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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풀어쓴 정가] 북두칠성에 고하는 연모의 소원⑤ 여창가곡 계면조 평롱 <북두칠성>
  •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 승인 2020.09.0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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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慧園) 신윤복(申潤福, 1758~?) <월하정인(月下情人)>

북두칠성(北斗七星)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섯 여섯 일곱 분께

민망(憫惘)한 발괄(白活) 소지(所志) 한 장(張) 아뢰나이다

그리든 임(任)을 만나 정(情)엣 말삼 채 못하여 날이 쉬 새니 글로 민망(憫惘)

밤중만

삼태성(三台星) 차사(差使) 놓아 샛별 없이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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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분께

민망한 발괄 소지 한 장 아뢰나이다

그리던 임을 만나 마음 속 담아둔 말 다 못했는데 날이 금방 새니 그로 인하여 민망

밤중쯤

삼태성 차사로 보내 샛별 없게 하소서

 

*민망: 답답하고 딱하여 안타까운

발괄소지: 억울한 일을 하소연하고 구원을 청할 때 관청에 내던 일종의 청원서

삼태성: 큰곰자리에 속하는 세 별

차사놓아: 차사(특별 임무의 임시 벼슬아치)를 보내

샛별: 새벽에 동쪽 하늘에 매우 밝게 보이는 달, 금성

(국립국악원 『풀어쓴 정가』 2018:104)

 

 

어찌 이리도 곱고 순수한 시어일까. 북두칠성 일곱 별님께 민망한 소원을 여쭙니다. 오랫동안 그리던 임을 만났습니다. 그간 마음속에 담아둔 정담을 다 나누지 못하였는데 벌써 푸른 새벽이 밝아오니 부디 삼태성을 차사로 보내시어 오늘 밤만 샛별을 거두어 주소서.

 

가곡원류에 전하는 작자미상의 이 시는 아름답고 애절한 한글 노랫말로 볼 때 여성의 시임이 분명하다. 이 노래는 북두칠성, 삼태성, 샛별 등 하늘의 별님의 이름을 담고, 애절한 마음을 그대로 담아 흥청거리는 넓은 요성의 농가에 여창의 고운발성으로 여운이 길고 기품 넘치는 여류가객의 노래로 만들어냈다.

 

이 시의 화자인 여성은 왜 북두칠성에게 소원을 빌었을까? 이 땅에서 오랫동안 북두칠성은 믿음의 대상이었다. 하늘과 조상의 제사가 남성의 몫이라면 여성들은 칠성단을 쌓아 정화수를 놓고 칠성님께 소원을 빌었다. 북두칠성은 하늘을 상징하고 천체 기상을 관장하고 인간의 생명과 운명의 세계를 주관한다고 믿었다. 고구려와 삼한의 고분벽화에서도 북두칠성을 만나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칠성은 불교의 칠원성군(七元星君), 도교와 무속의 칠성 신앙과도 관계가 있다. 바리공주 무가에서는 바리공주가 낳은 일곱 아들이 하늘로 올라가 북두칠성이 되었다고도 한다. 태양, 달, 북두칠성을 합하여 삼신(三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삼태성은 북두칠성이 가지고 있는 세 별이다. 황제인 북두칠성이 신하인 삼태성에게 명하여 새벽을 알리는 동쪽 별인 샛별이 뜨지 않게 해 달라는 애틋한 청원이다. 하늘의 온갖 별님들께 간청하여 오늘 밤 이별하지 않게 해달라는 여인의 간절함은 전달되었을까. 시어에 담긴 마음과 옛 사람들의 믿음에 대한 생각도 함께 읽혀 미소가 절로 번진다.

 

정인에 대한 간절함도 간절함이거니와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레 그러나 당당히 요구하는 화자의 목소리에 남성가객의 전유물이었던 가곡을 여성의 것으로 만들어 19세기 민간음악계의 주역이 된 기녀 가객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온화하다가도 격정적으로 목청을 높여 속소리를 길게 뽑아내기도 하고 격렬하게 부르다가도 순간 옅어지며 긴 숨을 내쉬기도 하는 여성가곡의 창법은 이렇게 반짝이는 시적 감성과 잘 어우러져 유려한 여성가곡을 만든다.

 

평롱(平弄)은 농에서 파생되는데 얼롱(乻弄) 이후 붙여진 곡명이다. 평롱의 평은 낮다는 뜻으로, 곡의 시작을 높이 질러 내는 얼롱과 대비하여 평평한 소리로 시작한다는 뜻의 명칭이기 때문이다. 평롱은 남녀창에서 모두 불리는데 계면조로 구성되어 있다. 장형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글자수가 많은 곡을 비교적 속도가 빠른 곡조에 붙이니 가사 붙임이 촘촘하여 노래 가사가 잘 들린다. 여창은 <북두칠성> 이외에도 <각설이라> <초당뒤> <옥돝이> <아자 아자> <한손 에> 등 총 6곡이 전한다. 곡은『현금오음통론 玄琴五音統論』, 『일사금보 一蓑琴譜』등 옛 악보에 전하고 노랫말은『가곡원류』, 『협률대성 協律大成』에 전한다.

 

평롱 <북두칠성>은 혜원 신윤복의 두 그림 <월하정인(月下情人)>과 <월야밀회(月夜密會)>를 연상시킨다. 화제(畫題)에 “월침침야삼편 양인심사양인지(月沈沈夜三便, 兩人心事兩人知)”라고 써 있다. “달빛이 침침한 한밤 중,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안다”는 뜻이다. 주은 김명원(1534-1602) 칠언절구 한시의 한 구절이다.

신윤복 <월야밀회(月夜密會)>

김월하를 비롯한 여류가객들이 즐겨부른 <북두칠성>은 김월하 <선가 김월하 정가전집>, 조순자 <여창가곡전접>, 김영기 <여창가곡>, 강권순 <천뢰: 하늘의 소리> 등의 음반에도 실려있다. 원래 가곡은 관현반주에 노래하지만 때로 악기 하나로 반주하는 여창가곡은 시어를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북두칠성께 고하는 푸른 새벽 연모의 마음을 담은 여창가곡 평롱 <북두칠성> 감상이 제격인 초가을이다.

 

노래

김나리, 하윤주, 조의선(관현반주)

https://www.youtube.com/watch?v=tBHgn9QX74I

 

김나리(생황반주)

https://www.youtube.com/watch?v=WL9TGgOqg5U

 

 

 

김희선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국제전통음악학회 동아시아연구회 회장(ICTMMEA Chair)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국악방송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역임.

 

 

국립국악원 『풀어쓴 민요』 『풀어쓴 정가』 등 기획, 역서 『황병기 연구: 한국음악의 지평을 넓히다』, 『Gagok, Gasa, Sijo: Classical Vocal Music of Korea』 『Gagok: Classical Long Lyric Song Cycle』 외 다수의 논저가 있으며 한국전통음악의 내·외연을 넓히는 일에 힘쓰고 있다.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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