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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길 위의 음악 ② 이란편] 미래를 가르치는 이란의 음악 교육_시골의 작은 음악 학원에서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250km쯤 내려간 곳에 카샨이라는 고도가 있다. 테헤란에서 비교적 가까운 도시 중의 하나인데도 시늉으로만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다니는 테헤란 여자들과는 다르게 그 곳의 여인들은 어린 여자애들을 제외하곤 중고등학교 여학생들도 머리부터 발치까지 온 몸을 뒤덮는 검은 차도르를 입고 다녀 진짜 이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엔 수백 년 전부터 있었을 전통시장 바자르가 활기에 넘치고 연분홍색 황토로 지은 옛 건물들이 즐비하고 멀지 않은 곳에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비아네마을과 지하도시 등의 유적지도 있다 하여 며칠 머무르게 되었다.

 

 

이처럼 보수적인 도시에서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 젊은이 파르샤드는 미국드라마를 보며 독학으로 터득한 미국식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여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파르샤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란의 음악교육에 관한 얘기도 나누게 되었는데 자기 친구가 기타 레슨 하러 출강하는 음악학원이 있다길래 방문하고 싶다 했더니 주선을 해주었다.

다음날 오후 파르샤드를 앞세우고 선물로 줄 양과자를 한 박스 사서 카샨에서 가장 큰 사설음악학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대충 분위기만 봐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원장이 직접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를 하여 성심껏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인터뷰가 끝난 후 레슨하는 것도 참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란의 음악학원에서는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함께 가르친다. 나중에 방문하게 되는 여러 도시의 악기점들 역시 전통악기와 양악기를 모두 같이 취급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올린 첼로 같은 대부분의 서양 악기들의 뿌리는 페르시아 즉 이란의 악기이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그리스로 돌아가는 길에 악기 3,000 종을 가지고 가서 유럽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토목공학을 전공했으나 음악이 좋아 이란의 대표 현악기 중의 하나인 타르를 연주하며 테헤란에서 앙상블 활동을 하다가 생계를 위하여 고향에 내려와 학원을 열었다는 원장 사네일씨는 이란 고전음악의 교습방법에 대해서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었다.

 

 

이란 고전음악은 내내 구전으로 전수되어 오다가 19세기 어느 이란인 음악학자가 독자적인 악보체계를 개발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이란에 와서 타르를 배우고 있던 프랑스 음악가가 서양음악의 오선보 체계를 도입한 이후로 이제는 구전심수 방법 뿐 아니라 악보로도 전수된다고 하며 이란 고전음악의 기초단위인 구셰라고 하는 주요 선율들을 채보해 놓은 책을 보여주었는데 백과사전만큼 되는 두께였다.

 

"시골의 작다면 작은 음악학원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하며 이란 고전음악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것의 전승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동안 사네일 원장의 입에서는 수많은 명인들의 이름이 언급되었는데 원장실에는 그들 수 십 명 명인들의 초상화가 같은 크기의 액자에 넣어져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시골의 작다면 작은 음악학원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하며 이란 고전음악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것의 전승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학원에 등록된 400여 명의 학생 가운데 전통음악이나 악기를 배우는 학생수가 몇 퍼센트쯤 되는지 물었더니 90%쯤 된다 해서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서양음악 배우는 교습생이 10%밖에 안되는 것이 맞냐고 되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여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원장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레슨하는 것을 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마침 원장의 다음 레슨이 다섯 살짜리 타르 신동이라며 수업참관을 허락해 주었다.

 

 

꼬마가 배우는 악기 타르는 여러 전통 악기 가운데서도 배우기에 가장 어려운 악기중의 하나라고 한다. 거의 자기 몸통만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선생이 뭐라 할 때마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를 하는 꼬마의 눈빛이 남달라 보였다. 이 날 교습하던 곡 가운데 <이란(Iran)>이라는 제목의 음악이 있었는데, 선생이 악기 연주를 가르치면서 아이한테 계속 가사를 일러주는 것이었다.

모든 음악이 다 그렇지만 이란 고전음악에서는 특히나 감정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이란 고전음악의 꽃은 남성 성악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이 노래하는 가사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들이다. 그러므로 기악으로만 이루어진 음악을 연주할 때도 음악의 의미를 먼저 생각하고 연주에 실어야 한다고 한다.

 

 

선생과 꼬마가 두어 번 같이 쳐본 다음 꼬마에게 혼자 해보라고 시키니 꼬마가 연주를 했는데, 선생이 아이를 놀려먹으려고 그랬는지 "그게 무슨 이란이냐 네가 연주한 것은 이란이 아니라 강아지처럼 들려" 라고 했더니 그 당찬 꼬마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제가 느낀 이란은 이런 것이예요. 선생님의 이란이 이란1이라면 제 것은 이란2예요" 라고 답을 해서 지켜보던 모든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꼬마가 잘 커서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원장실에서 나와서 전통 타악기 톰박 수업하는 것도 참관했다.

그 수업은 초등학생들만 따로 모아 가르치고 있었는데 톰박을 들 수나 있을까 싶은 꼬마 학생들도 성인용 악기로 연습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수업이 끝나니 밖에서 기다리던 부모들이 우루루 교실로 들어와 아이들의 악기를 챙기고 하는 모습들을 보며 먹고살기에도 바쁠 것이라 생각했던 나라에서도 자녀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예술을 가르치는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또 한번 놀랐다.

 

신경아 (음악여행 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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