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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뽑은 요즘노래 ⑭ _고영열의 '돈타령'

온통 돈 얘기다. 전염병 사태를 겪는 동안 돈 얘기를 더 많이, 더 심각하게 듣고 있다. 예술시장의 ‘돈’ 사정부터, 세계의 경제 상황이 궁금해 전에 없이 뉴스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자연스레 ‘돈타령’으로 생각이 쏠린다. 판소리에 나오는 돈타령은 두 가지다.

 

돈타령이라 하면 으레 흥보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같은 제목의 돈타령이 춘향가에도 나온다. 어디였냐고? 좀 가물가물한 이들을 위해 앞 뒤 상황을 말해보겠다.

성춘향이 이몽룡과 헤어지고 난 뒤 남원 고을에 새 부사가 부임하여 업무 중의 하나로 ‘기생점고’를 한다. ‘점고’란 명부에 하나하나 점을 찍어가며 수효를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생점고’란 이를테면 부로 부임한 사또 앞에서 관내 소속의 기생들이 출석 확인인 셈인데, 신임 사또는 끝까지 ‘성춘향’이 이름이 안 나오자 크게 실망하여 춘향을 불러오라 명한다.

기생의 딸이긴 하나 관청 기생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변사또는 무리하게 춘향을 불러들이는데, 처음에는 일을 조용히 처리하려 수석 기생, 즉 행수기생을 보내나 성격 이상한 행수기생이 춘향을 배신하고 사또의 화를 돋우는 보고를 한다. 춘향한테 갔을 때 ‘너의 딱한 사정을 내가 아니 사또에게 가서 잘 말해볼게, 염려마~’ 한 그녀가 태도를 바꿔 ‘사또의 영이라면 사령을 보내야지 왜 기생인 자네가 왔느냐며 차라리 목을 베일망정 절대 못 간다 하던데요?’ 라고 허위 보고를 한 것이다.

이에 분이 난 사또는 ‘이 요망한 년을 어서 잡아들이라’ 며 진짜 사령을 춘향 집에 보내고, 춘향은 관청에서 사령들이 들이닥치자 이들에게 잘 보여 위기를 모면해볼 작정으로 과감한 스킨십과 술 한상, 돈 석 냥 으로 이들을 달래는데, 이때 남원부의 사령들이 뇌물로 받은 돈을 들고 부르는 노래가 ‘돈타령’이다.

 

‘돈 봐라 돈 봐라 잘 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사람을 죽고 살리는, 생살지권을 가진 돈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돈 돈 돈 돈 돈 봐라.’

                              ”

 

생각할수록 뻔뻔한 돈타령이다. 그리고 돈타령 앞부분, 즉, 사또의 명을 받은 ‘군로사령’들이 서로를 ‘김 번수’, ‘박 번수’라고 높여 부르며 (번수는 사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의기양양하게 춘향집으로 가는 대목부터 그냥말로 ‘웃긴다’. 풍자 넘치는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계속 들어보자. 몽룡과 사귀던 시절에는 눈 아래로 보았을 사령들이 들이닥치자 춘향은 이들을 ‘번수네 오라버니들~’이라 환대하며, 선뜻 김번수, 박번수의 손길을 부여잡는다. 심지어 ‘내 방으로 들어가자’며 잡아 끄니 사령들이 그만 춘삼월에 얼음 녹듯 녹아버렸다. 더 나가가 춘향은 술대접에 이어 두 번수에게 술이나 사먹으라며 돈을 건네는데, 이때 사령들 모습은 어땠을까. 우리 사이에 어찌 돈을 주고받느냐며 사양하는 척하지만, 탐심 가득한 이들의 심보를 판소리 사설에서는 ‘앞으로는 반 뼘씩 나가고, 제 앞으로는 오뼘씩 바싹바싹 끌어 댕기는’ 정황으로 포착하고 있다.

 

이 노래 생긴 이후로, 뇌물로 받은 돈노래 들을 때 마음 불편한 이들도 적지 않겠으나, 보통 청중들이야 씁쓸한 웃음이나마 많이 웃어재끼며 돈에 얽힌 이런 일 저런 일들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요즘 새로 부른 돈타령 중에 고영열이 ‘두 번 째달’과 함께 부른 ‘돈타령’이 있다. 판소리와 양악기의 콜라보에만 관심 두며 듣기는 좀 아깝다. 또 ‘그냥 돈 좋다는 노래구나’라고 들으면 재미가 덜하다. 우선 이 대목 앞 뒤 맥락을 생각하며 들어보며, ‘고영열씨 돈타령 참 뻔뻔하고 얄밉게 부르시네~’ 라는 느낌이 드는지 살펴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고영열의 노래를 들으며 이 대목 앞에서는 전후 상황을 ‘촌철살인’으로 압축한 아니리를 곁들여 불렀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도 해봤다. ‘뇌물인들 어떠랴.. 돈은 좋은 것이지’ 노래하는 ‘쓴 맛 나는 돈 얘기’의 성격이 부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요즘처럼 돈 얘기 심각한 즈음에 어느 소리꾼이 실감나는 ‘코로나 돈타령’ 하나 만들어 불러 온 국민의 공감을 사면 좋지 않을까. 이런 노래가 진정한 ‘요즘노래’가 아닐까 싶다.

 

송혜진(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판소리 춘향가’ 中 “어사출두 & 돈타령”(두 번째 달 & 소리꾼 고영열)│김어준의 뉴스공장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B%8F%88%ED%83%80%EB%A0%B9+%EA%B3%A0%EC%98%81%EC%97%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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