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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오페라 <박하사탕> 어둠의 시간 뚫고 오늘의 희망이 되는 음악의 힘!광주시립오페라단 오페라 <박하사탕> _ 이건용(예술감독 · 작곡가) 윤호근(지휘자) 조광화(연출)
윤호근(지휘자) 이건용(예술감독 · 작곡가) 조광화 (연출) _왼쪽부터

예술은 어떤 식으로든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고 좋은 작품은 충격과 감동의 변증법으로 혹은 충격과 더불어 감동의 방식으로 현실을 반영하곤 한다. 또 ‘현실 너머’까지도 현실화한다. 전쟁 혹은 항쟁의 과거와 참혹, 광기와 슬픔 등이 일상의 진지한 속살을 이루며 현재가 과거를 아름답게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을까? 광주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에게 역사적 의미와 함께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박하사탕>(이건용 작곡)이 서울 국립극장을 찾아온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지난 시간의 뜨거웠던 현장을 되새기며 오늘의 의미를 찾는다. 오페라 <박하사탕>은 2020년 쇼케이스, 2021년 비대면 콘서트오페라에 이어 올해 처음 2막 7장 전막을 풀 프로덕션 오페라로 초연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원작으로 1980년 5월 광주, 공수대원으로 투입된 한 남자의 사랑과 파멸을 그린 리얼리즘 비극 오페라다. 동시에 죽음의 공포를 넘어 생명을 나눈 보통사람들의 휴먼드라마다.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인 주요 스탭- 총예술감독 이건용, 지휘자 윤호근, 조광화 연출을 만나 <박하사탕> 속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인터뷰 일시 및 장소 : 7.7   5pm.  예술경영지원센터)

 

 

 

과거의 어둠이 오늘의 희망이 되는, 음악의 힘 

 

 

Q. 코로나로 지난 해 비대면 콘서트오페라로 공연 한 이후 올해 국립극장에서 전막으로 재공연하게 되었는데, 소감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건용: 광주가 아닌, 서울 공연이 어떻게 보면 섭섭하지만 한편으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번 무대가 초연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위에서 하는 초연이라 설렌다. 작품을 쓸때는 주인공들과 같이 사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음악이 자꾸 맴돌고 꿈속에서도 음악이 들려오곤 한다. 음악과 함께 지내며 수 십 번, 수 백 번 연습하니까 이미 천 번은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두 리허설이라고 생각한다. 객석에서 봐야 정확하게 들리게 되고 작품에 대한 판단은 객석에서 나온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윤호근: 중요한 점은 한국사회에서 오페라가 뿌리를 찾아가야 하는데, <박하사탕>이 큰 획을 긋는 것이라고 본다. 조광화 연출이 합류해 새로운 시너지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Q. 음악적인 매력이나 주요 아리아라면

윤호근 : 민중 봉기 장면이 스팩터클하게 들어있고, 타악기도 들어 있어 장중함을 준다. 비극적 상황에서 복잡한 감정과 애틋한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주먹밥 나눠주는 어머니들, 딸을 찾아가는 여인.... 등 음악이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고, 공수무대 장면의 스펙타클과 순임의 영성성 등은 바그너 오페라를 연상케 한다.

 

 

Q. 영화 <박하사탕>과 오페라 <박하사탕>은 어떻게 다른가

 

조광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은 시간이 역순으로 흐른다. 그 구성은 워낙 강렬해서 원작을 살리려고 했다. 인물들이 훨씬 많아졌다. 공수무대 인물들도 더 많다. 대개의 오페라가 3막~5막인데 비해 막이 많고 7개 막에 또 세부장면이 많아 복잡할 것 같지만 최대한 심플하게 하려고 했다. 드라마라는 측면에서는 같은데, 음악이 받쳐줌으로써 아름답게 승화하는 숭고미가 있다.

 

 

이건용_작곡 및 예술감독

 

"폭력과 거짓에 맞서는 강력한 힘_인간의 고귀함"

이건용: 광주의 일로만 놓아둘 수는 없다고 본다. 좀 더 보편적으로 우리가, 사람이 어떤 존재냐?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되나? 하는 등의 어디에서나 적용시킬 수 있는 드라마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뉴스나 신문을 보면 도대체 이 사회가 어떻게 가려고 하나 싶어 절망할 때도 있고 사람이 참 보잘 것 없는 존재구나 싶어 희망을 걸 단서도 별로 없어, 이기심과 그런 게 우리의 존재지 하고 절망하다가, 광주의 일을 생각하면 희망을 주는 일이었다. 생생히 기억하는데, 택시드라이버 100여 대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려왔다는 것, 폭력과 약탈이 전혀 없었다는 것.... 이런 일들은 기적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귀함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누가 명령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곳(도청)에서 나올 수 없다 는 결의 등..

프로그램북에 쓴 것처럼, 나는 그 일들을 그리고 싶었다. 폭력과 거짓과 이기심의 현장에서 그에 맞서는 강력한 힘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싶고, 그 힘들은 지금도 나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런 힘과 ‘죽음’이라는 폭력에 맞서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을 세계만방에 보여주고 싶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고귀함으로 증명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광주의 작품이 아니라 세계에 내놓아야 하는 작품이다.

 

 

 

조광화 연출

 

가해자들의 이야기_진실이 규명되어야!

조광화: 작품 안에 명숙의 노래- ”삶은 아름다워“-는 굉장히 아픈 역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아름답게 보게 하는 힘이다. 광주에 관한 작품 60여 편 중-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다. 우리에게 광주의 비극이 풀어지려면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고 그 가해자들이 인정을 해야 한다.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자꾸 하다보면 누군가가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잘못을 반성하지 않을까? 그래서 좀 더 센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아름답게 비라볼 수 있는 힘이 중요한 것 같다. 긍정적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주변의 인물들을 많이 배치했다.

 

 

이건용: 영화의 테마는 잘못된 역사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켰는가에 집중되었다면,

우리는 파멸을 딛고 서는 군중들의 힘으로 긍정적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조광화: 주인공 영호처럼 후회하고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해도 스스로 고백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Q. 영화와 오페라가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나

 

조광화: 많이 있을 거다. 극적인 장면들은 장치와 약속된 이미지로 구성한다.

‘나 돌아갈래’ 하는 부분도 아리아로 표현된다.

 

지휘_윤호근

“삶을 지탱하는 희망_예술의 힘!”

윤호근: 이 작품을 의뢰받았을 때 영화도 몰랐는데, 93년, 제가 독일 유학길에 올라 한국을 떠날때만 해도 광주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비행기 안에서 본 것이 영화 <택시운전사>였다. 독일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독일인들도 유태인과 갈등이 있고, 그들은 끊임없이 나치의 만행에 대해 논의한다. 그럼에도 그것을 오페라로 만든 건 없다. 독일인들이 자기들의 역사를 끊임없이 대화하고 풀어가는 방식-비록 상처가 아물지는 않겠지만 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공존하려면 ‘화해(Versöhnung)’가 필요하다.

이 오페라에서 중요한 노래 2개가 있다.

민중가요 이건용의 <그렇지요?> 와 김민기의 <아침이슬> 이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올 때 쯤이면 오겠지요, 살아 있으며 오겠지요, 그렇지요?“

 

하는 노랫말들은 이 사연, 저 사연, 언젠간 같이 살아가야 할 삶과 죽음을 넘어선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오페라를 보면 순임의 멜로디가 있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멜로디인데, 영호가- ”인생은 지옥이다 지옥,“ 하고 잔인하다고 하지만, 마지막 가사 텍스트는”세상이 다 아름다워졌어요.“로 노래한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현실이 어려워도 삶을 지탱케 하는 희망이 있는 것이 예술의 기능이고, 예술이 존재하는 힘이고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건용: 명숙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제일 많이 토론했던 캐릭터가 명숙이는 광주 여고생인데, 어머니가 광주에서 죽었고, 영호가 다쳤을 때 치료해주고, 영호가 나중에 고문(영수)을 하게 되는데,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처음 레치타티보가 “그들은 우리의 복종과 좌절을 원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찬양하고 예찬해야 한다” 는 것이었죠.

혼란해 하다가 결국,, 이 오페라의 테마가가 돼버렸죠.

 

 

Q.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는다면

 

이건용: 한 인간의 붕괴- 죽음의 장면에 삶의 충동이 같이 범벅이 되면서 끝나는 마지막 장면 6장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또, 5장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게 다 폐허 그 자체다.

 

윤호근: 폐허에서 울려지는 노래 ‘누가 적인가’와 ‘그렇지요?’를 노래하는 장면. 현실은 지옥인데, 거기서 울려 퍼지는 노래가 “올 때쯤 오겟지요”

 

조광화: 클라이막스는 역시 6장 피날레죠.

처음 영호와 순임이 만나던 순수함이 오버랩되는 장면이죠.

 

 

Q.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라면

 

조광화: 뮤지컬은 디테일이 많고, 오페라는 큰 흐름이 중요한데, 박하사탕은 오페라치고 디테일이 많은 것 같다. 박하사탕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

뮤지컬<남한산성>은 작품을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박하사탕>은 작품보다 광주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굉장히 조심스럽고 마치 그 분들 앞에서 대독해주는 역할인 것 같다고 할까.

 

Q. 광주는 다양한 면에서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술적 치유의 측면에서 본다면

조광화: 음악 연습을 시작했는데, 비극인데, 참 아름답더군요. 이건용 선생님 곡이 아름다워서 음악이 하나씩 쌓여서 화음을 만들어나갈 때, 아름다웠다. “우리 저렇게 멋지게, 비굴하지 않게 살었었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Q. 역사적인 소재라는 측면에서 창작오페라 <1945>를 떠올리게 하는데

 

윤호근: 오페라는 언어장벽이 있다. 첫 번째 택스트는 한국말이라는 것이다.

‘내용은 비극인데, 음악이 아름답다’는 것처럼, 테마의 깊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는 비극이어도 소리는 아름다워야 한다. 음악이 가진 마술이다. 비극도 슬픔도 고통도 음으로 표현됐을 때 아름답게 나타난다는 것. 창작오페라는 처음부터 언어, 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서 언어전달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

 

오페라는 언어에 대한 사랑이다

                                "

이건용: 오페라는 언어에 대한 사랑이다. 그 언어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오페라다. 발화되는 순간, 그 안에 묻혀있는 내용, 함의, 삶의 자취가 모두 표현하는 것이 오페라가 아닐까.

기술적으로 성악가들에게는 한국말 발성이 숙제다. 작곡가들에게 숙제는 우리말로 어떻게 만들지? 하는 것이고, ‘카메라타’ 자체가 그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작곡가들의 곡 스타일이 나오는 것이 그 언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바그나ㅡ 차이콥스키- 처럼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한다.

 

 

Q.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이건용: 이 작품이 광주시민들 사이에서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 광주시민들이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조광화: 이창동 감독과 광주시민의 힘을 빌려서 할 수 있었다. 저를 밟고 가시라고 말하고 싶다. 보시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윤호근: 오페라는 역사와 현실, 갈등을 반영해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데, 현대사를 종합예술 오페라를 통해서 광주시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면 뜻깊을 것 같다. 오페라가 사회에 기능할 수 있고, 이해가 됐다면 좋을 것 같다.

 

 

임효정 기자 / 사진제공 광주시오페라단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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