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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길 위의 음악⑦ [터키편1]- 야일라의 양치기음악가들터키 민속음악 연구하는 신세대 음악가 메흐메트
피리부는 양치기와 북반주 넣는 메흐메트

 

 

민속음악집단 Music Village 이끄는 아이타치,

위치텔리 연주자 오스만&알리

 

45일간의 이란 여행을 끝내고 터키로 넘어왔다. 당초 터키여행의 목적은 서남부 에게 해에 접한 이즈미르 지역에 가서 옛 그리스인들의 흔적을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지금은 터키 땅인 아나톨리아반도 서쪽에는 로마시절부터 그리스인들의 지역이었고 그곳에 살던 그리스인들의 음악이 참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동쪽 끝에 있는 이란에서 국경을 넘어왔으니 서남부까지 횡단을 하려면 사나흘은 족히 걸릴 듯하여 중간쯤에 있는 카파도키아에 며칠 쉬어가기로 했다.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

카파도키아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기기묘묘한 형태의 바위들로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으로 중심지 괴뢰메 마을엔 다양한 여행자 숙소와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한달 넘게 무알콜 사회인 이란에 있다가 백주대낮에 카페에서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며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딴 나라로 넘어 온 것이 실감났다. 라이브 공연은 대중음악인데 터키는 전통이나 민속음악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지만 대중음악도 쟝르가 다양하고 수준도 높다.

 

야일라
야일라
야일라

 

다음날 게스트하우스 로비라운지에서 지도를 펴놓고 다음 행선지로 선택한 야일라 산악지대를 어떻게 가야 하나 궁리하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 휸카르가 자기 고향이 바로 그 마을이란다. 인샬라! 야일라(yayla)란 터키의 남쪽 지중해 연안에 동서로 길게 형성된 산지에 여름이 오면 양치기들이 양떼를 몰고 올라가 한 철을 지내는 고원 목축지를 이르는 말이다. 야일라 지역은 알프스의 초원 못지않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도시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많이 활용되지만 아직도 양떼를 키우는 양치기들이 남아 있고 그들이 외로움을 달래며 연주하는 음악이 아름다워 야일라 민속음악을 모아놓은 음반이 있을 정도다. 

 

우리는 휸카르의 소개로 그의 고향 타르수스에 가서 신세대 음악가 메흐메트를 만났다. 아이돌처럼 해사한 외모의 스물네 살 청년 메흐메트는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터키의 대표적인 현악기 발라마와 민속악기인 위치텔리 및 피아노를 연주하며 작곡도 한다. 이 모든 것보다 더욱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터키의 민속음악 명인들을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배우는 현장연구자라는 점이다. 그동안 연구해 온 것으로 대학 재학 중에 이미 저서를 냈고, 후속편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그의 안내로 타르수스 주변의 야일라를 방문하며 양치기 음악가들을 만나고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인연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 이번에는 메흐메트의 소개로 그가 참여하고 있는 음악집단 Music Village를 이끄는 아이타치를 만나기 위해 지중해변의 아름다운 도시 페티예로 향했다. Music Village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야일라의 민속음악을 보존하고 전승하자는데 뜻을 같이하는 뮤지션들과 연구자들의 집단으로서 터키 민속음악 명인들을 찾아 다니며 배우기도 하고 함께 공연을 올리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타치와 함께 페티예 주변의 야일라를 방문하며 많은 양치기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 두 명인을 소개한다.

알리 아저씨

알리 아저씨와 오스만 아저씨는 사촌지간인데 음악적으로도 스타일적으로도 매우 다르고 서로서로 상대를 자신의 라이벌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주로 연주하는 악기는 ‘위치텔리’라고 하는 어른 팔뚝 길이보다 조금 긴 3현 악기인데 소리가 영롱하고 명랑하다. 선율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인공소음 하나 없는 초원에서 듣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하다. 그러고 보면 가축을 몰며 초원을 누비는 양치기들의 악기는 대부분 크기가 작다. 어쩌면 피리가 대표악기일지도 모르겠다. 저 유명한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의 가사 첫 구절은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로 시작하며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목동”의 이미지는 우리 전통회화의 흔한 소재이지 않은가.

 

알리아저씨네 뽕나무 그늘 아래 (왼쪽 모자 쓴 이가 알리), 오른쪽 팔짱끼고 있는 이가 필자(신경아), 그 옆 카메라 들고 있는 이는 최상일 PD(필자의 남편)

알리 아저씨네 집에 도착하니 커다란 뽕나무 아래 놓인 테이블에 바로 그 뽕나무를 깎아 직접 만든 위치텔리들이 주루룩 놓여있었고,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웃들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계셨다. 아저씨는 우리가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내고 있자니 바로 연주를 시작하는데, 그의 연주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주를 하는데도 음절 하나하나가 살아있어 과연 경지에 오른 연주자의 솜씨라 할만했다.

 

오스만 아저씨

한편 오스만 아저씨는 동네의 전망 좋은 언덕 위에 돗자리를 깔고 술탄이 사용했음직한 멋진 쿠션까지 장식해 놓고 우리를 맞이하셨다. 아저씨는 의상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경써서 차려입고 악기에도 섬세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매달았을 뿐더러 연주하는 동안 자세나 표정도 멋스럽게 연출하려는 모습이 느껴졌는데 연주하는 음악도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었다.

 

두 분의 마을을 차례로 방문하여 연주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타치의 첫 질문이 바로"누가 더 잘하는 것 같냐?" 였다. 우리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서로 다른 스타일로 연주하는 최고 기량의 선수들을 놓고 평가를 하는 것이 쉽지도 않거니와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분의 라이벌 의식은 지역에선 다 알려진 얘기라서 이방인인 우리들의 의견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의 느낌은 이러했다. 알리 아저씨는 현란한 테크닉으로 나의 머리를 감동시켰고, 오스만 아저씨는 서정성인 선율로 나의 가슴을 감동시켰다.

 

 

  • 알리, 오스만 그리고 멋쟁이 청년 메흐메트가 올 가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무대에 오른다. 9월 22일과 23일 두 번 공연을 하는데, 터키 야일라 음악이 궁금하신 분들은 나들이 삼아 가봐도 좋겠다.) 

 

신경아 (음악여행 칼럼니스트)

 

알리 아저씨와 메흐메트

 

 *알리와 오스만의 연주는 유튜브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 알리&오스만 : https://www.youtube.com/watch?v=qNNgiJ3w1_A

 

**오스만 아저씨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A-iNw7qPGeU

 

**추천할만한 터키 전통음악 소개: 현란한 현악기 연주와 기품 있는 보컬이 빛난다.

- 고인이 된 알리 엑베르 지젝<Haydar Haydar>: https://www.youtube.com/watch?v=1fJw71ZJUy4

- 현존하는 아흐멧 아슬란의<Minnet Eylemen>: https://www.youtub e.com/watch?v=fwB_8kGGs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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