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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도시의 밤풍경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 Edward Hopper, 1942년, 캔버스에 유화, 84.1cm x 152.4 cm, 아트인스티튜트 시카고, Art Institute of Chicago

 

적막하지만 애수 같은 감성이 묻어 나온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저> 서두에 흐르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도시적 서정이다.

                                                 ”

 

도시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회색과 직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낮은 냉정한 이성의 세계다. 어둠과 불빛이 화려한 조화를 이루는 밤은 촉촉한 감성에 젖는 시간이다. 특히 인적 끊긴 새벽 도심은 적막하지만 묘한 매력을 준다.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서정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밤 풍경 속에서 감성을 키워낸다.

도시인의 가공된 정서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 도회 감성적 사실주의를 완성시킨 이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다. 그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20세기적 서정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호퍼 자신이 뉴요커였던 만큼 인공 불빛으로 뉴욕의 정서를 비춰내고 있다. 54년 동안 살았던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의 간이식당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잭 니컬슨과 헬렌 헌트가 나왔던 영화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제임스 브룩스 감독의 1997년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는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배어 나온다. 인적 끊긴 도심 한 모퉁이. 자정을 넘긴 시간 간이식당에 밤을 잊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는 여자와 같이 온 모양이다. 그들은 슬며시 손을 잡으려고 한다.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는 혼자다. 뒷모습의 검은 실루엣에서 짙은 외로움이 흐르고 있다. 깊은 밤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만날 수도 있는 정경이다. 적막하지만 애수 같은 감성이 묻어 나온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빌리 조엘의 <더 스트레인저> 서두에 흐르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도시적 서정이다.

이 그림은 설명 없이도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영화 장면 같은 구성을 했기 때문이다. 관람자는 멀리 떨어져서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을 일정한 거리의 객석에 앉아서 바라보듯. 간이식당 도로 건너편쯤은 되겠지. 객관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굳이 참견 않고 그저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도시인들이 느끼는 정서의 거리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쿨한 정서다. 도시인은 비나 눈, 바람을 맞지 않는다. 거대한 사무실 창문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갓 내린 원두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는 2층 쯤 되는 카페의 넓은 창으로 볼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 그렇게 바라보면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추억 같은 것이겠지. 이 그림을 보고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낯설었던 도시의 밤 풍경과 스쳐 갔던 사람들.

기하학적 직선만으로 구도를 맞춘 이 그림은 평면적으로 보인다. 원근의 밀도를 어둠 속에다 압축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공조명으로 밝힌 간이식당 실내에는 공간감이 살아나 있다. 모서리를 공 굴린 삼각형의 내부가 튼실한 두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시선은 이쪽으로 모인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크림색 벽면은 조명을 흠뻑 품고 밝게 빛난다. 그렇지만 차가운 느낌이다. 주변의 검푸른 색조 때문이다. 빨간 옷을 입은 금발 여인은 멋지게 보이는 남자와 함께 있는데도 외로워 보인다. 이런 시간 간이식당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인의 이런 정서는 인물들이 앉아 있는 배경의 깊고도 푸른 어둠 속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전준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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