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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선(善)함은 불확실해!_서푼짜리 오페라미학적 무대에 가려진 풍자와 통찰

B. Brecht <서푼짜리 오페라 Die Drei Groschenoper>

 

 

선한 사람이 되는 것,

그래,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어?

가난한 이들에게 자기 것을 나누는 것, 왜 아니겠어?

모두들 선하면 하느님 나라가 멀지 않으리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별에서

식량은 빠듯하고 인간은 야비하지

누군들 평화 속에 조화롭게 살고 싶지 않겠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렇질 않아

  • , 1막 3장, ‘첫 번째 서푼짜리 피날레: 인간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하여’ 중

 

거리의 부랑자들이 풍악을 울리며 ‘살인의 노래’를 부른다. 세상에, 살인의 노래라니? 살인자 메키 메서가 범죄행위를 열거하며 부르며 서막을 여는 일명 ‘살인의 노래’라 불리는 매키스의 거리 발라드는 생경하고 끔찍한 내용과 달리 경쾌한 재즈 리듬과 감미로운 선율로 노래한다. 브레히트와 바일 콤비의 원작은 재즈와 대중가요, 탱고, 발라드, 낭만적 오페레타 선율 등의 낭만적 음악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 노래는 세계적인 유명 가수들에 의해 솔로곡으로도 널리 퍼졌다. 무엇보다 경쾌한 음악이 신랄한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상반되며 더욱 이색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자본주의의 현실을 뛔뚫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데올로기와 삶 사이에서 부유하는 인간세상의 부조리한 모순을 드러낸 브레히트의 대표작 <서푼짜리 오페라>는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개작해 쿠르트 바일의 작곡 음악으로 1928년 새로운 발라드 오페라 형식으로 나왔다. 당시 전통적인 이탈리아 궁정오페라, 헨델의 화려한 오페라가 유행했지만 한편으론 거리의 유행가가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것을 반영해 브레히트는 음악을 사회 비판에 이용했다.

전 3막 7장으로 구성된  오페라는 재즈 밴드풍의 연주로 색소폰, 트럼펫, 팀파니 등 건반악기, 타악기를 활용한 대중적인 멜로디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그만큼 바일의 음악이 브레히트의 서사와 만나 현대오페라의 신기원을 여는 독특한 방식과 더불어 이색적인 재미가 특징이랄 수 있다.

<2021년 제19회 소극장오페라축제> 참가작으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브레히트의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4.9/14/18)는 오페라 형식으로는 국내 초연이었다. 2006년 브레히트 서거 50주년을 기념한 해에 국내에서 연극으로 공연됐다.

올해 오페라로 국내 첫 선을 보이며 이회수 연출은 연출노트에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편적이면서 가장 보편적일 수 없는 ‘돈’에 대한 생각, ‘사랑’에 대한 생각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회수 연출은 소극장이라는 제한적 무대를 패널을 활용한 무대 배경으로 활용하며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패널의 배경막 연출 기법은 유럽 연극무대에서도 이미 사용되어왔지만, 국내 소극장 오페라에서의 아이디어로는 흥미로운 전개방식이었다. 작은 극장에서 저예산으로 아이디어는 유효했다. 흑백 사진 영상과 컬러풀한 이미지는 메시지의 상징성과 함께 빠른 전환으로 액티브하고 입체적인 화려한(?) 극을 만들었다.

이번 축제에서 한국어 대사 노래는 기본 텍스트에 충실한 내용을 한국어 대사로 노래하며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효과가 있었다. 성악가들의 생생한 표정 연기도 한몫했고, 뮤지컬처럼 가수들의 객석에서의 등장과 관객에게 말 걸기 등은 일종의 이머시브한 형태와 더불어 소외효과를 첨가하는 일면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학적인 무대 연출에 주력하며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인 반면, 브레히트의 서사적 소외효과(Verfremdungseffekt)가 바일의 경쾌한 음악과 대비된 강렬한 반전 효과는 미약했다.

뮤지컬적 무대 연출의 전개로 막이 열리고 긴 해설 이후 15분이나 지나서야 가수의 노래가 나오고, 재즈풍의 음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바일의 음악적 매력에 대한 오리지널티의 반전 묘미에 대한 기대감에는 미흡해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바일의 음악과 브레히트의 합작 성공 비결에는 텍스트와 음악의 결합에 있고, 현대적인 댄스 선율과 재즈를 사용한 음악은 냉정하고 감정을 풍자하는 텍스트와 대립 되며, 텍스트의 파토스(pathos)가 음악을 통해 유쾌하게 무력화됨으로써 현실과의 괴리,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피폐함을 드러내는 모순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가 음악에 일체를 이루며 기억에 각인됨으로써 이 오페라가 대중적인 영향을 끼쳐 성공으로 길을 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오페라의 사회비판적 풍자성이 약화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점일 것이다. <서푼짜리 오페라>와 <마하고니시의 흥망솽쇠>는 브레히트와 바일이 서사극으로 분류한 최초의 극작품들이다. ‘서사’라는 말은 무대가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층위의 해석을 바탕으로 브레히트의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는 이제 시작됐고, 진행 중이고, 변화 가능성 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임효정 기자 (음악칼럼니스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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