도 없고 소통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 특이한 나라이다. 그러나 음악만은, 예상했던대로 흉내조차 어려울 수준의 가창력과 악기연주 실력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음악과 더불어 사막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에 발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오래된 그러나 현재진행형인 모리타니아 전통음악을 찾아 풍악을 울린다.

 

 

우리가 거쳐온 말리와 세네갈도 사막이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모리타니아야말로 사막에 세워진 나라이다. 대도시 뒷골목은 말할 것도 없고 큰길가 도로에도 모래가 덮여있기 일쑤다. 이 모래는 도시에서는 성가실 따름이지만 원래 있어야 할 사막에 모여 있을 때는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존재들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막들을 다녀보았지만 낙타에다 짐을 싣고 여러 날 걷는 본격 사막트레킹 경험은 처음이었다. 일행은 우리 둘과 요리사 겸 가이드 다히와 낙타몰이꾼 마흐미디, 그리고 낙타 두 마리였다. 

떠날 땐 사하라사막 맛이나 볼 요량으로 3박4일 예정으로 떠났으나 다음날 묵게 되어있는 마을에서 일주일 후에 전통 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이드 다히와 급히 상의하여 기간을 일주일로 늘리고 반대방향으로 출발하여 결혼식 전날 그 마을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바꾸었다. 한 친구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웬 결혼식 장례식이 그렇게 많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행사에 일정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많은 여행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막 트레킹의 필수요소인 낙타는 사막 트레킹의 묘미 중의 하나이다. 녀석들은 사막에 최적화된 운송수단이면서도 순하고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 2미터가 넘는 키에 수 백 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걸으면서도 녀석들의 발은 모래에 빠지지 않고 사뿐사뿐 걷는다. 그들은 또 우리가 수 리터의 물을 마시는 동안 물 한 방울 없이 잘도 걷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어쩌다 만나는 오아시스 샘터에서 물을 마실 때는 한번에 수십 리터는 마시는 듯했다. 그리곤 다음 샘을 만날 때까지 며칠간이라도 물을 마시지 않는다. 

3월 중순에 떠난 트레킹의 일과는 아침을 먹고 8시에 걷기 시작하는데 9시만 되어도 태양은 벌써 이글이글 타오르므로 11시 경이면 나무그늘을 찾아 점심을 해먹고 낮잠을 늘어지게 잔다. 자고 일어나서도 한참을 놀다가 대여섯 시나 되어 또 길을 떠나 해질녘 전망 좋은 모래언덕에 천막을 치고 저녁을 해 먹는다.

사막 트레킹을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캠핑이다. 모래사막 캠핑이야말로 그간 해 본 캠핑 중의 왕좌였다. 캠프사이트에 도착하면 일단 신발부터 벗는다. 따끈하게 데워진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천막을 치노라면 서녘하늘은 막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동녘하늘엔 별이 하나둘 보이다가 해가 넘어가면 온 하늘이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별천지가 된다. 천막을 세운 후 마흐미디는 도끼를 들고 나가 나무를 해서 불을 지핀다. 다히가 수프재료를 다듬어 불 위에 올리고 빵반죽을 하는 동안 마흐미디는 둥그렇게 모래 구덩이를 하나 파고 장작불을 지펴 모래오븐을 만든다.

빵굽기

반죽이 되면 달구어진 모래오븐에 도우를 넣고 재를 살살 덮은 후 20분쯤 있다 뒤집어 10분 정도 더 익히면 구수한 빵이 구워진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마흐미디는 잔가지들만을 모아 태워 숯을 만든 뒤 작은 찻주전자를 올려 차를 끓인다. 이들이 차를 끓여 마시는 과정은 종교의식을 치르는 것 마냥 경건하다. 모리타니아에는 거품이 적당히 있는 것을 잘 끓여진 차로 여기는 풍습이 있어 주전자에서 찻잔으로, 찻잔에서 찻잔으로 높이 들어올려 따르길 수십 번 반복하는데 솜씨 좋은 사람이 만든 차는 거품이 딱 보기좋을만큼 만들어져 작은 생맥주잔 처럼 된다. 그렇게 만든 차를 보통 석 잔 정도씩 마시는데 이 세레모니는 보통 30분 이상, 식후에는 두어 시간 지속되기도 한다. 다히와 마흐미디가 나무를 해오고 불을 지피고 차를 끓이고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따뜻하게 데워진 모래에 발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오래된 그러나 현재진행형인 모리타니아 전통음악을 찾아 풍악을 울린다. 그러면 목청 좋은 마흐미디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흥 많은 다히는 춤을 추어가며 요리를 한다.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사막을 찾아가는 길_하늘과 땅과 바람밖에 없다

 

*소개하는 음반은 모리타니아의 국민가수 디미민트아바와 그녀의 전남편 할리파의 노래다. 그녀는 모리타니아의 대표적인 그리오 가문 출신으로, 아버지는 모리타니아 국가를 작곡했고 삼촌, 전남편과 후남편, 오빠와 여동생, 자녀들 대부분이 음악을 한다. 2011년 그녀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 공연하러 갔다 서거했다는 소식에 전 국민들이 애도를 표했고 대통령이 전용기를 보내 운구를 했다는 전설적인 국민가수다. 이 음반에서는 디미민트아바  못지 않게 전설적인 가수인 할리파의 티디닛(류트류 악기) 연주와 노래, 또 이들 음악에 빠지지 않는 손뼉 장단의 매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n3AHIowKEY

 

신경아 (음악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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