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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의 감성회로 찾기] 타악기들의 향연서울시향 정기공연 <카르미나 부라나>

 

지난 7월 5일, 6일 양일에 걸쳐 서울시향은 카를 오르프의 대작 카르미나 부라나를 무대에 올렸다. 과거 카르미나 부라나에서 다채로운 색감과 해석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브 아벨이 지휘봉을 잡았다. 협연자들을 면면이 살펴보면 소프라노 캐슬린 킴과 카운터테너 김강민 등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캐스팅이었다. 그리고 대규모의 합창단을 포함한 250여명의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 시작전부터 그 모습과 위용이 대단했다. 각종 매체에서 BGM으로 사용해 대부분 사람들의 귀에 각인되어 있는 O Fortuna!(오 운명이여!)와 함께 곡이 시작되었다.

 

도입부와 마찬가지로 카르미나 부라나는 곡 전체를 타악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끌어간다. 사실 어떤 부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타악기들의 과장된 면들이 많아 어색한 전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대규모의 합창단을 포함한 이 곡의 대단한 규모는 이 어색함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었다. 타악기들의 넘치는 힘으로 어색한 전개도 충실히 끌고 나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이날의 영웅은 단연코 팀파니스트 폴 필버트(영국 오페라 노스 오케스트라 수석)이다. 곡의 흐름을 휘어잡는 무대 뒤쪽의 또 다른 지휘자이며, 두 손으로 콘서트홀의 공기를 온통 두들겨댔다. 그리고 그 희열에 대한 반동은 뜻밖의 형태로 찾아와 공연 후에도 머릿속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더불어 캐슬린 킴의 활약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제3부 사랑의 정원 中 In trutina 소프라노 솔로파트에서 보여주었던 캐슬린 킴의 애처로운 연기에서는 관객모두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성량을 미세하게 조절해 나가며 안타까움의 감정을 증폭시켰다. 맑게 퍼져가며 콘서트홀의 천장에 도달해 부딪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늘 카르미나 부라나 무대의 모든 악기 소리 중 가장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날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가사였다. 음악과 가사의 기묘한 괴리감이 공연 내내 신선한 부조화를 만들어 냈다. 홀을 진동시키는 타악기들과 웅장한 합창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적나라하고 세속적인 가사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 곡은 일부 가사에 라틴어를 포함하고 있어, 때때로 합창단의 딕션이 선명하지 못한 구간들이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합창단의 딕션에서 느낄 수 있는 리듬의 요소가 살아나지 못해 난항을 겪기도 하였으나, 전체의 극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잘 살아났다. 특히 이브 아벨은 곡의 극적인 전개를 위해 어떤 구간에서는 타악기가 내는 리듬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러한 강조를 중심으로 성악이라든지 다른 방해 요소의 비중을 줄이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카르미나 부라나의 본질이 그러하듯이, 이 날의 카르미나 부라나는 귀보다는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박력 있고 장엄한 음악적 사운드 역시 시종일관 청각적 쾌감을 선사했지만,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소박하고 진심이 담긴 가사들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소프라노 캐슬린 킴의 절절한 연기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THE MOVE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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