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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뽑은 요즘 노래 ⑰] ‘음전한‘ 정가풍의 노래 <사랑 거즛말>가려뽑은 요즘노래⑰
  • 송혜진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0.10.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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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지기

‘높고 고운 목소리’, ‘낮고 푸근한 목소리’, ‘윤기 있고 맑은 목소리’. 엇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성 성악가 셋이 ‘거즛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 이로다
꿈에 보인 다는 말이 더 더욱 더 더욱 거즛말이니
사랑 거즛말 사랑 거즛말 거즛말이 사랑 거즛말 이로다

 

아무리 맑고, 곱게, 푸근하게 노랠 불러도 역시 사랑에 속아 절통한 심사는 가릴 수 없기 때문일까. 이 노래의 여운이 참 길고도 길다. 한 번 듣기 시작하면, 단 한 번에 그칠 수 없어 늘 연거푸 듣게 되는 이 노래.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가 부른 <사랑 거즞말이>다. 가을바람 서늘해지는 추분 무렵에 들으니 노래 느낌이 더 더욱 특별하구나.

 

소울지기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의 <사랑 거즛말이>는 조선 선비 김상용(金尙容:1561-1637)이 지은 ‘사랑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욱 거즛말이/ 날 같이 잠 아니오면 어느 꿈에 뵈리요’라는 노랫말을 다시 풀어 새로 만든 요즘노래다. ‘사랑 거즛말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여창가곡 계면조 평거와는 다른 노래다.

이 노래는 2014년 제8회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영화 <해어화>를 통해 세상에 더 널리 알려졌다.

판소리나 민요풍의 요즘 노래와 달리 옛날 가곡이나 시조창을 부르는 ‘정가 풍’이라 요즘에 새로 만들어 부르는 국악 노래 중에서도 개성이 뚜렷하다. 우선 성악가들의 음색이 다르고, 노래를 부를 때, 음을 길게 끌면서 잔잔하게 흔들거나, 눌렀다가 들어 올리거나, 특정 음을 ‘톡’ 굴러 내는 등의 세밀한 기법들도 다르다.

노래 중간에 가사 없이 ‘아~~아~~~ 아으~~’ 이런 모음들로 이어지는 소리의 굴곡이 참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또한, 음악의 ‘기승전결’을 고려한 속도의 변화도 거의 없다. 밋밋하고 심심할 수 있지만,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져서 오래 들을 수 있다. 노래의 속도와 창법이 이렇다 보니, 가사에 담긴 애절함이 실제 노래에서는 그저 잔잔하게 일렁이는 정도로만 드러난다.

그리고 생황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우리의 가곡 전통을 잇고 있는 김나리, 김지선, 조의선, 세 명의 성악가가 서두르지 않고 각각의 음색과 기교를 살려 부르는 노래에 빠져들다 보면 저절로 ‘얌전하고 점잖다’는 뜻의 ‘음전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옛 어른들께서 ‘그 사람 참 음전하지요~~’ 라고 말씀하시면 최상의 찬사로 여겼던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다.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의 <사랑 거즛말이>는 이렇게 참하고 음전한 노래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다. 이 노래 음원 중 2014년에 발매된 <정가앙상블 소울지기>(The Open Music)에 수록된 것을 자주 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vwIWqpmL8

 

한편, 이 노래를 찾아보려 검색을 해보면 영화 <해어화>의 OST도 들어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노래 인심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절, ‘시대의 노래는 어떠해야하나’를 고민하던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소율의 주제가 ‘사랑 거즞말이’는 좀 씁쓸하게 쓰인다. 예술과 생, 사랑이 모두 엇갈린 여주인공 소율과 그가 부르는 ‘정가’의 처지가 오버랩 되기 때문이겠다. 영화 <해어화>는 레트로 풍의 공간,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 신여성들의 헤어스타일과 패션 등 볼거리도 많고, 이 시대 노래들도 여럿 들어볼 수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이 영화가 대 성공 했다면 이 노래도 더 유명해졌을까? 영화가 상영될 무렵, 영화보다 이 노래가 좋았다는 평이 적지 않은 걸 보면서 <해어화>의 흥행 부진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 그리고. 영화의 OST는 배우 한효주가 소울지기 리더 김나리에게 노래를 배워 직접 불렀다. 소울지기 멤버 셋이 부르는 노래와는 많이 다르지만, 담백하게 부르는 한효주의 노래 맛도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ZywjyhG5XbM

 

호젓한 어느 날.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내어 영화 <해어화>의 트레일러와 함께 들어볼 수 있는 한효주의 <사랑 거즛말이>, 그리고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의 <사랑거즛말이>를 함께 들어보시라 권해드린다.

 

송혜진(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송혜진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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