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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들의 모든 의례는 <기-승-전-가무>이다아프리카편⑧
세네갈 세례식

세네갈 남부 까자망스 지방의 우쑤이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동안, 먼 곳은 스쿠터로,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마을마을 다니며 구경을 하다 주민들을 만나면 조만간 마을 잔치가 있는지 물어본다. 마치 골동품 수집상들이 "옛날 물건 팔 거 있나요?" 하는 것처럼. 우리가 방문한 때는 3월 초였는데, 보통 우기가 끝나는 가을부터 신년 초까지 큰 축제들이 있단다. 모두들 조금 일찍 오지 그랬냐며 안타까워 하거나 가을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러나 축제가 없는 기간이라지만 세례식이나 장례식은 시즌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 아닌지라 우리는 여드레 남짓 동안 장례식 두 개와 세례식과 할례식 하나씩을 보았다. 오늘은 그 중에 어느 마을의 세례식 장면을 소개할까 한다.

세례식 아기집 돌기

그 날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마을에 스쿠터를 타고 무작정 들어가고 있는데 길에 모래가 많이 덮여 있어 스쿠터가 헤매고 있자니 걸어서 가고있던 청년 하나가 조심하라며 말을 건네더니 대화가 시작되어 자연스레 우리의 가이드가 되어 자기 마을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 마을은 세네갈의 다수 종족인 월로프족 마을이어서 우리가 머물고 있던 우쑤이의 디올라족과는 조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청년의 이름은 말릭인데 웃는 모습이 버락오바마를 닮아서 우리는 그를 키큰 오바마로 불렀다. 그는 이틀 후에 지난 주에 태어난 아기의 세례식이 있을테니 와서 행사도 보고 자신의 집도 구경하고 카약으로 망그로브숲 사이로 난 바닷길 구경도 하자고 제안한다. 요리조리 뜯어봐도 사깃꾼 같지는 않아서 그러마고 했다.

이틀 후 이른 아침 마마아프리카네 막내아들 이부에게 빌린 스쿠터를 타고 20여km를 달려 그 마을에 도착하여 세례식 하는 집으로 찾아가니 집 앞 커다란 망고나무 아래 남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집안의 큰 어르신한테 인사를 하고 앉아 있자니 금방 남자 손님들 40-50명 쯤이 모여든다. 잠시 후 모두들 우루루 일어서서 어디론가 가는데 우리더러도 같이 가자고 해 따라가니 뒷골목의 어느 집 마당에 아침 식사를 차려놓았다. 이들의 잔치집이나 초상집을 가보면 대부분 당사자의 집이 아니라 이웃의 어느 집에서 부엌일을 전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사자의 집에서는 손님들 치르느라 복잡할 것을 고려하여 그러나본데 참으로 현명한 방식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이웃들이 축의금 대신 음식을 해가지고 가곤 했다는데 이들은 부엌과 노동력을 품앗이로 제공하는 것이다. 식사 후 모두들 다시 돌아와 망고나무 그늘에서 기다리는 동안 동네 모스크의 이맘이 집 뒤꼍으로 가서 희생양의 목을 따는 의식을 치르고, 방으로 들어가 태어난 아기를 안고 주문을 외며 축복을 내린 후 망고나무 그늘로 나와 아기의 이름을 공표한다. 그리곤 다같이 코란을 강독한 후 쌀가루 빻아 뭉친 것을 한 덩이씩 나누어 먹으며 의식이 끝난다. 우리는 외국인이라는 특권으로 그 모든 자리에 이맘을 따라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공식적인 의식은 이렇게 남자들끼리 하고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이제 오후가 되면 피로연이 벌어지는데 피로연은 온전히 여자들의 시간이다. 말리에서도 세네갈에서도 의식은 남자들이 치르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주로 여자들의 몫이다. 아 물론 성인/할례식에서는 남자들도 참여한다.

 

세례식 아기

피로연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키큰 오바마 말릭네 집 마당에서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서너 시쯤 되자 골목길엔 한껏 차려입은 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오바마네 집 여자들도 머리를 감고 치장을 하길래 슬슬 일어나 세례받은 아기네 집 망고나무 아래로 갔다. 그 곳엔 이미 오십 명쯤 되는 여자들이 와 있었고 한쪽에선 드럼통만한 플라스틱통과 20리터들이 땅콩기름 통을 타악기 삼아 두드리며 아기네 집을 한바퀴 돌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20-30분 내에 온 동네 여자들이 다 나온 듯 숫자는 점점 늘어나서 2백 명은 족히 될 듯했다. 말리의 잔치에서는 주로 전문 가수인 그리오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일정한 스텝을 밟으며 군무를 추는데 이 곳에선 노래는 모두 같이 부르고 춤은 한 명씩 차례로 나와 춤 배틀을 벌였다. 이들의 춤은 상체를 굽히고 엄청나게 빠른 스텝을 밟는 춤인데 아무리 힘이 좋은 베테랑 춤꾼이라도 1분 이상 추지 못할 정도로 격렬하다.

동네에서 수시로 있을 잔치에 때마다 그렇게 춤추고 놀 터인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짧게는 2-3분 길게는 10분 남짓 벌어지는 배틀이 한바탕씩 끝날 때마다 깔깔거리며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 자리에 앉지만 다음 판을 달구는 새로운 음악이 흐르면 다시 슬금슬금 일어나 그 큰 엉덩이를 흔들며 나가서는 새로 벌어진 배틀에 한 바탕씩 참여하고 자리로 되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특이한 것은 여자들의 놀이판에 남자들은 얼씬도 안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집안일 밭일 육아를 도맡아 하는 여자들에게 이런 날만은 실컷 놀도록 배려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례식 꼬마 관객들

피로연은 네 시 쯤에 시작해서 해가 슬슬 넘어가는 7시30분이 되어도 분위기가 식기는 커녕 점점 더 열기가 고조되더니 결국 해가 꼴딱 넘어가고서야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며 끝이 났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우물물 길어다 장작불에 밥해야 하는 고달픈 일상 속에서 이렇게 한번씩 판을 벌려 놀고 나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신경아 (음악여행칼럼니스트)

 

 

*망고나무 아래에서 벌어지는 춤 배틀: https://www.youtube.com/watch?v=Fu-FirfnO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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