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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의 무대위의 문학] 멀고 외로운, 두엔데_베르나르다 알바Federico García Lorca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원작

마을에 사는 여인들이여

창문과 문을 여시오

추수하는 사람이 자기의 모자를

장식할 장미를 청한다오

-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2막 中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의 여름 추수 장면 중 젊고 건장한 일꾼들이 들판에서 일을 하며 부르는 노래 소리에 여인들의 마음이 싱숭하다. 탬버린과 안달루시아 지역 고유 악기인 카라냐카스의 소리가 들리고 긴장된 침묵 속에서 여자들은 귀를 기울인다....

20C 스페인의 시인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 1898-1936)의 희곡 3부작 - ‘피의 결혼식’ ‘예르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 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뮤지컬 <알바 베르나르다>로 재공연 무대에 올랐다.

억압과 본능, 자유와 운명을 주제로 한 이 비극 3부작은 로르카의 작품 특성상 나타나는 뛰어난 리듬과 강력한 주술성, 신비롭고 몽환적 분위기로 스페인의 서정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극으로도 무대화된 <피의 결혼식> <예르마>와 달리 뮤지컬 <알바 베르나르다>는 로르카의 원작을 바탕으로 ‘씨왓아이워너씨’의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극작·작사·작곡했고, 안달루시아 지방의 무더운 여름을 연상케 하는 희고 높은 무대, 그와 대비를 이루는 검은 상복 입은 여인들이 플라멩코 안무와 강렬한 음악 등과 어울려 이색적인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플라멩코는 집시의 춤, 정열의 춤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극에서는 정숙과 순결을 강요당하며 검은 상복으로 몸을 가린 여성들만이 등장인물인 속에서 더욱 극적으로 상반된 이미지를 부각한다. 그런만큼 더욱 위태로운 긴장감과 관능적인 에너지를 자아내며 플라멩코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힘 두엔데(duende)를 강조하며 매혹적인 극적 효과를 자아낸다.

드라마의 서사도 강렬하다. 짤막하고 단순한 비극적 이야기는 가족의 비탄을 담고 상징과 은유로 가득차 있다.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서 남편의 방종을 참아 살아야 했던 베르나르다 알바는 이제 자신이 폭군이 되어 더욱 가혹한 규율로 집안에 군림한다. 딸과 하녀들에게 억압과 욕망을 금기하며 남편의 8년 상을 치른다.

젊은 딸들에게 욕망이 금기된 질서가 온전할 리 없다. 젊은 남자 페페를 둘러싸고 약혼한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의 동생들은 남몰래 욕망을 품고 욕망은 불길처럼 타올라 균열이 생기고,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한몸이듯 본능에 따른 욕망의 정열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부른다.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스페인의 신화, 전설, 민담을 간직한 채 스페인의 정서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곳, 뜨거운 안달루시아의 강요된 억압 속에서 갇힌 여인들은 집착과 투쟁을 통해 위험을 관통한다. 플라멩코의 리듬을 타고 충돌과 대립, 반목과 질시 등 폭발하는 감정들이 인간의 근원적 갈망들로 메아리친다.

불타는 더위 속에서 밀밭의 추수꾼들이 창문과 문을 열라고 유혹하는 노래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자유에 대한 열망의 이끌림으로 인도한다. <알바 베르나르다>에 숨겨진 상징들, 금지된 사랑, 박해받는 사랑의 종말은 죽음과 소외로 치닫는다. 예속이 아닌 삶, 자유와 사랑을 찾아 떠나는 영원한 유목민, 이단아의 영혼이 그라나다의 드넓은 평원 위로 플라멩코의 음악에 실려 온다.

 

임효정 기자  Press@ithem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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