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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뽑은 요즘 노래④ 춘향이는 이도령을 기다리기만 했을까?소리꾼 권송희의 <야단가>와 <인당수>
소리꾼 권송희

 

: 가려 뽑은 요즘 노래④

 

국악방송을 거의 종일, 매일 듣다보면 그 멜로디가 귀에 익어 제목이 궁금해지는 노래. <야단가>라는 노래가 있다. 권송희의 노래다. 귀에 쏙 들어오는 독특한 리듬, 선율, 그리고 매력적인 가수의 목소리가 참 어울린다.

 

그대가 여기 계실 때에는

그 밤이 너무 짧아 아쉽더만

홀로 떠나간 당신을

기다리는 이 밤은

처음 오실 때에는

그 자리 뜨지 못해 머물더만

이제 떠나가고 나니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네

 

지 아버지 불호령이 그리 무섭더냐

세상 사람 소문거리 그리 듣기 싫었던가.

아 덩치 큰 큰 꼬마도령 모두다 싸그리 긁어 뱉어 무르고 싶구나.”

 

 

노래의 내용은 ‘아버지 눈치, 세상 소문이 그리 두렵더냐.. 애달픈 사랑고백이 무색하게 이별고하고 돌아서더니 뒤 한번 돌아보지 않는 너, 그대는 덩치만 큰 꼬마 도령일 뿐, 너와의 기억들 싸그리 잊고 싶다’ 는 춘향의 속마음을 담고 있다. 오매불망 떠난 님 만 그리워하다 죽음을 불사하고 옥살이를 견뎌내는 순종형 춘향이 아니다. ‘너 그럴 수 있어?’ 몽룡에게 세게 한 마디 쏘아 부치는 다부진 춘향의 노래다.

 

가수 권송희는 이 춘향의 마음에 ‘비아냥’을 살짝 섞어 정말 사랑스럽게도 표현한다. 편지 한 장 없더니 불쑥 돌아와서 ‘나의 수청을 들겠느냐’라니.. 아오~~~~~‘ 이렇게 몽룡을 야단치는 마음을 살려 제목을 ‘야단가’라 지었다하는데, 뒷 부분에서 ‘아오~~~’ 라며 분출하는 ‘화’를 생각하면 제목이 좀 더 튀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런 맥락을 짚어가며 노래를 다시 한 번 들어보면 노래 공감이 색다르다.

 

이 노래 <야단가>는 2011년 국악방송의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룹 ‘타니모션’ 대표곡으로 좀 알려지는 듯하더니, 가수와 팀이 결별하면서, 확장세가 주춤해졌다. 더 많이 알려져서 공감하는 청중들을 더 많이 만났으면 하는 나의 기대가 아직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야단가>에 마음이 끌린 후 가수 권송희를 주목했다. 판소리를 탄탄하게 제대로 학습한 엘리트 재원이다. 일찍부터 판소리의 새길 찾기에 합류해서 다양한 경력들을 쌓아가고 있다.

작년 말 국악방송이 제작한 뮤직비디오에서는 <인당수>를 불렀다. 권송희가 기획한 <모던심청> 의 한 곡인데 ‘어서 빨리 인당수에 들라’며 목숨을 재촉하는 선인들, 이에 떠밀리며 갈등하는 심청의 속마음을 권송희는 독하고도 처절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이런 극적인 상황을 받쳐주는 복합적인 ‘사운드’도 참 대단하다. 국악방송의 뮤직 비디오 <인당수>의 작업을 맡은 남선호 감독은 권송희가 해석한 <인당수>를 참 ‘섬뜩’하게도 표현했다. 보고 나면 좀 불편할 정도다. 영상감독은 아마도 <인당수> 대목에 들어있는 이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해주는 권송희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스토리를 구성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야단가>나 <인당수>의 힘은 권송희의 탁월한 판소리 텍스트 해석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이전 판소리를 소리로만 전수받는 일도 대단하고, 그 이면 살리는 법을 옛 명창처럼만 해도 훌륭하지만, 그 이면을 자기 시대의 자기 시선으로 풀어내는 역량을 갖추는 소리꾼은 귀하다.

요즘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더불어 그 시도도 다양하기에 작업 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중에 권송희 처럼 그 알맞은 정도를 소리로 들려주는 이를 만나는 건 큰 기쁨이다. 최근에는 안숙선명창의 생애를 창극화한 ‘두 사랑’에서 어린 안숙선의 역할을 맡았고, 장영규 프로첵트 ‘이날치’에도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치열하게 추구해온 권송희의 여러 노래 작업들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일까. 그가 경계를 넘는 시대의 가수로 성장하면서 판소리가 우리 시대의 노래로 자리잡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는다.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

 

 

https://www.youtube.com/watch?v=yqdLMXhscuE

 

https://www.youtube.com/watch?v=HH13wuJ2O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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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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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인 2019-05-23 11:42:56

    보기드문 귀한 젊은 소리꾼이죠~
    판소리가 누구나 즐겨 듣는 노래로 자리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소망을 갖아보구요~
    판소리 가수 권송희님의 앞으로의 활동에도 기대를 갖고
    응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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