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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슈텐츠의 절도와 규율, 또 다른 브루크너로 우뚝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 사이클 : 브루크너 교향곡 7번’

MARKUS STENZ CYCLE II: BRUCKNER AND SCHUMANN ①②

 

서울시향은 지난 6월 22일, 23일 양일에 걸쳐 브루크너 7번을 연주했다. 수석객원지휘자로 임명된 마르쿠스 슈텐츠(Markus Stenz)와는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춰보는 공연이었다. 지난 2월 서울시향 취임 연주회 당시 마르쿠스 슈텐츠는 본인만의 확고한 스타일로 애호가들의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브루크너 7번 교향곡(Bruckner, Symphony No. 7 in E major, WAB 107)에서 보여줄 그의 음악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더 커졌으며, 서울시향이 이 지휘자를 통해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단원들의 구성도 눈에 띄었다. 우선 과거 서울시향의 첼로수석이었던 주연선 첼리스트가 함께 하였고, 금관과 팀파니까지 막강한 객원수석들이 시향과 함께해 최대치의 기량을 예고하였다. 더욱 놀라운 건 이날 1부의 협연자인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Alban Gerhardt)

가 첼로 파트에 참여해 브루크너 여정에 동참한 것이다. 1부에서 그의 미소에서도 느꼈듯이 음악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1악장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며 인상적인 부분은 곡이 100마디 쯤 지난 후, 현악기의 부점 진행이 피아니시모로 아주 여리게 연주되기 시작하는 구간이었다. 그 후 끊임없는 poco a poco cresc(조금씩 조금씩 점점 세게)를 통해 음량과 높이를 조금씩 상승시켜 나가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치밀했다. 호흡이 길어 앙상블이 흐트러질 수 있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슈텐츠는 영리하게 음을 쌓아갔다. 마치 10단계 이상으로 소리세기를 구분 하듯 현악기의 모든 프레이즈의 세기가 달랐으며, 금관의 4박자가 현악기의 부점 리듬에 정확히 맞춰 들어오며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 갔다.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입체감을 부여하였다. 마침내 종착지인 포르티시모에 이르러서는 모든 음들이 완전히 쌓이고, 지휘자의 의도에 따라 더욱더 느린 부점 진행을 하는데 완급조절이 인상적이었다. 시야를 오히려 위에서 아래로 확장해가며, 거대하고 굽이치는 산줄기들을 조망하는데 브루크너 음악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a tempo와 함께 피아니시모로 다시 돌아간다. 참 브루크너 답다.

 

2악장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어려운 대곡인 만큼 종종 앙상블이 위태로웠던 위기는 있었으나, 바그너 튜바의 음량이 아주 적절이 섞였고, 저음현을 중심으로 하는 현악기들의 앙상블이 훌륭했다. 또한 ‘장송곡’ 으로 표방되는 2악장의 주제와 모순되게도 클라이막스의 찬란함은 유성우가 쏟아지듯 탐미적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리듬을 만들어나가는 3악장의 진행도 돋보였다. 지휘자는 이 리듬을 어떻게 다뤄야 브루크너식 독특한 3박자 정서가 나오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악기 간 수축과 이완도 훌륭하고 아무 망설임 없이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금관악기의 진행도 아찔함을 더했다.

 

이어지는 4악장에서는 역시나 빠른 속도로 일관하며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 지속적인 브루크너식 휴지(쉼)를 감행하며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마침내 모험을 회상 하듯 도입부의 변형된 모티브가 명확하게 등장하고, 이내 모든 음들을 차곡차곡 쌓은 후 일시에 폭발시켜 버리는 이 장대한 피날레가 시작되는데, 독일어를 연상케 하는 절도와 규율이 느껴졌다. 강렬한 황금빛을 쏟아내는 금관의 진행에 맞춰 현악기들이 일제히 첫머리에 힘을 주어 금관의 진행에 철저히 질서를 부여한다. 이런 절제된 압박 속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브루크너의 진행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 위압감 가득한 피날레로 인해 콘서트홀의 벽면이 망가지진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한 압력이 느껴졌다.

 

마르쿠스 슈텐츠와 함께한 서울시향의 연주를 포함해 올해 6월은 브루크너의 작품이 유독 무대에 많이 올라왔다. 경기필,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이렇게 세 단체에서나 브루크너 7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급속도로 서구 문명을 따라잡으려는 시도와 그 역동적 모습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다. 6월의 끝자락에서 마르쿠스 슈텐츠와 함께한 서울시향의 브루크너는 정말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전통적인 브루크너라고 칭할 순 없지만, 슈텐츠는 본인의 뚜렷한 스타일을 고수해 또 다른 브루크너를 창조해냈다. 내년 시즌 마르쿠스 슈텐츠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출 서울시향의 예술세계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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