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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근의 리허설룸①] 슈베르트/뮐러의 겨울여행 <1번-12번>짧은 생의 슈베르트, 소월의 한과 그리움의 정서 닮은 듯 이어지는.....

photo by 김진수 (사진작가, 칼스루헤극장 테너)

음악예술가들은 관객과 만나는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크고 작은 연습공간에서 보내게 된다. 리허설룸은 예술적 이상이 현실에 구현되는 창조의 공간이다. 정신세계의 지향성과 다양한 철학적 배경을 교환하며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현장이다. 그동안 리허설룸에서 마주쳤던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슈베르트/뮐러의 겨울여행 <1번-12번>

 

모차르트는 <Die Zauberflöte 마술피리>, 베토벤은 <Ode an der Freude 환희의 송가>를 신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 우리에게 남겨주고 갔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그의 짧은 생의 마지막 숨결로 <Winterreise겨울여행>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들은 음악의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존재들이다.

모차르트는 밤과 낮의 신비를 다룬 우주적인 <마술피리>로, 베토벤은 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지구위에 기쁨으로 만인이 하나가 되자는 <환희의 송가>로 찬란한 음악의 권좌를 차지하고 인류의 마지막날까지 칭송을 받을것이다. 두 대가의 승전가가 연말이면 세계만방에서 울려퍼질때 조용히 슈베르트의 <겨울여행>을 가슴에 품고 눈길 위에 고독한 발자국을 남기는 수많은 방랑자들이 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류는 영원히 충족되지 못할 소비의 욕망과 성장 경쟁으로 중독된 환경파괴로 인해 자연으로부터 혹독한 청구서를 받고 있다. 또한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한 줌의 편의를 위해 소중한 정보를 디지털 빅브라더에게 제공하고 스스로 나르시스즘의 희생물이 되어져가고 있다.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은 내면이 성숙해지는 고독이 아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통으로 받아들여진다. 약 200년 전 유럽의 홀로서기 미학의 음악적 상징인 슈베르트/뮐러의 <Winterreise/겨울여행>은 팬더믹에 지쳐가고 있는 이시대의 예술가들의 짙은 한숨과 고심에 동반해준다.

 

<겨울여행>의 젊은이는 꽃날리는 오월의 방랑길에 마주친 소녀와 혼인까지 약속했으나, 어느 늦은 겨울저녁에 그녀의 집 문앞에서 <Gute Nacht, 밤인사>를 읊조리며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다짐한다. 그러나 마지막 24번 <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에 이르기까지 청년이 그 동네를 벗어났는지 알 수 없다.

연가곡<Winterreise 겨울여행>은 1번 <Gute Nacht 밤인사>에서 <Einsamkeit 고독> 12번까지 실연에 대한 상실, 눈물, 고통과 비애로 첫번째 부분이 구성되어져있다. 이어서 두번째 파트로 13번<Die Post 우체부>에서 마지막 24번<Der Leiermann 거리의 악사>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은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과 갈등을 냉소적인 멜로디에 실어 흩어버린다.

 

꿈속에 잠든 당신이 뒤척이지 않게

그대의 휴식을 깨뜨리지 않으리니

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문을 닫아두리다.

 

<Gute Nacht 밤인사>중, 슈베르트/뮐러

 

위와 같이 자장가인 듯 아닌 듯 시작된 연가곡은 두 번째 곡 <Die Wetterfahne 풍신기>에서 젊은날의 질투와 배신에 대한 분노를, 세 번째 곡 <Gefrorne Tränen 얼어붙은 눈물>은 뜨거운 눈물이 얼어붙는 무력감을, 그리고 전곡중 가장 비통한 네 번째 곡 <Erstarrung 동결>로 죽어버린 사랑에 대한 통곡으로 전개된다.

다섯 번째 곡 <Der Lindenbaum 보리수>는 자연을 통한 명상으로 안식을 찾고자 하지만 여섯 번째 곡 <Wasserflut 홍수>에서 다시금 얼음장을 찢는 눈물의 홍수로, 일곱 번째 곡 <Auf dem Flusse 시냇가에서>는 말라버린 시냇물에 던져진 마음의 한조각을 파헤쳐 사랑을 회생시키려 한다. 그러나 여덟 번째 곡 <Rückblick 회고>에서 조롱과 냉소의 과거가 더 비참한 현재로 살아나 몰아친다

아홉번째곡 <Irrlicht 도깨비불>에서부터 주인공의 의식은 허무와 무기력의 골짜기에 들어서게 되고, 열번째곡 <Rast 휴식>에서 처음으로 지쳐버린 육체의 상처와 피곤함을, 열한번째곡 <Frühlingstraum 봄의 꿈>에는 꿈에서조차 방해받는 행복의 덧없음을, 그리고 열두번째 곡 <Einsamkeit 고독>에서는 자연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무서운 고독의 두려움으로 첫 번째 파트를 마무리하게 된다.

 

휴식 없이 한 번에 통으로 불려져야하는 24곡의 연가곡 공연은 성악가에게 음악적인 역량과 더불어 강인한 정신력과 신체적 파워를 요구한다. <Winterreise 겨울여행> 전곡을 레퍼토리로 소유하고 있는 성악가 또한 한정적이다.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기에 관객에게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사하기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피아노 파트는 슈베르트의 다른 연가곡 <Die schöne Müllerin 물방앗간의 아가씨>에서 시냇물로 방랑자의 상대역할을 하듯 <Winterreise 겨울여행>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주인공의 인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매개하는 형이상학적 표현을 담당한다.

 

유학시절 당대 최고의 대가들의 연가곡 공연을 수차례 경험했으나 만족스러운 경우는 손에 꼽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당시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세대들의 무대가 신선하고 허를 찌르는 해석으로 오랜 기억에 남았다.

 

한국 청중들은 <Winterreise겨울여행>을 슈만/하이네의 <Dichterliebe 시인의 사랑>과 더불어 특별히 선호하는듯 하다. 우연히 소월 김정식의 <진달래꽃>시집 초판을 구입해서 읽다가 첫번째 모음집<그리움>에 매혹되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어쩌면 한국인의 '한'이라는 복잡한 감성이 젊은날의 상처를 품고 짧은 생을 마친 슈베르트, 뮐러와 소월의 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유되어지는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도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 <님에게>중, 소월 김정식

 

사진/김진수(사진작가, 칼스루헤극장 테너)

뮐러는 1827년 여름에 니벨룽엔의 전설을 따라 2개월의 라인 순례 여행에서 돌아온 5일뒤 고향도시 <Dessau뎃사우>에서 33세의 나이에 수면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슈베르트는 그 이듬해 1828년 11월에 약 4년간 매독에 시달리다가 31세에, 소월 김정식은 관절염 통증을 아편으로 달래다가 1934년 12월24일에 향년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글/ 윤호근 (지휘자. 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사진/김진수(사진작가, 칼스루헤극장 테너)

 

 

https://youtu.be/gXxUyBXElPg

Schubert: Winterreise

Peter Mattei 페터 마테이 (바리톤)/

Lars David Nilsson라스 다비드 닐슨 (피아노)

 

 

▶김진수는 독일 칼스루헤 극장에 근무하는 테너로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윤호근 지휘자  themove99@daum.net

<저작권자 © 월간 더무브 THE MOV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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