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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웃음의 관념국립극단 몰리에르 <스카팽 Les Fourberies de Scapin >

Pourquoi pas?(Why not?) 인생이 우연의 연속인 거지,

그리고 우연은 지금도 모든 드라마에서 통하거든? 내가 몰리에르야. 연결해.

                                       ”

 

 

18세기 영국의 극작가이자 문필가인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은 “세상은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고,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세상이 코메디라는 것이 아닌가. 비극, 희극, 희비극 의 구분은 단지 결말에 따라 극을 분류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극작가의 경험에 대한 시각, 인생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극의 기본적인 형태는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비극에서 비롯되는 비극의 위대한 서사성이 인간성의 고통과 역설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반면에 희극은 사회적인 세계와 가치, 그리고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시험한다.

희극에 관해서라면, 프랑스 희극의 시작을 알리는 17세기 당대 최고의 극작가 몰리에르 Molière (1622~1673)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몰리에르의 희극은 인간의 위선에 관해 말한다. 본명은 장 밥티스트 포클랭 Jean-Baptiste Poquelin 로 1622년 파리에서 출생했다. 몰리에르는‘비극’만이 예술이라 평가받던 17세기, 풍자와 위트가 가득 찬 공연으로 연극사를 바꾸고 사회를 뒤흔들며 프랑스 ‘희극’의 출발점이라 평가 받았다. 당시 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때에 풍자 희극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삶과 사회를 다루는 함축성 있는 희극으로 격상해 확고한 위상을 세웠다. 그는 오늘날에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이자, 전 세계 많은 극단에서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무대에 오르고 있고, 그의 이름을 딴 ‘몰리에르상’은 세계 연극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인정받는다. 루이 14세로부터 인정받아 죽을때까지 사용 허가를 받은 팔레 르와이얄 극장에서 발레, 코메디 작품의 성공을 거뒀다. 1673년 몰리에르가 ‘상상병 환자’ 공연 중 쓰러진 뒤 집에서 사망한 후 몰리에르 극단은 테아트르 드 마레 극단과 병합됐고, 이후 1980년 몰리에르의 정신을 계승한 ‘코메디 프랑세즈’(파리의 프랑스 국립극장) 가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국립극단은 지난 해 초연해 호평 받은 몰리에르의 작품 <스카팽>(원제: 스카팽의 간계, 연출 임도완)을 재공연작으로 10월 14일부터 무대에 올렸다. 연극 <스카팽>은 익살스럽고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하인으로 ‘스카팽’이란 인물이 주변의 어리숙한 사람들을 통해 지배계층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이탈리아 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를 차용해, 당시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다.

 

재벌가인 아르강뜨와 제롱뜨는 자식들의 정략결혼을 약속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 사이 둘의 자식들은 각자 신분도 모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부모의 정략결혼 약속을 알게 된 두 자식들은 제롱뜨의 하인 스카팽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렇게 젊은이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스카팽의 계략이 시작되는데..

배우의 즉흥적인 재간에 의존하는 ‘코메디아 델라르테’는 전문성, 즉흥성, 대중성이 주요한 특징으로 익숙하지 않은 가면을 사용하기도 하고, 노래나 춤 등의 요소가 중시된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전형성을 지니고 있어 통상적으로는 다소 정해진 가면과 의상을 활용한다. 연극 <스카팽>에는 분칠하고 가면을 쓴 고정된 캐릭터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나의 ‘유형’을 형상화하는 인물들의 고정된 성격은 각자의 옷과 가면, 정형화된 이야기를 통해서 일상 속에서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나약한 인간의 약점이 희화화되고 조롱거리가 된다. 특히 ‘하인’ 계급에 속하는 인물로 ‘스카팽’은 꾀 많고 교활하며 게으르고 어리석은 바보들로 불리는 감성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스카팽의 간계>는 그렇게 이탈리아 에서 건너 온 16세기 대중극 코메디아 델라르테로부터 영향 받은 이탈리아풍 프랑스 계략 희극으로 변모한다.

스카팽의 술책이 웃음을 주는 몰리에르의 희극은 웃음으로 교훈을 주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몰리에르는 신화나 영웅담을 통한 인간의 도덕성이나 윤리적 교휸이 핵심요소인 비극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희극을 통해 교훈을 실현한다.

어리석은 인물들의 해프닝을 통해 관객들이 비웃으며 실제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다. 위선을 보며 조롱하며 스스로 우매함을 깨닫게 하는 계몽의 역할을 한다. ‘웃음으로 습관을 고친다’는 로마 속담이나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개념을 잇는 점에서도 몰리에르의 희극은 고전극인 동시에 바로크적이며 또한 오늘날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현대극인 것이다.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와 춤, 결혼, 축제로 끝을 맺는 희극의 결말은 지켜져야 할 사회의 안녕과 행복에 대한 삶의 윤택함을 추구함이 아니겠는가.... 풍악이 울린다. 또 다시 축제가 시작된다.

 

임효정 (공연칼럼니스트. 발행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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