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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풀어쓴 정가] 삼복더위를 달래줄 멋스런 풍류의 낭만④ 남창가곡 계면조 언롱 <이태백의>
  •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 승인 2020.08.07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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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 <단원도> (1784)

이태백(李太白)의 주량(酒量)은 긔 어떠허여

일일수경(一日須傾) 삼백배(三百盃)허고

두목지(杜牧之) 풍채(風采)는 긔 어떠허여 취과양주(醉過楊州) 귤만거(橘滿車)이런고

아마도

이 둘의 풍도(風度)는 못 미츨까 하노라

...................

이태백의 주량은 그 어떠하여

하루 삼백 잔을 마시고

두목지의 풍채는 그 어떠하여 술 취해 양주 지나가니 수레에 귤이 가득하던가

아마도

이 둘의 풍류와 태도에는 못 미칠까 하노라

 

(국립국악원 『풀어쓴 정가』 2018:66)

 

 

 

 

삼복더위다. 산과 바다로, 들로 강으로. 피서철이 되면 옛 선조들은 이 더운 여름을 무엇으로 달랬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남창가곡 계면조 언롱 <이태백>의 노랫말은 옛 선비들이 호탕한 풍류로 쉼과 휴식을 즐긴 일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태백>의 노랫말은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 字는 太白)과 두목(杜牧, 字는 목지 牧之)의 고사를 빗대어 풍류취흥의 낭만을 전한다. 이태백은 주선(酒仙)이라고도 불리웠는데, 채석강(采石江)의 뱃놀이 중 물에 비친 달을 보고 뛰어들었다고 일화는 유명하다. 취흥으로 이태백 못지않았던 두목지도 양주를 지날 때 그의 호방한 모습에 기생들이 귤을 던져 수레에 가득 찼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야단스럽게 취흥을 즐긴들 이만한 풍류를 즐길 수 있겠는가라고 노래하니 취흥의 감상으로 이 정도면 참으로 멋스런 허세가 아닌가.

가곡 한바탕을 연창으로 부르게 되면 연군, 권계, 인륜, 한정 등의 노랫말에 마음을 다잡는 느린 정박의 대엽류(초수, 이수, 삼수대엽)음악으로 시작하여, 여러 곡을 이어 부르다 음악에 취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인생취락, 안빈낙도, 상사연모를 담은 노랫말을 얹은 사설시조에 음악의 속도도 거뜬해지면서 점차 흥취의 열기가 고조된다. 그 때 부르는 노래가 농-낙-편, 소가곡이다.

농가(弄歌)의 한 곡인 언롱(言弄)은 이수대엽에서 갈라져 나온 곡으로 파격(破格)의 가곡이다. 언(言)은 엇(旕), 엇나간다, 혹은 얼(乻), 얼치기 등의 뜻으로, 순수하지 않고 이질적인 것이 섞여 있다는 의미로 두 가지 창법이 사용된다는 뜻이다. 농은 흥청거린다는 의미이다. 언롱은 “이 타~박~긔”로 높이 질러 시작하지만 무겁게 부르다가 2장 이하가 되면 폭넓은 요성을 써서 흥청거리는 두 가지 창법을 지니는, 남창만 부르는 노래이다. 농(弄歌)의 풍도(風度)는 “완사청천(浣紗靑川)”, 형용(形容)은 “축랑번복(逐浪飜覆)”, 즉 “아름다운 비단을 맑은 냇물에 띄우니 물결따라 비단이 펄럭인다”는 뜻이다. 흘러가는 물에 띄운 비단같이 흥청거리는 형상의 음악이다. 특히 3장과 5장의 긴 사설로 노래에서는 일각 부분을 확대하여 곡을 붙이는 방식으로 노래를 붙이다보니 유연하고 화려하다. 『가곡원류』에 42수가 실려있는 언롱은 하규일 전창으로 노랫말에 따라 가락이 다른 <이태백의> <십재를> <기러기> <팔만대장> <어촌에>의 5곡이 전한다.

여름날 풍류의 시상은 단원(團圓) 김홍도가 39세, 찰방(察訪)을 지내며 사대부로서 그린 <단원도>를 연상시킨다. 정원에는 연꽃과 학이 있고, 오동나무, 소나무, 대나무, 괴석과 돌평상으로 장식된 김홍도 자신의 초옥(草屋)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담졸 강희언, 창해 정란과 풍류를 즐긴 하루가 담겨 있다. 김홍도 자신을 화폭에 남긴 이 그림에서 단원은 이들을 위해 거문고의 줄을 고르고, 화가 강희언은 부채를 들어 더위를 달래고, 정란은 노래를 부른다. 음악을 사랑한 단원의 방안에는 비파가 걸려있다. 풍류와 음악과 우정이 함께 한 여름 풍경은 한가하고 느긋하다.

 

단원 김홍도 <단원도> (1784) 부분

 

『현금오음통론 玄琴五音統論』, 『방산한씨금보 芳山韓氏琴譜』등 옛 악보와 『청구영언』,『가곡원류』에 노랫말이 전하는 언롱은 김경배, 이동규, 이정규, 박문규, 문현 등 이 시대 가객들이 즐겨 부르는 흥취가 살아있는 가곡이다. 언롱을 감상하며 멋스러운 풍류의 낭만으로 삼복더위를 극복해보면 어떨까 싶다.

 

 

노래-박문규(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Zs_oRuWwRM

 

 

노래-문현(음원)

http://archive.gugak.go.kr/portal/detail/searchAudioDetail?clipid=35268&system_id=AA&recording_type_code=A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themove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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