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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달콤쌉싸름한 로망_세비야의 이발사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Il Barbiere di Siviglia>
서울시오페라단 <세비야의 이발사>
세비야 거리의 오렌지나무 가로수 풍경, 스페인의 세비야에는 초겨울 날씨 같은 1월에도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세비야의 거리에는 오렌지나무가 즐비하다. 스페인의 세비야는 주먹만한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오렌지나무 가로수길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우리나라 겨울인 1월에도 거리의 샛노란 오렌지나무들에서 남쪽나라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세비야오렌지 같은 톡 쏘는 쌉싸름한 위트와 달콤한 낭만이 더해져 세비야 오렌지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2막짜리 부파 오페라로 1막은 세비야의 거리에 있는 광장과 2막은 바르톨로의 서재가 주 무대가 된다. 세비야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요 도시로 과달키비르강에서 87km 상류의 연안에 위치해 15세기 말에는 신대륙무역의 기지로 전성기를 맞아 부흥했다. 1816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초연했을 때는 무역항에서는 밀려나 쇠퇴하며 세비야는 이후 역사적인 도시로 관광지가 되었다.

부파오페라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지난 8월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과 서울시오페라단의 정기공연으로 두 번이나 무대에 오른 것은 코로나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빠른 템포의 가볍고 명랑한 선율로 노래하는 개성 있는 인물들의 등장은 잠시나마 관객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전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 김선국제오페라단 <세빌리아의 이발사>

김선국제오페라단(단장 김선)의 <세빌리아의 이발사>(8.14-16 예술의전당)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참가작으로 당초 선정되었던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리골레토>가 공연을 포기하면서 재공모를 통해 대체되어 무대에 올랐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김선국제오페라단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로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의 지휘로 로시니의 음악적 특성인 ‘파를란도(Parlando)’ 기법에 주력해 극을 이끌어갔다.

로시니는 오페라 안에서 빠른 템포로 노래하는 장면을 넣어 희극적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는데, 19세기 당시에 지금의 ‘랩’ 같은 빠른 속도로 노래하는 파를란도를 성악가들이 능숙하게 구사해야만 로시니의 오페라를 잘 살릴 수 있었다.

“라랄라 라~ 라랄라 라라 ~~” 하며 ‘나는 거리의 만능 해결사’ 라고 노래하는 피가로는 당시 봉건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넘어가는 격변기에 평민(시민)의 귀족의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예전과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다.

재치가 뛰어난 인물인 피가로가 신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돈(황금)을 사례로 받고 재산(돈)을 노리는 늙은 후견인을 따돌리는 스토리는 ‘돈을 보면 계락이 나온다“는 피가로와 알마비마 백작의 이중창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유쾌한 표정 연기와 노래를 통해 잘 표현했다. 그러나 김선오페라단의 무대는 오페라극장 큰 무대를 채우기에는 다소 심심한 감이 없지 않았다. 부파오페라의 특징을 살린 재치 있는 대사와 섬세한 동작, 표정 등이 토월극장에서였다면 관객에게 더 생생하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김선국제오페라단 <세빌리아의 이발사>, 지휘 카를로 팔레스키

김선오페라단이 전통적인 스토리와 기법으로 유쾌한 멜로디를 노래했다면, 서울시오페라단의 <세비야의 이발사>(8.18-8.22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가볍지만은 않은 풍자와 에피소드를 음악과 결합해 더욱 흥미롭게 이끌어갔다.

특히 각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살리고 피가로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위기의 순간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알마비바’ 백작, 재산을 노리는 늙은 후견인, 그리고 귀족에게 자신의 보수를 요구하는 이발사 ‘피가로’ 등 모든 등장인물은 돈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피가로’는 돈만을 쫓는 인물이 아닌 ‘평범한 시민’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가득한 인물이며, 풍자의 대상인 지배계층의 부도덕을 응징하는 인물이다. 즉, ‘피가로’는 귀족이 가지지 못한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여 신분질서를 변화 시키고 있는 시대의 표현이다. 또한 피가로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상이다. 현실성 있는 인물묘사로 캐리커처 같은 희화적 인물의 극대화는 부파 오페라의 특징을 부각하며 생동적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또한 서울시오페라단의 이번 무대는 코로나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을 출연시켜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M씨어터의 가변무대를 활용한 입체적인 무대 연출과 무용수들의 앙상블은 맛깔스러운 양념으로 재치를 더했다. 부파오페라의 유쾌함은 로지나의 마지막 대사로 즐거운 흥취를 돋우는 밤을 선물했다. “걱정은 사라지고 행복이 다가오니 사랑하는 내 마음이 다시 숨쉬기 시작했네”

 

임효정 (발행인 · 공연칼럼니스트)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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